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웅의 여행톡] 슈퍼요트, 이렇게 타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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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물길 '418마일 항해기'
남해서 한강까지… 대한민국 발전사가 '출렁출렁'


인천대교를 향하는 대형 크루즈. /사진=박정웅 기자
말 3100마리가 끄는 파워엔진. 1550마력의 엔진 두대가 서해 물길을 힘차게 갈랐다. 엔진의 강력한 추진력은 슈퍼요트의 꼬리에 선명한 파동을 남겼다. 마치 물살을 힘차게 가르는 고래의 꼬리처럼 두 갈래의 물보라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파동의 모양도 고래의 꼬리를 닮았다.

전북 부안의 격포마리나에서 슈퍼요트에 올랐다. 슈퍼요트는 경남 고성의 메리모나크를 나선 뒤 전남 여수의 이순신마리나를 거쳐 이곳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그동안 248마일(400㎞)을 달려왔다. 슈퍼요트의 최종 행선지는 서울 한강의 서울마리나다. 앞으로 170마일(약 273㎞)을 더 달리면 슈퍼요트의 418마일(약 673㎞) 크루징이 마무리된다.

418마일 크루징의 주인공인 슈퍼요트의 내외부. 왼쪽은 격포마리나에 정박한 모습. /사진=박정웅 기자
슈퍼요트가 남해의 너른 바다를 두고 왜 비좁은 서울의 한강으로 향한 것일까. 이번 크루징은 보다 많은 국민에게 레저문화의 한축으로 부상한 요트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 기획됐다. 서울마리나에서 한강에서 보기 드문 슈퍼요트를 선보이는 한편 에이스요트의 요트아카데미 커리큘럼에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크루징에는 구길용 한산마리나리조트 회장을 비롯해 이종우 에이스요트 대표(서울해양교육원 주임교수), 김화연 신화마린 대표, 메리모나크요트클럽 크루 등이 함께했다.

◆위도의 아픔 뒤로… 북쪽 향하는 슈퍼요트

슈퍼요트가 격포마리나의 내항서 외항으로 향했다. 항구를 품은 방파제가 사라지자 바다는 막힘이 없었다. 내항에서 느끼지 못한 맞바람이 시원하게 몰려왔다. 더구나 경쾌한 엔진 소리까지, 내항에 갇혔던 마음까지 뻥하고 뚫린 기분이다. 맞은편, 연무 사이로 한 섬이 희미하게 자취를 드러냈다. 위도다.

부안 격포항의 해질녘 풍경. 왼쪽 방파제 너머로 위도의 산봉우리가 보인다. /사진=박정웅 기자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위도는 아픈 기억과 맞닿아 있다. 바로 ‘서해 페리호’ 참사다. 1993년 이 참사로 292명이 숨졌다. 당시 위도(파장금항)에서 격포항으로 향하던 서해 페리호가 위도 앞바다에서 침몰했다. 탑승 정원은 221명이었지만 무려 362명이 승선했다. 과적 등 해상 안전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 해상 인재(人災)로 손꼽힌다.

슈퍼요트는 해안선을 오른쪽에 낀 채 북쪽으로 향했다. 고군산군도와 십이동파도(전북 군산), 호도·녹도(충남 보령) 등 크고 작은 섬이 항로 좌우로 이어졌다. 어민이 아니고서야 이 많은 섬을 바다 한가운데서 구경할 수 있겠는가. 낚싯배나 여객선이 아닌 요트에서 섬들의 향연을 보는 것 자체가 호사다.

육안으로 항해를 돕는 크루. /사진=박정웅 기자
이 뿐이랴. 크루징의 맛은 한적한 섬을 들르는 데에 있다. 연안여객선이 뜸한 섬이나 정박 가능한 무인도를 찾아 피싱이나 캠핑 등 액티비티를 즐기는 것도 크루징의 또 다른 매력이다. 다만 이번 크루징은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서해와 한강 수계에 맞춰 이날 경인아라뱃길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초 계획한 평균 항속은 23노트(시속 약 43㎞)였다. 그러나 신진항(충남 태안)에서 급유를 마친 슈퍼요트는 속도를 낮추며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연무에 더해 해무까지 급습해서다. 위성항법장치 등 최첨단 장비를 갖춘 슈퍼요트라지만 자연 앞에선 머리를 숙일 수밖에 없는 법. 슈퍼요트의 크루징은 크루의 온 신경까지 가세해야 했다.

