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다시 만난 ‘독도교수’… “협박메일 많아졌다”

 
 
기사공유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 /사진=김정훈 기자


요즘처럼 국민들의 반일본 감정이 고조된 적이 있을까. 최근 일본 수출규제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되며 ‘일본’에 대한 부정적인 얘기가 각종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한다. 이제 일본은 우리에게 ‘가깝고도 먼 나라’가 아니라 ‘가장 먼 나라’가 됐다.

이러한 시국에 더 바빠진 사람이 있다. 한국 홍보전문가로 20여년간 전세계를 발로 뛴 서경덕 성신여자대학교 교수다. 독도문제를 전세계에 알리며 일본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된 서 교수는 최근 반일정서 확산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머니S>가 3년 만에 서 교수를 다시 만나 최근 확산된 일본 불매운동에 관한 견해를 들어봤다.

◆“불매운동, 과거와 다르다”

-얼굴이 많이 탔다.
▶7~8월 해외 일정이 많아 얼굴이 좀 탔다. 앞으로도 야외 일정이 많은데 이러다 흑인이 되는 거 아닌가 걱정이다.(웃음)

-반일정서 확산으로 요즘 더 바빠졌겠다.
▶제가 운영하는 SNS에 하루제보만 100통이 넘는다. 일일이 답장해주지 못해 죄송할 따름이다. 당연히 제보는 다 읽어본다. 이 자리를 빌려 제보해주신 많은 네티즌분들께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다.

-일본 불매운동이 우리 생활 속으로 깊게 파고든 느낌이다.
▶그렇다. 과거 일본 불매운동이 몇몇 시민단체의 주도로 진행됐다면 이번에는 시민 개개인이 일상에서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이 특징이다. SNS가 큰 힘이 됐다. 일반인들은 본인이 실천 중인 일본 불매운동 내용을 SNS에 올리고 다른 사람과 공유한다. 내용이 거창하지도 않다. 늘 쓰던 일본 볼펜을 한국 볼펜으로 바꾸는 일처럼 가벼운 것들이다. 불매운동을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더 빠르게 확산하는 것 같다. ‘독립운동은 못했어도 불매운동은 한다’는 문구가 참 마음에 든다. 정말 멋진 말 아닌가.(웃음)

-저는 요즘 평소 즐겨하던 일본산 콘솔게임을 하지 말아야 하나 고민이다. 교수님은 어떤가. 일본제품을 전혀 안 쓰나.
▶당연하다. 집에 보이는 일본제품은 모두 치웠다. 좀더 뒤져봐야 하겠지만 99%는 치운 것 같다. 내 안경도 국산이다. 확인해봐라.(웃음)


서경덕 SNS. /사진=서경덕 SNS화면 캡처

-불매운동 분위기가 과거와 달라진 양상이다.
▶과거 불매운동은 단순히 ‘일본맥주 먹지 맙시다’ 정도로 그쳤다. 하지만 요즘에는 시민들이 더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유머와 풍자가 가미됐다. 한 식당 점주는 가게 내부에 ‘일본맥주 한잔에 100만원’이라는 피켓을 걸었다. 그냥 먹지 말라는 얘기다. ‘일본맥주 안 팝니다’라는 문구보다 재미있지 않나. 이런 식으로 재미를 강조한 불매운동이 벌어지다보니 참여도가 높아졌다. 또 해외에 사는 재외동포나 유학생에게 SNS메시지가 많이 온다. 우리 동네에 욱일기 벽화가 있다고 제보하거나 일본 불매운동에 대한 유럽 및 미국 언론의 반응(기사)을 번역해서 보내준다. 이렇게 보면 전세계에 퍼져있는 우리 동포들이 이번 불매운동에 동참하는 셈이다.

서 교수는 실제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동포가 욱일기 벽화를 없앤 일화를 들려줬다. 샌프란시스코 시내 한 가게 벽면에 그려진 욱일기를 한 해외동포가 보고 서 교수에게 제보한 것. 이 해외동포는 당장 가게 주인에게 항의했고 며칠만에 욱일기 그림은 사라졌다. 서 교수가 전세계에 퍼져있는 해외동포들의 힘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곱등이같은 욱일기는 좀처럼 사라지질 않는다.
▶적절한 표현이다.(웃음) 올해 피파(FIFA·국제축구연맹) 홈페이지에 욱일기 응원사진이 등장했다는 제보를 받았다. 제가 직접 공식항의를 진행했고 몇시간 만에 욱일기 응원사진을 홈페이지에서 내렸다. 전세계적으로 흥행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홍보영상에도 욱일기 티셔츠가 등장했다. 당장 관계사에 항의해 홍보영상에서 욱일기 티셔츠를 삭제했다. 전세계 사람들은 아직도 욱일기가 가진 상징성을 잘 모른다. 제가 욱일기 퇴치 관련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전세계 국가 구석구석을 모두 뒤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럴 때 해외동포들이 보내주는 제보는 정말 큰 힘이 된다. 그들이 제보해주면 제가 직접 해당 기관에 요청하거나 제보자들이 직접(욱일기를 내리라고) 항의하는 식이다.


