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 받는 대형마트, 커지는 “규제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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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가 소비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1~2인가구 증가, 온라인쇼핑 성장 등 달라진 소비 패턴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탓이다. 하지만 대형마트 입장에선 억울한 측면도 있다. 시장 상황이 달라졌으나 여전히 대형마트에만 규제가 쏠려 있기 때문이다. 이커머스(전자상거래)업체나 식자재마트에는 동일한 규제가 적용되지 않아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같은 서비스 다른 규제

대형마트가 실적 부진의 늪에 빠졌다. 업계 선두인 이마트는 올 2분기 29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첫 적자를 냈다. 같은 기간 롯데마트는 영업손실이 339억원으로 적자폭이 더 커졌다. 홈플러스는 비상장회사여서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사정이 다르지 않다고 보고 있다.


/사진=뉴스1 DB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소비패턴 변화다. 마트에 가던 소비자들은 이제 온라인이나 모바일로 장을 본다. 통계청에 따르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017년 91조3000억원에서 지난해 111조8939억원으로 20% 이상 늘었다. 반면 대형마트는 2017년 33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33조5000억원으로 뒷걸음질 쳤다.

이커머스업체들은 대형마트의 틈을 파고들었다. 온라인은 365일 24시간 제한이 없다. 반면 대형마트는 영업시간 제한으로 인해 오전 0시부터 오전 10시까지 매장 문을 닫아야 한다. 최근 유통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드는 ‘새벽배송’에 대형마트가 어려움을 겪는 이유다.

이마트는 전국에 142개 매장을 두고도 새벽배송에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대신 영업시간과 관계없는 경기 김포 물류센터를 새벽배송 기지로 삼았다. 홈플러스는 기존 매장에 물류센터인 ‘풀필먼트센터’를 구축해 당일배송 강화에 나섰다. 하지만 배송시간은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로 짧은 편이다. 마트 영업시간 안에 고객에게 물품을 배송해야 하기 때문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풀필먼트센터는 점포 안에 있기 때문에 의무휴업일, 운영시간 제한을 지켜야 한다. 오전 0시 이후나 한달에 두번씩 주말에는 배송이 불가능하다”며 “이커머스업체와 동일한 온라인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오프라인 규제를 적용받는다. 규제가 없다면 매출에 훨씬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수혜자는 대형슈퍼마켓

식자재마트도 대형마트의 자리를 노린다. 식자재마트는 자영업자들이 농·축·수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도록 만든 대형마켓이다. 최근에는 식자재뿐 아니라 생활·가전제품 등으로 품목을 확대하고 포인트제, 배달서비스 등을 운영한다. 덕분에 일반 소비자까지 끌어들이며 골목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6개 점포를 가진 세계로마트는 2015년 매출 1329억원, 영업이익 63억원에서 지난해 매출 3313억원, 영업이익 134억원으로 성장했다. 12개 점포를 가진 장보고 식자재마트의 영업이익은 2012년 11억원에서 지난해 71억원으로 급증했다.

식자재마트는 의무휴업 때문에 줄어든 대형마트 매출을 흡수했다. 2012년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매장면적이 3000㎡ 이상인 대형마트나 대기업 계열 슈퍼마켓은 한달에 2회 문을 닫아야 한다. 그러나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식자재마트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의무휴업제도는 골목상권을 살린다는 취지로 도입됐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소형슈퍼마켓이나 전통시장이 아니라 식자재마트와 같은 대형슈퍼마켓이 수혜를 입은 것. 조춘한 경기과학대 교수가 2013~2018년 전국 24개 대형마트 반경 3㎞ 이내의 신용카드 이용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연매출 5억원 미만 소형슈퍼마켓 점포수는 27.93% 줄어든 반면 연매출 50억원 이상 대형슈퍼마켓 점포수는 123.5% 늘었다. 같은 기간 소형슈퍼마켓 매출은 0.4% 감소했으나 대형슈퍼마켓 매출은 7% 증가했다.

조 교수는 “소형슈퍼마켓 등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실시됐으나 오히려 풍선효과가 나타났다”며 “대형유통업자와 소상공인 사이에 있는 식자재마트 등의 업체가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대형마트 규제 안 풀리나

이외에도 출점을 어렵게 하는 상생협약, 비닐팩을 금지하는 환경정책 등 대형마트를 둘러싼 규제는 다양하다. 대부분은 대형마트가 큰 이익을 낼 때 강화된 규제들이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이커머스시장 규모가 100조원을 넘기고 식자재마트가 골목상권을 잠식해가는 시점에서 낡은 유통 규제정책이 대형마트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이 거세다.

업계에서는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형마트, 기업형슈퍼마켓 등이 모인 한국체인스토어협회는 최근 대형마트가 의무휴업일에 온라인영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선안을 정부에 건의했다. 또 일각에서는 이커머스업체도 동일하게 규제해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반대로 식자재마트를 대형마트와 똑같이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해 현재 국회에 계류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30여건에 달한다. 기존 월 2회인 의무휴업일을 월 4회로 확대하거나 명절 당일을 반드시 의무휴업일로 지정하는 내용, 전통 상업 보존구역 지정범위를 1㎞에서 2㎞로 확대하는 내용 등 강도 높은 개정안들도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07호(2019년 8월27일~9월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경은 silver@mt.co.kr

머니S 산업팀 김경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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