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직서’ 쓰고 계신가요? [창간 설문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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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의 품격’이란 무엇일까. 높은 연봉을 받으면서 만족스런 사내복지를 누리고 성과에 따른 수당을 충실히 받는 사회생활을 의미하지 않을까. ‘꼰대’ 없는 조직문화는 기본이고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지켜져야 한다.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한다는 전제조건이 붙지만 최소한의 사각지대는 해소돼야 하지 않을까. 이에 <머니S>는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과 손잡고 창간 12주년 기획으로 ‘좋은 직장’의 요건에 대해 알아봤다. 퇴사의 주 이유가 무엇인지, 기업들은 어떤 노력을 있는지 살펴보고 전문가로부터 ‘일터의 품격’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일터의 품격-] 힘들지만 돈벌이 되면 ‘참는다’


일과 삶의 균형을 말하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면서 과거보다 업무환경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 근무제에 더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되는 등 고용환경 개선을 위해 정부가 팔을 걷어붙였다. 하지만 법적 규제망을 벗어나지 않는다고 해서 모두가 행복하게 직장생활을 하는 건 아니다.

<머니S>와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공동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4명 중 3명은 이직을 고민하고 있지만 절반 이상은 당장의 생활비 걱정 때문에 회사를 쉽게 그만두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인 불만 1위는 복리후생이었으며 좋은 기업의 조건 1위 역시 복지 개선이 꼽혔다. 단 ‘일터의 품격’을 높이기 위해서는 회사의 노력만큼 직원의 책임감도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뉴스1 DB

◆직장인 절반 ‘불만족’… 복리후생 아쉬워

<머니S>는 ‘사람인’과 공동으로 지난 7월31일부터 8월13일까지 2주간 '삶의 질 개선을 위한 행복한 직장'을 주제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에는 직장인 2017명이 참여했다.

이번 설문조사 참여자 중 남성은 1067명, 여성은 950명으로 각각 52.9%, 47.1%를 차지했다. 중소기업에 다닌다는 응답자가 1360명으로 전체의 67.4%를 차지했고 중견기업이 21.0%(423명), 대기업 근무자는 11.6%(234명)으로 그 다음이었다.

연령별로는 30대 43.9%(885명), 20대 31.3%(632명), 40대 18.0%(364명), 50대 이상이 6.7%(136명)였다. 연차별로는 1년차 미만이 26.4%(532명)로 가장 많았고 10년차 이상이 15.3%(308명), 2년차 15.0%(303명), 3년차 11.0%(221명), 4년차 7.4%(149명), 5년차 6.6%(134명) 순이었다.

‘현재 근무하는 직장에 대한 만족도’ 질문의 응답은 다소 불만족이 35.0%(705명), 매우 불만족이 15.3%(308명)로 전체의 절반(50.3%)을 차지했다.



불만족 응답자에 한해 ‘만족스럽지 못한 이유’를 질의(복수응답)한 결과 ‘낮은 연봉’이 63.8%(646명), ‘부실한 복리후생’이 53.9%(546명) 1, 2위를 차지했다. 고연봉이 대부분 직장인의 희망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복리후생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낮다는 얘기다.

이밖에 ‘불통, 꼰대 경영진’에 대한 불만이 51.6%(523명), 과중한 업무 38.2%(387명), 마음 맞는 동료 부재 19.7%(200명) 등이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경영진이나 동료 간 호흡이 부족한 가운데 업무과중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이 설문조사에 그대로 반영됐다.

성별에 따른 차이는 크지 않았다. 연봉에 대한 불만은 여성(66.5%,307명)과 남성(61.5%, 339명)이 모두 60%대를 넘었다. 불통, 꼰대 경영진도 여성은 51.9%(240명), 남성은 51.4%(283명)를 차지했고 과중한 업무에 대한 불만도 여성이 37.7%(174명), 남성은 38.7%(213명)으로 비슷했다.

다만 복리후생에 대한 불만은 여성이 59.3%(274명)로 남성(49.4%, 272명)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높아 차이를 보였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이직하고 싶어도…” 생계 걱정에 포기

응답자 중 65.0%(1312명)는 현 직장에 불만이 있지만 그만두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 생활비가 걱정돼서’라는 응답이 58.8%(771명), ‘다른 직장이 구해지지 않아서’가 54.1%(710명)로 절반을 넘었으며 ‘이직을 준비할 시간이 없어서’(27.6%, 362명)라는 응답도 높게 나타났다. 월급쟁이 직장인 입장에서 재입사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것이 이직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이런 현상은 현재의 고용현황을 배경으로 들 수 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취업자수는 2739만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1.1%(30만명) 늘었지만 실업자수는 110만명으로 같은 기간 5.9%(6만명)나 불어났다. 7월 기준 실업자수는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위기 당시인 1999년 이후 가장 많다.

