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대 1 뚫은 김대리는 왜 회사를 떠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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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의 품격’이란 무엇일까. 높은 연봉을 받으면서 만족스런 사내복지를 누리고 성과에 따른 수당을 충실히 받는 사회생활을 의미하지 않을까. ‘꼰대’ 없는 조직문화는 기본이고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지켜져야 한다.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한다는 전제조건이 붙지만 최소한의 사각지대는 해소돼야 하지 않을까. 이에 <머니S>는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과 손잡고 창간 12주년 기획으로 ‘좋은 직장’의 요건에 대해 알아봤다. 퇴사의 주 이유가 무엇인지, 기업들은 어떤 노력을 있는지 살펴보고 전문가로부터 ‘일터의 품격’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일터의 품격-③] 취준생 벗어나니 ‘퇴준생’ 되다


모래사장에서 바늘찾기보다 어렵다는 것이 요즘 취업준비생들이 말하는 취업이다. 신입사원 채용이라는 바늘구멍을 뚫기 위해 스펙을 쌓고 봉사활동을 하고 어학연수를 다녀온다. 취직만 하면 다 끝날 줄 알았는데 현실은 또 그렇지가 않다.

간신히 바늘구멍을 뚫고 사원증을 목에 걸었지만 또 다른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연봉이 생각보다 안 오르네’, ‘복지가 왜 이 모양인가’, ‘나 혼자서 이 많은 일을 어떻게 하라는 거야’, ‘야근을 해도 월급은 그대로’, ‘이건 아닌 것 같은데 왜 이렇게 해야 하지’…. 시간이 지날수록 회사의 단점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런 불만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차곡차곡 쌓여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 그러다 결국에는 ‘펑’. 그렇게 김 대리는 또 취업의 늪에 빠진다.


채용공고 살피는 취업준비생들. /사진=머니투데이 김휘선 기자

◆취준생 벗어나니 ‘퇴준생’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서 신조어가 생겼다. ‘퇴준생’이다. 취준생은 들어봤지만 퇴준생은 생소하다. 퇴직을 준비하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이들은 현 직장에 만족하지 못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고자 한다. 이를 위해 또 다른 스펙을 쌓고 한달에 적어도 수십만원 하는 토익·토플학원에 수강신청을 한다. 직장인은 1년 내로 30%가 퇴사하고 3년 안에 70%가 이직을 준비한다는 통계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머니S>는 최근 사람인과 함께 일자리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지난 7월31일부터 8월13일까지 직장인 2017명이 답변했다. 그 결과 ‘이직을 고민하거나 준비 중’이라는 응답자가 전체 2017명 중 74%인 1492명으로 집계됐다.



실업자수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요즘, 취업난이라는 단어는 너무 자주 들어 이제 익숙하다. 직장인들은 취업이 ‘하늘의 별따기’라고 말한다. 졸업 후 당장 사원증을 목에 걸 수 있다는 생각은 버린 지 오래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결과’에 따르면 졸업(중퇴) 후 첫 취업에 성공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10.8개월이다. 고졸 이하의 경우는 1년3.8개월, 대졸이상은 8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

대다수의 청년이 취업을 위해 스펙을 쌓고 어학연수를 떠나고 스피치 학원 등을 다니며 온갖 노력을 쏟는다. 취직만 하면 새로운 인생이 시작될 것 같지만 이는 상상일 뿐 마주한 현실은 또 다르다.

경기도 용인시에 거주 중인 강모씨(29·남)는 “취업설명회도 돌아다니고 여러곳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면서 포트폴리오도 착실히 만들어 왔다”며 “그렇게 2년 만에 취업에 성공했는데 현실은 달랐다. 건실한 회사인줄 알았는데 월급이 제때 들어오지 않아 놀랐다. 사실 과도한 업무로 시간이 없는데 잠자는 시간을 쪼개서 이직을 준비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 가족에게서 독립해 서울 광진구에 자취방을 마련했다는 현모씨(31·여)는 “지금이 두번째 직장인데 첫 직장에서 복지, 상사 등 직원들 간의 갈등으로 퇴사를 하게 됐다”며 “이번 직장은 직원들이 서로 화합하는 분위기라 좋은데 연봉이 이전보다 낮아 아쉽다. 그래도 지금이 더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애사심 대신 품은 '사직서'

직장인들은 애사심 대신 가슴 한켠에 사직서를 품고 다닌다. 언제든 더 좋은 직장이 있다면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기업 입장에서는 참담하다. 직장인들은 왜 지금의 직장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것일까.

<머니S>와 사람인이 진행한 투표에 따르면 현 직장에 불만족스러운 이유가 ‘낮은 연봉’ 때문이라는 응답자가 전체 2017명 중 63.8%인 646명으로 나타났다. 뒤이어 부실한 복리후생이 53.9%(546명), 불통 경영진 51.6%(523명) 등이 많은 표를 받았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돈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416만8000명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첫 취업 후 받은 임금(수입) 수준을 묻자 34.1%가 150만~200만원이라고 답했다. 100만~150만원이라고 답한 직장인은 27.7%였다.

<머니S>설문에서는 희망연봉을 묻는 질문에 전체 26.8%가 3000만~4000만원을 꿈꾼다고 답했다. ‘꿈의 희망연봉’이라는 전제를 달았음에도 억대 연봉을 꿈꾸는 직장인은 많지 않았다. 그만큼 취업 후에도 저연봉을 받는 직장인이 많다는 것 아닐까.

직장 내 갈등도 직장인의 고민 중 하나다. 지난해 대리로 승진한 조모씨(30·여)는 수직적인 회사조직에 불만이 많다고 했다. 그는 “쉽게 일처리를 할 수 있는데 의미 없이 회의를 길게 하며 위에서는 뭔가 아쉽고 불안하다고 추상적으로만 말한다”며 “뻔히 잘못될 것 같아 보여도 위에서는 기존에 했던 거니까 잔말 말고 하라고 지시하기도 한다. 위에다 토를 달기라도 하면 폭언이 날아오고 죄인이 된다. 직장생활은 그냥 시키는 대로 하는 게 최선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기업들도 물론 직장인의 불만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연봉, 복지, 조직문화 개선 등 뭐 하나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없다. 학계에서는 적어도 5~10년 동안 직장인의 이직·이탈이 점점 심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마저도 기업이 변화를 시도한다고 가정했을 경우다.

김도영 아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기존의 관행적 개념, 그게 답이다’라는 식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해야 한다. 우리는 극단적 집단주의 체제라고 볼 수 있다. 맞든 틀리든 집단이 가면 가야 한다”며 “다양성과 고유성을 인정하고 시너지를 도출할 수 있는 기업의 관리능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돈을 더 많이 줘 이직한다는 경우, 직원들이 엉덩이를 붙여둘 수 있는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며 “돈은 좀 덜 받더라도 이곳에서 마음껏 펼칠 수 있고 편하게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S> 추석합본호(제608호·60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00

 

이지완 lee88@mt.co.kr

머니S 산업2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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