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하고 카드 되고… '시장'이 살아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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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변한다. 대형마트의 확산으로 사라지던 시장이 문화라는 특색을 입고 ‘핫플레이스’로 거듭나는 모습이다. 하지만 아직 갈길은 멀다. 시장이 우리 곁으로 온전히 돌아오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머니S>가 전통시장에 부는 변화의 흐름을 살피는 한편 해결해야 할 문제점들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시장’의 재발견-①] 구닥다리는 가라… 변하는 저잣거리

시장은 인류의 역사와 궤를 함께했다. 특히 한국의 전통시장은 ‘정’(情)이라는 특유의 문화가 한데 어우러지며 사람 냄새나고 따뜻한 곳으로 각광받았다. 전국에서 몰려든 사람, 생활필수품부터 기상천외한 물건까지 전통시장은 없는 것을 찾기 어려운 보물창고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십여년 전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대형마트 앞에서 전통시장은 맥없이 쇠퇴했다. 전국 각지에 퍼져 지역을 대표하던 전통시장은 하나둘 사라지기 시작했으며 각 시장을 돌며 물건을 판매하던 행상 ‘장돌림’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사진=장동규 기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하 진흥공단)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전국의 전통시장수는 1450곳으로 집계됐다. 2006년 전국 전통시장수는 1610곳에 달했는데 11년 사이 160여곳이 사라졌다. 한해 평균 14곳의 시장이 문을 닫고 매달 1곳 이상의 저잣거리가 없어지는 셈이다.

시장의 위축은 노동환경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2008년 한 점포에서 일하는 사람의 수는 1.7명이었으나 2017년에는 1.4명으로 줄었다. 점포 주인이 1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0년도 채 되기 전에 0.3명분의 직원이 사라진 것. 전국 전통시장의 연간 매출액도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2006년 27조9000억원이던 전통시장의 연간 매출액은 2016년 21조8000억원으로 하락했다.

국내 최대 전통시장으로 꼽히는 남대문시장의 경우 2008년 1만1000개에 달하던 점포가 2017년 5493개로 줄어 10년 사이 반토막이 났다. 이곳에서 일하는 종업원수도 1만2470명에서 8935명으로 30% 가까이 줄었다. 남대문시장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는 상인 A씨는 “물건 하나 팔기도 어려운 날이 많다. 하루에도 수십번 장사를 접어야 하나 망설인다”며 “인근 다른 시장과 비교했을 때 시설이 낙후해 손님이 찾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명소로 거듭난 전통시장

하지만 최근 전통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분다. 먹거리를 특화하는 곳은 물론 시설을 보수하고 상인들이 자발적으로 시장문화를 개선하는 곳도 적지 않다.

남대문시장에서 3㎞가량 떨어진 광장시장이 좋은 예다. 광장시장은 평일에는 외국인관광객과 인근 주민, 직장인들이 몰려 성황이고 주말에는 전국에서 몰려든 시민으로 북새통을 이룬다. 광장시장을 찾은 시민은 낙후된 시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삼삼오오 모여 시장을 구경한다. 연령대는 물론 국적도 각양각색인 이들이 선택한 메뉴는 한결같다. 바로 광장시장의 명물로 자리매김한 ‘빈대떡’이다. 경기 성남시에서 광장시장을 찾은 서모씨(32)는 “빈대떡과 육회를 먹기 위해 왔다. 주차가 조금 힘들었지만 큰 문제는 아니다”며 “현금뿐만 아니라 카드결제도 가능해 아주 만족한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서촌 인근에 위치한 통인시장도 변화를 수용하면서 명소로 거듭났다. 통인시장은 특히 젊은층에게 인기가 높다. 다른 전통시장보다 깨끗한 인프라도 한몫했지만 무엇보다 상인들이 2012년 주도적으로 기획한 도시락카페가 인기의 비결이다. 도시락카페는 1개당 500원에 구입하는 엽전으로 시장에서 음식을 사먹는 시스템이다. 10개의 엽전은 5000원으로 구입할 수 있으며 개인지급되는 도시락에 음식을 담아 먹을 수 있다. 한번에 5~10가지 음식을 누리는 방식으로 대부분 엽전 한닢으로 맛볼 수 있고 엽전 두닢이면 충분한 양을 먹을 수 있다. 이 제도에 힘입어 통인시장은 지난해 20만2000명(평일 500여명, 주말 1000여명)이 찾는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전통시장의 행사문화도 바뀌는 추세다. 과거 각설이타령 일색이던 시장 내 행사는 팽이치기, 난타공연 등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만한 콘텐츠로 탈바꿈한다. 지난 8월16~17일 전라북도 전주 모래내시장에서는 시장 상인회와 문화관광형 시장육성사업단의 주도로 ‘2019 치맥가맥 페스티벌’이 열렸다. 올해 4회째를 맞은 이번 행사는 치킨과 수제맥주, 가게맥주 등이 시장 한구석에 마련돼 축제의 장을 연출했다.

◆죽어가던 시장 살아난 원동력

최근 전통시장이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원동력은 위기의식을 느낀 상인들이 문제점을 스스로 개선하면서다. 2017년 통계청의 조사결과 시민들은 전통시장에 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상인들의 불친절’을 꼽았다. 이 가운데 젊은층은 전통시장 활성화 방안으로 ‘상인들의 친절의식 및 경영마인드 제고’를 1순위(20대 19.9%, 30대 27.3%)로 꼽았다.

이에 상인회를 중심으로 전통시장 상인들이 적극적인 문제 개선 의지를 보이면서 전통시장이 되살아나는 모습이다. 시장활성화의 성공적인 모델로 꼽히는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의 경우 상인들이 안전·위생·친절 등 전통시장의 문제 개선에 집중했다. 그 결과 하루 평균 고객수가 2017년 7500명에서 지난해 2만여명으로 세배 가까이 급증했다.

또 현대인의 소비패턴과 보폭을 맞추는 전략도 시장의 부활을 이끌었다. 그간 전통시장은 현대인의 소비·생활패턴과 다른 행보를 보였다. 소비자는 저녁 여섯시 퇴근과 동시에 소비를 시작하는 데 반해 전통시장은 저녁 7시쯤 폐점했다. 이에 최근 야시장을 세우고 영업시간을 저녁 8시 이후까지 확대하는 대책을 내놓으면서 바뀌기 시작했다.

진흥공단 관계자는 “최근 전통시장이 각종 자구책을 내면서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점차 변하고 있다”며 “상인회장을 중심으로 상인들이 의욕적으로 활동해 경쟁력을 갖춘 일부 전통시장의 경우 주변 대형마트, 유통체인에 뒤지지 않는 탄탄한 상권을 갖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통시장과 그곳에 종사하는 소상공인 모두가 살아남기 위해선 변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07호(2019년 8월27일~9월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흥순 soonn@mt.co.kr

<머니S> 산업1팀 IT담당 박흥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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