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왜색 피하기'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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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오이 밭에서는 신을 고쳐 신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다. 남이 오해할 만한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현재 게임업계가 직면한 상황과 오버랩된다. 업계는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콘텐츠라는 특수성 때문에 매출이나 실적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에도 여전히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실제로 게임사 내부에서는 ‘일본색 지우기’가 한창이다. 취재를 하면서도 이런 현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한 국내 개발사는 게임 출시 전 공개행사를 계획했으나 최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일본 유명 지식재산권(IP)으로 개발했기 때문에 불매운동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관련 마케팅이나 프로모션을 최소화한 업체도 늘고 있다.

규모가 작은 중소게임사의 경우 사정은 더 심각하다. 개발 중인 일본 IP게임을 출시 전까지 극비에 부치며 ‘007 프로젝트’를 방불케 하는 첩보전을 펼친다.

콘솔 타이틀을 새롭게 출시했지만 공식자료를 내지 않은 게임사도 있었다. 해당 콘솔기기 판매업체가 불매 리스트에 올랐기 때문에 관련게임도 이슈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게임업계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시장의 불확실성’이 가장 큰 배경으로 작용한다. 매출 및 다운로드 지표상 일본 IP게임이나 콘솔기기의 하락세가 나타나지 않음에도 불매운동이 앞으로 어떤 형태로 전개되고 영향을 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국내 게임업계와 일본의 연결고리는 IP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중국정부가 2017년 이후 한국 기업에 ‘판호’(콘텐츠 유통 허가권)를 내주지 않으면서 대안책으로 일본지역이 급부상했다. 시장조사업체 뉴주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게임시장 규모는 192억달러(약 23조원)로 중국과 미국에 이은 세계 3위다.

일본시장은 게임 관련규제도 많지 않아 해외 개발사와 퍼블리셔들이 진출하기 쉬운 만큼 지난해를 기점으로 많은 기업이 앞다퉈 뛰어들었다. 최근 국내 기업들이 한숨을 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초고속인터넷의 발전과 빠른 스마트폰 보급을 통해 게임시장에서도 급성장을 이룬 대한민국. 그만큼 유저들의 눈높이도 높아졌다. 우리 자본과 기술력으로 만든 게임에 대해 비판할 국내 유저는 없다.

일본에 진출해 외화를 벌어들이고 그 수익을 통해 수준 높은 게임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지금 게임업계가 걱정해야 할 것은 일본 불매운동이 아니라 ‘과금을 해도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게 할 콘텐츠 개발이 아닐까.

☞ 본 기사는 <머니S> 제607호(2019년 8월27일~9월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채성오 cso86@mt.co.kr  |  facebook

머니S 채성오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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