취업증가자의 경우도 연령대별로 보면 60세 이상에서 37만7000명, 50~59세에선 11만2000명이 각각 증가해 대부분을 차지했다. 15~29세 청년층의 경우 고작 1만3000명이 느는 데 그쳤고 40~49세(-17만9000명)와 30~39세(-2만3000명)의 경우 취업자수가 오히려 감소했다.

고령층 일자리 대부분이 정부정책에 의한 점을 감안하면 체감적인 고용시장은 오히려 나빠진 것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현 직장에 불만이 많더라도 선뜻 이직을 결정하기가 어려운 이유로 볼 수 있다.

또 최근엔 젊은층 사이에서 익명으로 사내 이야기를 올릴 수 있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등의 이용이 늘고 있고 이직을 하더라도 현 직장에 대한 불만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란 허망감을 확인하며 현실에 ‘버티는’ 경우도 느는 분위기다.

유통회사에 근무하는 A씨(31·남)는 “당장 생활비는 필요한데 새 직장을 알아볼 시간은 부족하다보니 이직 자체가 쉽지 않다”며 “새로운 직장을 먼저 구하지 않는 이상 재취업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불안감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조직문화보다 ‘복지’ 먼저

‘현 직장에서 개선돼야 할 점’에 대한 설문결과(복수응답)는 현재의 불만과 다소 차이가 있었다. 1위 ‘연봉’(1074명, 53.2%), 2위는 ‘복리후생’(924명, 45.8%)으로 동일하게 나타났지만 3위부터는 ‘인력충원’(650명, 32.2%), ‘야근수당 등 각종 수당’(618명, 30.6%), ‘수직적인 조직문화 개선’(535명, 26.5%)의 순으로 조사됐다.

인력충원이나 수당 등은 과도한 업무에 대한 해결책으로 볼 수 있다. 개선요구사항 5위에 해당하는 수직적인 조직문화 개선을 요구한 응답자는 4분의1에 불과했다. 경영진이나 동료 간 소통 해소에 대한 니즈는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단적으로 조직 내 회식문화가 과거에 비해 부쩍 줄었다. 특히 지난해 미투(MeToo) 운동(성폭력 고발 운동) 확산과 펜스룰(여성배제 논리) 이슈가 커지면서 사내 간 소통도 크게 위축됐다. 워라밸이 중시되면서 업무 외 시간에는 자기생활을 우선시하는 문화가 확산된 것도 사내 분위기가 위축된 배경으로 꼽힌다.

연령대별 개선요구사항은 다소 차이를 보였다. 20대는 ‘야근수당 등 각종 수당에 대한 요구’(36.2%)가 ‘수직적인 조직문화 개선’(25.9%)보다 높은 반면 50대 이상은 ‘수직적인 조직문화 개선’(15.4%)이 ‘야근수당 등 각종 수당’(11.8%)보다 응답률이 높았다.

두개 항목에 대한 응답률 차는 20대가 10.3%포인트 30대가 4.5%포인트인 반면 40대는 -4.7%, 50대는 -3.7%였다. 연령대가 낮은 경우 수직적인 조직문화의 변화보다 연봉이나 수당에 대한 요구가 높아 2030세대의 경제적 어려움이 반증된 셈이다.

장은지 이머징리더십인터벤션즈 대표는 “과거에 비해 출퇴근이 여유로워지고 스마트워크에 대한 고민이나 비효율적인 회의·보고 및 불필요한 회식 등을 줄이기 위한 노력들을 해나가고 있다”면서도 “몇몇 기업을 제외하면 근로에 대한 보상 수준 및 회사 내의 승진 등이 과거와 같은 속도로 주어지기 힘든 현실”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여전히 중소기업 등은 근무여건 개선의 사각지대에 있다”며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의 환경 대비 상대적 박탈감이 높아질 수 있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터의 품격’… ‘내’가 높인다

직장인들이 꼽은 좋은 직장의 조건에는 복지제도와 워라밸이 1, 2위로 뽑혔다. 일하기 좋은 업무환경 조성에 힘써달라는 것이 이들의 목소리다.

‘좋은 회사’의 조건으로 응답자 67.7%(1366명)는 ‘복지제도가 잘 돼 있는 회사’(복수응답)를 제1요소로 꼽았고 ‘워라밸이 잘 지켜지는 회사’가 51.8%(1044명)으로 그 다음이었다.

