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 평촌·산본, '역전세난' 경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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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용목씨(가명)는 1990년대 정부의 신도시정책에 따라 서울에서 경기 평촌신도시로 이주했다. 당시 정부가 임대한 주공아파트에 살다가 분양전환받아 지금까지 보유, 노후대비 전재산이 돼 주택연금에도 가입할 계획이다. 자녀들이 분가하면서 집 크기를 줄여 작은 빌라로 이사오고 아파트는 전세를 줬다. 그런데 최근 인근 새 아파트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전세계약이 끝나 새 세입자를 구하는 데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김씨는 결국 전세금을 4000만원 내려 새 세입자를 겨우 구했다.

#2. 김유리씨(가명)는 경기 군포에서 살다가 2년 전 직장 문제로 서울로 이사했다. 살던 집은 팔리지 않아서 전세를 줬고 오는 10월 계약이 만료된다. 그런데 새 세입자를 구하기가 힘들다는 부동산 사장님의 말을 듣고 걱정이 많다. 인근 군포송정지구에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는데 공공임대주택 기준 보증금과 월 임대료가 1500만원에 62만5000원 정도로 낮다보니 집을 보러오는 사람조차 없다는 것이다. 김씨는 "부동산경기가 나빠서 팔기도 힘들고 정부규제로 주택담보대출이 금지돼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1990년대 정부가 무주택자의 주택보급률 확대를 위해 건설한 1기신도시 평촌·산본이 극심한 역전세난을 겪고 있다. 준공 30여년이 지나 주택 노후화가 심화되고 인근 재건축을 통한 새 아파트 공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사진=뉴스1

◆전세금 반환 위한 주택담보대출 필요해

평촌·산본은 지하철 4호선이 연결돼 서울 출퇴근이 한시간 이내로 소요되는 대표 1기신도시다. 강남과 용산 출퇴근 수요가 많지만 안양법조타운과 각종 벤처밸리도 있어 베드타운만이 아닌 직주근접(직장과 주거지가 가까움) 신도시로도 각광받는다.

하지만 최근 몇년새 재건축아파트가 증가하고 특히 대규모 택지지구인 군포송정지구가 들어서 공급과잉이 발생했다.

평촌 A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서울 출퇴근이 가깝고 인근에 고소득이 일자리가 많은 범계역 앞은 수십년간 세입자를 구하기 힘든 적이 없었는데 이번 같은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군포역 인근 B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도 "보통 전세계약이 만료되기 한달 전쯤 매물을 내놓는데 요즘은 세달 전에 내놓아도 안나가는 경우가 많아서 집주인들이 결국 가격을 1000만~2000만원 내리는 추세"라고 말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입주물량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경기, 강원, 울산, 부산, 경상 지역은 역전세난이 심화할 전망이다.

역전세난이 심화되면서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의 경매신청이 늘어나 법원경매 진행건수도 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법원경매정보기업 '지지옥션' 조사 결과 올 4월 전국 경매건수는 총 1만1327건으로 2016년 5월 이후 최대규모인 가운데 인천과 부산을 제외한 전국 시·도가 모두 증가했다.

장근석 지지옥션 팀장은 "경매시장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거시설에서 역전세난이 발생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들의 경매신청이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일부 지역에선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집주인이 잠적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세입자 피해가 우려된다.

부동산 관계자는 "처음부터 전세사기를 칠 목적으로 갭투자하는 집주인은 없겠지만 대부분 새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서 자금난을 겪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고 말했다.

집주인 대부분은 전세금을 현금으로 보유하지 않고 주택담보대출을 갚는 데 쓰거나 새 부동산에 투자하면서 반환능력을 상실하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집주인이 늘어나 정부가 전세금 반환용도의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한 전례가 있다"면서 "이런 상품이 다시 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노향 merry@mt.co.kr  |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산업2팀 김노향 기자입니다. 부동산·건설과 관련한 많은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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