 


-전세계에 있는 욱일기를 다 없앨 기세다.
▶이렇게 하나하나 없애다보면 언젠가는 다 없애지 않을까.(웃음)

-국내에도 욱일기가 여전히 많다.
▶그렇다. 젊은 세대들이 욱일기가 가진 의미나 상징성을 잘 모르고 이용하는 것까지는 괜찮다. 그것은 바꿀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다만 상징성을 제대로 알고 있는 기성세대들이 욱일기 관련 제품이나 디자인을 활용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 최근 국내에 있는 한 횟집식당 내부에 대형 욱일기가 그려져 있는 사진을 SNS로 제보 받았다. 아직 공식적으로 항의하지는 않았는데 바로 잡을 예정이다. 항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내가 페인트를 들고 가서 직접 지우겠다.

◆‘역사왜곡’ 관심 갖는 계기 돼야

불매운동 여파로 일본에 대한 관심도가 최고조로 오른 시기, 서 교수는 이 기회를 잘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이야말로 일본의 역사왜곡을 전세계에 알리고 우리 젊은 세대에게 일본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을 심어줄 때라는 설명이다.

-일본 불매운동이 생각보다 오래, 그리고 더 많은 사람에게 확산되고 있다. 좋은 기회라고 보나.
▶일본 수출규제와 관련된 일은 우리 정부가 슬기롭게 해결하는 것이 맞다. 일본과 관계된 국내기업들의 불매운동 문제는 제가 거론할 일은 아닌 것 같다. 다만 저는 이번 불매운동을 기폭제로 일본의 역사왜곡을 전세계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고 생각한다. 해외 언론에서는 일본의 위안부 강제징용, 독도문제 등을 잘 다루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불매운동으로 그들이 조금씩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한 외신에서는 위안부 강제징용에 대해 소개하기도 했다. 전세계에 일본의 만행을 알리면 그들을 더 압박할 수 있지 않겠나.

-현재 일본 분위기는 어떤가.
▶드러내지 않지만 심각하다. 특히 일본여행을 가는 내국인 관광객이 크게 줄었다. 오사카나 도쿄 등 세계적인 도시는 관광객이 워낙 많아 한국인 여행객이 줄어도 큰 타격이 없다. 다만 중소도시는 상황이 다르다. 일부 중소도시는 한국인 여행객 덕분에 먹고 살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인 여행객 비중이 높은 일본 사가현의 시장은 기자회견에서 ‘너무 힘들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단기적으로 일본을 압박할 수 있는 가장 큰 무기는 일본으로 여행을 가지 않는 것이다.

-국내에서 일본 불매운동이 장기화될까.
▶제 생각에는 오래갈 것 같다. 사람들은 우리가 실생활에서 이렇게 일본제품을 많이 사용하는지 몰랐다는 반응이다. 특히 젊은 친구들은 생각보다 높은 일본의존도에 논란 눈치다. 다음세대를 이끌어 갈 젊은 친구들이 일본에 대해 제대로 알고 우리 역사에 더 관심을 쏟는다면 현재의 불매운동이 긍정적인 문화운동으로 진화할 것이다.

-일본 젊은층의 반응은 어떤 것 같나.
▶예전에는 일본 내 젊은이의 대부분이 독도문제나 위안부 강제징용에 대해 몰랐다.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일본 초·중·고교 교과서에 사실과 다른 내용이 실리면서 일본 젊은층이 그릇된 인식을 갖게 된 점이다. 실제로 일부 젊은층은 한국이 독도를 불법점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들이 한국의 젊은세대와 만나 대화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겠나. 적어도 우리가 그들의 주장에 반박할 수 있도록 ‘왜 독도가 우리땅’인지는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더 많은 젊은세대가 이번 불매운동을 계기로 일본의 역사왜곡에 관심을 기울였으면 좋겠다.