이외에 ‘업무체계가 잘 잡혀있는 회사’가 47.7%(963명), ‘기업 및 개인의 발전 가능성이 높은 회사’ 45.2%(912명), ‘연봉을 많이주는 회사’ 45.1%(910명), ‘정년보장 등 오래 일할 수 있는 회사’ 36.0%(726명), ‘수평적인 조직문화의 회사’가 30.6%(618명)을 차지했다.

성별에 따라 남성은 ‘연봉’이나 ‘개인·기업에 대한 발전’을, 여성은 ‘복지’와 ‘워라밸’을 조금 더 중시여기는 경향이 높았다.

남성의 경우 ‘연봉을 많이 주는 회사’가 48.8%, ‘개인 및 개인의 발전 가능성이 높은 회사’가 49.2%를 각각 차지해 여성보다 7.9%포인트, 8.5%포인트 각각 높았다. 이에 반해 여성은 ‘복지제도가 잘 돼 있는 회사’가 70.6%, ‘워라밸이 잘 지켜지는 회사’가 54.2%로 각각 5.5%포인트. 4.6%포인트 높았다.

연령별로는 20대에 가까울수록 복지와 워라밸에 대한 니즈가 큰 반면 나이가 들수록 정년보장과 가족같은 분위기를 선호하는 경향이 컸다.

20대의 경우 ‘복지제도가 잘 돼 있는 회사’가 74.5%로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고 30대도 67.9%로 높은 축에 속했다. 이에 반해 40대는 61.0%, 50대 이상은 52.9%에 불과해 확연히 차이가 났다. 워라밸의 경우도 20대(56.6%)와 30대(59.5%)는 절반 이상이 선호했지만 40대는 36.8%, 50대 이상은 18.4%로 니즈가 크지 않았다.

반면 ‘정년보장 등 오래 일할 수 있는 회사’에 대한 항목은 20대(33.7%), 30대(35.9%)에 비해 40대(40.1%)와 50대 이상(36.0%)이 더 높게 응답했다. ‘가족 같은 분위기의 회사’에 대한 항목 역시 20대(17.9%), 30대(12.5%)보다 40대(19.8%), 50대 이상(28.7%)에서 더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특히 50대 이상은 30%에 육박한 응답률을 보여 개인주의가 확산된 분위기에서 옛 향수를 그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심윤섭 유어파트너(행복한일터연구소) 대표는 좋은 직장의 조건을 크게 ▲근로조건(연봉, 복리후생 등) ▲동료관계 ▲직무태도로 구분했다.

심 대표는 “기업 입장에서는 근로조건을 향상시키려면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다소 소극적”이라며 “높은 연봉과 괜찮은 복리후생은 분명 좋은 직장의 조건이고 임금 등 보다 나은 근로조건을 찾아 이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봉과 복리후생 등의 물질적 조건이 충족되더라도 함께 일하는 사람과의 관계가 갈등·불편함으로 기운다면 일터는 더이상 몸담고 싶지 않은 곳이 된다”며 “전 세계적으로 직장인들은 조건을 보고 입사했다가 사람 때문에 퇴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다만 근로조건이나 동료와 관계가 좋더라도 본인 스스로 마음을 다잡지 못한다면 행복한 직장생활은 어려울 것이라도 강조했다. 스스로 책임지는 직무에 대한 책임감 역시 ‘일터의 품격’의 조건이라는 것이다.

그는 “직무태도는 좋은 직장을 위한 개인적 변수”라며 “직무태도란 일을 대하는 태도, 조직생활에서 추구하는 가치를 말하는데 아무리 좋은 근로조건, 훌륭한 동료와 일한다고 해도 일이 돈벌이 이상의 가치를 갖지 못한다면 돈 때문에 참고 일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일을 통해서 배우고 성장하기보다 언젠가 일을 관두고 싶다는 생각이 더 많다면 어떨까”라며 “일을 대하는 긍정적인 직무태도는 일하는 동안 행복하도록 돕는다. 좋은 직장의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각자의 마음에도 있다”고 조언했다.

장은지 대표는 “워라밸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평생직장의 개념이 없는 밀레니얼 및 Z세대 인재들을 확보하기 위해 기업들은 일하기 좋은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 과제”라면서도 “스마트오피스 같은 인테리어가 잘 된 사무환경, 상대적 보상 경쟁력, 복리후생 등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어진 일만 해나가면서 일의 의미를 찾기 어려울 경우 복리후생 등의 부가적인 여건에 매달리게 된다”며 “회사와 개인의 성장을 정렬시켜 소통하고 개인의 커리어가 직급과 위계에 상관없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회사가 일터의 품격을 가지는 회사”라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추석합본호(제608호·60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장우진 jwj17@mt.co.kr

머니S 금융증권부 장우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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