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노믹스 ‘D’학점, “규제개선 등 혁신기반 필요” [창간 설문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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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를 위협하는 먹구름이 커지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과 일본과의 수출갈등이 심화되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기업의 수출이 더 위축될 위기다. 한국경제의 약한 고리이자 경제뇌관인 가계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정부가 수조원의 예산을 풀어 경제 살리기에 나섰지만 '경제강국'으로 가는 길은 멀기만 하다. <머니S>는 창간 12주년을 맞아 '한국경제 길을 묻다'를 주제로 국민과 기업, 경제전문가의 목소리를 듣고 우리 경제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3가지 설문에 5000여명이 참여했고 2년간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을 허심탄회하게 평가했다.<편집자주>
 

[한국경제, 길을 묻다-③] 전문가가 말하는 ‘한국경제의 미래’


우리나라 경제에 암운이 드리워졌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2%대 초반으로 내려왔고 글로벌 투자은행(IB)은 국내 경제성장률을 최저 1%대까지 하향조정했다.

경제위기 신호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은 1조6194억달러로 205개국 중 12위를 기록할 만큼 커졌지만 대내외 악재로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밖에선 미·중 무역갈등과 통화전쟁 확대, 유가상승 등의 여파로 하반기 수출·소비 회복세가 둔화되고 안에선 가계부채, 내수부진, 고용절벽 등 각종 하방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에서 규제완화와 소비증진에 역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대로 가다간 민생경제는 물론 산업경쟁력, 나아가 국가 경제성장률이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머니S>는 창간 12주년을 맞아 주요대학 경제학과 교수와 국내 국책·민간연구소 연구원, 애널리스트 등 경제전문가 50명에게 경제정책 평가와 경제전망을 물어봤다. 설문은 8월12일부터 23일까지 2주간 진행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금융위기 수준, 1%대 성장 나오나

지난 2년간 문재인정부가 내세운 경제정책은 소득주도성장이다. 경제전문가들은 정부가 경기급락을 막기 위해 수조원의 예산을 풀었지만 경기를 부양할 현실적인 정책은 아니었다고 평가한다.

전문가 22명(44%)은 경제정책에 낙제점에 가까운 D학점을 줬다. C학점은 15명(30%)이다. 양호한 점수인 ‘B학점’이라고 답한 전문가는 11명(22%)이었고 매우 잘했다는 평가(A학점)를 한 응답자는 1명 있었다.

10명 중 7명은 특단의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우리나라 경제전망이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 36명(72%)은 우리나라 경제전망이 ‘악화’될 것이라고 답했고 ‘크게 악화’될 것이란 대답도 4명(8%) 있었다. 반면 ‘양호’, ‘개선’될 것이란 답변은 각각 8명(16%), 2명(4%)에 불과했다.



경제전망을 어둡게 보는 가장 큰 이유(복수응답)로는 미·중 부역분쟁, 일본과의 마찰 등 대외환경 악화(44명, 31.7%)를 꼽았다. 이어 ▲제조업 등 산업경쟁력 악화(39명, 28.1%) ▲최저임금 인상 등 인건비 증가(28명, 16.0%) ▲민간소비 부진(20명, 14.4%) 순으로 나타났다.

생산가능 인구 감소와 고령화의 빠른 진행으로 노동력이 줄어 생산성이 떨어질 것이란 주장도 나왔다. 경제뇌관으로 불리는 가계부채가 1550조원을 넘어서 가계와 자영업자, 기업의 성장을 짓누를 것이란 지적이다.

어두운 경제진단은 경제성장률 전망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경제전문가들은 2명(4%)을 제외하고 올해 경제성장률이 정부의 목표치(2.4~2.5%)를 밑돌 것으로 봤다. 한·일 경제전쟁이 터진 데 이어 미국이 중국산 수출품에 관세를 매기는 무역전쟁까지 겹치면서 2%대 성장이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부가 2.6~2.7%에서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한차례 내렸지만 이마저도 어렵다는 평가다. 설문 결과 경제성장률 전망은 ▲2.0~2.1%(24명) ▲2% 미만(19명) ▲2.2~2.3%(5명) ▲2.3~2.4%(2명) 순으로 답했다. 1%대 성장률은 금융위기(2009년 0.8%) 이후 최저치다. 전문가 40%가 경제성장률을 2% 미만으로 내다본 것을 고려하면 우리경제 현주소는 위기절벽에 서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일본의 수출규제로 우리나라 GDP가 0.27~0.44%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의 1차 경제보복, 즉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개 품목의 수출규제 조치로 우리나라 반도체 생산이 10% 감소한 경우를 가정한 것이다. 여기에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배제가 가져올 악영향까지 포함하면 경제성장률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2%대 초반에서 1%대까지 갈 수 있다”며 “추가경정예산을 집행하고 건설투자 확대방안, 주택건축 규제 완화방안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촉진·규제완화·소비진작 주문

정부는 무너진 경제를 살리기 위해 수조원의 예산카드를 꺼냈다. 정부의 곳간을 털어 민간과 공공부문에 ‘10조원+α’의 투자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서다.