◆‘일본의 주적’이자 ‘나쁜 아빠’
일본 입장에서 서 교수는 정말 얄미운(?) 사람이다. ‘독도가 한국땅’이라는 광고를 전세계에 냈고 지금도 여전히 일본의 만행을 알리려 해외 방방곡곡을 다닌다. 3년 전 인터뷰 당시 그는 일본인, 또한 한국에 있는 친일 한국인들에게 늘 협박메일에 시달린다고 털어놨다. 여전히 그는 일본의 주적일까.

-3년 전에도 이 질문을 했던 것 같다. 여전히 일본의 주적인가.
▶요즘은 협박메일이 더 많이 온다. 일본 대형포털사이트인 <야후 재팬>에 내 이야기가 메인기사로 자주 올라온다. 대부분 부정적인 기사다. 얼굴이 워낙 알려져 업무차 일본에 가면 알아보는 사람이 위협을 가할까봐 살짝 무섭기도 하다.

-한 커뮤니티에 따르면 교수님 차가 방탄유리로 돼 있단다.
▶사실이 아니다.(웃음) 제발 좀 바꿔달라.

-일본의 한 사이트에서는 집 주소도 공개됐다.
▶협박메일에는 담담한 편이었는데 집 주소 공개 때는 정말 아차 싶었다. 저는 괜찮지만 가족들이 걱정 아닌가. 그래서 아내에게 ‘이사를 가야할 것 같다’고 하니 오히려 ‘뭐하러 우리가 피하냐’고 되묻더라. 듣고 나니 미안하면서도 짠했다.

-요즘 분위기에서 흔히 말하는 가정적이고 좋은 아빠는 될 수 없을 것 같다.
▶그렇다. 5살 된 딸이 있는데 나보다 동네아저씨들과 얼굴을 더 많이 본다고 웃더라. 오랜시간 함께 있어주지 못해 아빠로서 미안할 따름이다. 잠깐이라도 얼굴을 볼 때 더 잘해주려고 노력한다. 그래도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우리 아이들이 더 편하게 살 수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을 아이도 어렴풋이 하는 것 같아 기특하고 고맙다. 아내에게도 못난 남편이다. 이전 인터뷰에도 말했지만 아내가 여태 도망가지 않은 것이 신기할 뿐이다. 불평불만 없이 따라준 아내가 너무 감사하다.

-앞으로 계획을 알려 달라.
▶지금은 세계의 여론을 우리 편으로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아베의 거짓말’이라는 주제로 영상을 제작했고 이를 바탕으로 일본정부를 꾸준히 압박할 예정이다. 또 네티즌 여러분들과 SNS를 통해 교류하며 일본 역사왜곡을 전세계에 알릴 계획이다. 내년에는 유튜브 채널도 개설한다. 기대해 달라.

-교수님은 배우 송혜교, 가수 김장훈 등 셀럽들과 협업이 많았다. 또 협업계획은 없나.
▶구체적인 것은 아직 없다.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많은 셀럽분들과 문화콘텐츠를 협업하고픈 생각이 있다. 특히 최근 케이팝이나 한국영화의 파워가 커지면서 해외홍보도 조금 수월해졌다. 과거에는 뉴욕 같은 세계적인 도시에서 화제가 돼야 세계적인 이슈가 됐다. 하지만 이제는 한국에서 화제가 돼도 세계적인 이슈가 된다. 국가브랜드가 성장한 만큼 더 발 벗고 뛰겠다.
☞ 프로필
▲1974년 서울 출생 ▲성균관대학교 조경학과 학사 ▲고려대학교 대학원 환경생태공학과 박사과정 수료 ▲(현) 성신여자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 활동 내역
△제1대 독도학교 교장(2013) △국가브랜드위원회 자문위원(2011) △문화체육관광부 해외문화홍보원 자문위원(2010) △ 뉴욕타임스·워싱턴포스트·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독도와 동북공정 관련 광고 게재 △MBC <무한도전>과 <뉴욕타임스>에 비빔밥 소재 한국 홍보 광고(2009)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아리랑 광고(2011) △국립서울현충원 명예 집례관

☞ 본 기사는 <머니S> 추석합본호(제608호·60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정훈 kjhnpce1@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김정훈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 100%
  • 0%
  • 코스피 : 2081.85상승 21.1118:01 12/06
  • 코스닥 : 628.10상승 10.518:01 12/06
  • 원달러 : 1189.60하락 0.618:01 12/06
  • 두바이유 : 64.39상승 118:01 12/06
  • 금 : 63.02상승 0.2918:01 12/06
  • image
  • image
  • image
  • image
  • image

커버스토리

정기구독신청 독자의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