[창간 제언] 서지용 “서민금융은 시장에 맡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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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를 위협하는 먹구름이 커지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과 일본과의 수출갈등이 심화되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기업의 수출이 더 위축될 위기다. 한국경제의 약한 고리이자 경제뇌관인 가계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정부가 수조원의 예산을 풀어 경제 살리기에 나섰지만 '경제강국'으로 가는 길은 멀기만 하다. <머니S>는 창간 12주년을 맞아 '한국경제 길을 묻다'를 주제로 국민과 기업, 경제전문가의 목소리를 듣고 우리 경제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3가지 설문에 5000여명이 참여했고 2년간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을 허심탄회하게 평가했다.<편집자주>

[한국경제, 길을 묻다-④-2] 한국경제 살리는 법


하반기 한국경제에서 가장 크게 우려할 부분은 소비가 줄어 침체된 내수시장이 살아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내수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시장에 돈이 흘러야 하므로 민간 금융기관의 서민지원이 필수적이다. 정부는 서민금융 지원을 위해 여러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각종 금융규제에 막혀 현실에서는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서민금융 지원의 핵심은 중금리대출 규제 완화가 제1방안으로 거론된다. 정부의 일괄적 최고금리인하가 아닌 실세금리를 적용하고 대신 신용보강을 통해 서민의 금리부담을 낮추자는 것이다. 법을 개정해 통신사 등 비금융사의 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해 신용정보를 고도화하고 인터넷전문은행 등 혁신금융모델을 확대해 4차 산업시대에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중금리대출로 서민금융 지원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중금리대출 활성화의 중요성을 강하게 주장했다. 중금리대출 차주의 소득은 고신용자보다 상대적으로 적은데 이들의 자금지원은 소비로 이어지고 내수경기 활성화라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필수 방안으로 규제 완화를 제시했다.

서 교수는 “이번 정권의 키워드 중 하나가 가계대출 부담에도 불구하고 금융 소외계층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라며 “2금융권의 중금리대출을 활성화하기 위해 저축은행에서 빌린 연금리 16.5% 이하의 상품을 가계대출 총량규제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 /사진=장우진 기자

이어 “카드사의 경우 중금리대출 평균 및 최고금리를 일괄적으로 5.5%포인트 인하하도록 해서 마진차원에서 매력이 없다”며 “중소서민금융 활성화를 위해서는 중금리대출 확대가 필요하고 큰 틀에서의 규제완화가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중금리대출 활성화를 위해 ▲실세금리 적용 ▲신용보강 ▲신용정보 고도화 ▲혁신금융기관 확대 등 네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중금리대출 평균 및 최고금리를 일괄적으로 낮출 것이 아니라 각 금융사별 조달금리 및 고객 신용도를 고려한 실세금리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며 “평균 및 최고금리 일괄인하로 마진율이 낮아지면서 일부 중소형사를 제외한 대형사는 중금리대출 확대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금리대출 차주의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보니 일괄적으로 금리를 낮추면 신용도와 리스크가 매칭되지 못할 수 있다”며 “금융사 입장에서도 리스크 관리 및 마진차원에서 이득이 있어야 상품개발에 더 적극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세금리 적용·신용보강 필요

금융사가 실세금리를 적용할 경우 자칫 대출금리가 높아질 우려가 크다. 서 교수는 금융기관과 신용보증기관(예 신용보증기금)이 협업을 맺어 차주의 신용도를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경우 대출 취급금리는 낮아지는 동시에 금융사 역시 마진 확보가 가능해진다.

한 예로 실세금리를 적용해 대출을 1~2%포인트 낮추고 그 외는 신용보강을 통해 신용도가 올라가면 우대금리를 추가로 적용할 수 있다. 5.5%포인트 일괄 인하하는 것보다 효과적이라는 얘기다.

서 교수는 “외국에서는 신용보증기관에서 부실차주에게 신용보증을 하는 경우가 있다. 개인이 아닌 금융기관이 보증비용을 부담하는 구조”라며 “금융기관이 부담하는 비용이 크지 않다면 금융사는 리스크 관리와 마진 확보가 가능해지고 고객은 더 낮은 금리로 대출 한도액도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금융회사의 고객정보가 공유되면 고객의 신용도 측정이 한층 고도화될 수도 있다. 한 예로 통신비용이나 기타 고지서 납부 등의 정보가 파악된다면 금융정보가 부족한 차주의 신용도를 더 효율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다만 신용정보법이나 개인정보보호법 등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어서 당장 이를 도입하기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서 교수는 “은행 거래를 하지 않는 언뱅크드(unbanked)의 경우 금융정보가 없다. 이런 차주는 실제 신용이 우수하지만 대출을 받을 때 신용도가 낮아진다”며 “통신료 납부 정보 등을 공유할 수 있다면 더 정확한 신용도 측정이 가능해져 대출금리도 그에 맞게 책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행법에서 고객에게 정보관련 동의를 받을 때 포괄적 동의가 아닌 각 사안별로 동의를 받고 있어 금융모델로 구현하기가 쉽지 않다”며 “과거 아날로그 방식이 디지털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라고 꼬집었다.

◆혁신모델 확대로 디지털시대 부응

혁신금융기관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해야 한다. 기존 금융모델과 다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사로 인터넷전문은행이 대표적이다. 새로운 금융모델의 시장참여가 많아질수록 기존 금융기관에 자극이 되고 ‘메기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그의 견해다.

서 교수는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재무적투자자 성향에 따라 안정적 수익구조에 중심을 두는 경우가 있다. 이는 기존과 큰 차이가 없어 혁신금융모델로 보기 어렵다”며 “토스뱅크(상반기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심사 탈락)의 경우 투자자로 참여한 영국의 벤처캐피탈로부터 자금을 조달받아 중금리대출에 나서겠다는 안을 제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액 가계대출은 크라우드펀드로 가능하지만 중기나 개인사업자대출은 벤처캐피탈이 필요하다. 이 모델을 토스가 시도하려 했다”며 “외국에서는 유사금융업체인 스타트업이 중소기업이나 개인사업자에 대출을 해주는 사례가 많다. 우리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금융은 거시경제와 달리 규제를 통해 새로운 금융모델이 나오거나 서민금융지원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은 수요자 입장에서 생각해 가장 유연히 대처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관치금융 성향이 짙다”며 “금융시장의 플레이어는 민간금융이다. 정책금융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실물경기 둔화 속도가 빨라지는 것은 결국 금융지원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어서다”며 “거시경제는 정부가 주도할 수 있지만 금융은 시장에 맡겨야 하는 분야인 만큼 규제를 완화해서 자율성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10호(2019년 9월17~2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장우진 jwj17@mt.co.kr

머니S 금융증권부 장우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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