특히 민간부문이 투자에 나설 경우 세액공제 등 총 1조원 이상의 세금을 한시적으로 깎아주는 ‘세제 인센티브 3종 세트’를 마련했다. 경제성장 모멘텀이 약화된 것을 감안해 민간과 공공부문에 투자활력을 제고하고 소비·수출 등을 끌어올리기 위한 재정·세제·정책금융·규제완화 등 가용한 수단을 총동원할 방침이다.

경제전문가들은 하반기 경제정책에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를 동시에 냈다. 27명(54%)은 경제활력 제고, 혁신성장, 포용성 강화로 요약되는 하반기 경제정책이 ‘경제성장률 상승에 기여할 것’이라고 답한 반면 21명(42%)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나머지 2명은 ‘기업에 세금공제 인센티브를 한시적으로 상향했다는 점 외에 기대할 만한 내용이 없다’, ‘투자촉진에 중심을 둔 경제정책이 부진에 빠진 경기를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을지 미지수다’ 등 실효성 문제를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정부가 기업의 투자부진에 관한 문제의식을 정확히 갖고 있지만 민간 부분을 움직여 투자를 끌어내기 위한 획기적인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며 “노동비용의 충격이 상당한 기업을 위해 노동정책의 수정이 선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처럼 대내외 불확실성이 크고 경기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선 정책방향을 규제완화, 소비진작에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역점을 둬야할 하반기 경제정책’에 대해 규제개선 등 혁신기반 구축(19명, 38%)을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미·중·일 경제대국과 비교해 노동생산성이 떨어지는 상황. 새로운 기술 경쟁력을 키워 생산을 늘리려면 규제완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어 ▲투자·수출 등 경제활력 제고(16명, 32%) ▲소비활성화(11명, 22%) ▲주력산업 생산력 제고(4명, 8%) 순으로 답했다. 기타 의견으로 안정적인 경제기반 구축, 대외환경 악화에 대비한 확장적 정책 등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경기부양에 통화정책 활용 ‘한 목소리’

세계경제는 저성장, 저금리, 저물가로 불리는 뉴노멀시대에 접어들었다. 연초부터 30개가 넘는 국가의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양적완화 태세로 전환했다. 중앙은행들은 소비와 대출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하거나 채권을 매입하는 모습이다.

우리나라도 한국은행이 지난 7월 기준금리를 1.75%에서 1.50%로 인하하며 추가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경기 하강우려가 지속되며 미국 국채2년물(연 1.628%)과 10년물(연 1.619%)의 금리가 역전되는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까지 증폭되고 있어서다.

경제전문가 43명(86%)은 ‘한은이 글로벌중앙은행의 양적완화에 발맞춰 연내 1차례 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7명(14%)은 ‘연내 2차례 인하도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낮추면 한은 금통위도 기준금리를 낮출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차가 더 벌어지면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을 우려해야 하는데 그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연준에 기준금리 완화를 압박하고 있다. 돈을 풀어 내수를 살리는 재정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통화정책을 활용하는 것이다.

통상 경제정책은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으로 나뉜다. 정부가 조세를 조정해 재정정책을 운영하면 중앙은행은 통화량을 증감해 이자율을 조정한다. 과거 경제위기 때는 정부의 부채가 너무 늘어 재정정책에 한계가 발생했기 때문에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을 적극 활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준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미 의회예산국(CBO)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미국의 재정적자는 전년보다 25% 늘어난 9600억달러, 내년에는 1조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우리나라 재정상태도 최악의 수준이다. 올해 들어 6월까지 통합재정수지는 38조5000억원 적자, 관리재정수지는 59조5000억원 적자를 가록했다. 정부가 재정확대 정책을 강화한 결과다. 내년 예산(재정지출)은 510조원대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통화정책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35명(70%)은 ‘적극활용’, 4명(8%)은 ‘매우 적극활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분리 운용해야 한다’는 의견(24%)도 나왔다.
 
◆설문에 응해주신 분들(가나다순)

강성진 고려대학교 교수, 곽동철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 김가현 KB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 김경훈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 김대영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 김민수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 김상유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 김성민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 김성태 KDI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전망실장, 김수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 도철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류동석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 박경민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 박선후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성태윤 연세대학교 교수, 안기태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염동찬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이강민 우리은행 PB팀장,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이승훈 KB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 이재준 KDI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화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 장우애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정지은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조덕상 KDI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최배근 건국대학교 교수, 최정훈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최제민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최지현 KB경영연구소 연구위원,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무기명 16명.

☞ 본 기사는 <머니S> 제610호(2019년 9월17~2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남의 namy85@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금융팀 이남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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