태안반도 인근 해상에 정박한 대형 유조선. /사진=박정웅 기자
또 북쪽으로 갈수록 해상교통량도 증가했다. 풀등으로 유명한 사승봉도(인천 옹진)의 형체가 흐릿할 즈음 해상에 정박한 대형 유조선들이 눈에 들어왔다. 해무 속에 마치 거대한 성처럼 유조선 행렬과 마주쳤다. 인근의 대산(충남 서산)의 정유시설이나 아산만 주변의 산단을 오가는 선박들이란다. 또 평택항을 잇는 컨테이너 화물선까지 더해져 태안반도의 북쪽 끄트머리부터는 보다 각별한 주의가 필요했다.

때문에 이번 크루징의 가이드를 맡은 이종우 대표는 “10년 이상을 달려온 항로이지만 늘 새롭다”면서 “변화무쌍한 바다에서의 도전은 요팅의 참맛 아니겠냐”고 했다. 이 대표는 요트 프로다. 세계 최대의 요트마켓인 ‘요트월드’에 등록된 국내 유일의 인터내셔널 요트브로커리지 오피스를 맡고 있다. 그가 개설한 CEO요트아카데미는국내 유일의 요트아카데미로 올해 4년째를 맞았다.

◆서울 가까울수록 발전사 역력… 마침내 ‘한강’

슈퍼요트에서 본 영흥도 발전단지. /사진=박정웅 기자
덕적군도와 승봉도. 아산만의 먼바다부터는 풍경이 바뀌었다. 어선과 섬들의 어우러진 조망보다는 한국 개발사를 마주하는 것이 잦았다. 가장 먼저 영흥도(인천 옹진) 화력발전단지의 굴뚝이 눈에 띄었다. 왼쪽에는 우뚝 솟은 풍력발전기가 이색 바다 풍경을 전했다.

영흥도는 석탄 화력발전을 비롯해 풍력발전과 해양소수력, 태양광발전을 고루 갖춘 복합발전단지다. 수도권 전력 수요의 약 23%를 공급하는 전력기지인 셈이다. ‘발전’과 ‘환경보존’의 가치를 되새겨보는 섬으로도 알려졌다. 또한 인천상륙작전의 전초기지여서 역사적인 섬으로 기억된다.

슈퍼요트의 파워엔진이 일으키는 파동. /사진=박정웅 기자
해로와 더불어 항로에서도 분주한 움직임이 이어졌다. 멀리 송도의 스카이라인이 들어올 때쯤 항공기들의 유유한 흐름이 잡혔다. 왼쪽 무의도 너머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이 지척인 까닭이다. 급유 등을 비롯한 정박 시간을 포함, 7시간여의 크루징 끝에 목적지인 한강이 가까워졌다는 얘기다.

인천의 랜드마크인 인천대교가 한눈에 들어왔다. ‘하늘길로 가는 가장 빠르고 아름다운 다리’인 인천대교는 ‘인천관광 100선’의 하나다. 인천국제공항과 송도국제도시를 잇는 총 길이 18.38㎞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길다. 대교를 붙든 사장교는 마치 거대한 나비를 방불케 한다. 바다로부터 솟은 주탑은 238.5m로 63빌딩 높이와 맞먹는다. 때마침 2개의 주탑 사이로 거대한 크루즈가 지나는 장면을 눈에 담았다.

서해서 아라서해갑문으로 향하는 슈퍼요트. /사진=박정웅 기자
아라뱃길에서 한강으로 향하는 아라김포갑문이 열리고 있다. 갑문 사이로 북한산 자락이 보인다. /사진=박정웅 기자
인천항과 월미공원을 지나면 또 다른 대교가 나온다. 복층구조의 영종대교가 또 다른 하늘길을 잇는다. 영종대교를 끝으로 서해 크루징은 막을 내린다. 선수를 오른쪽으로 돌리면 경인아라뱃길이 슈퍼요트를 한강으로 안내하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는 바닷물이 아닌 민물에서의 크루징이다.

아라서해갑문에서 아라한강갑문까지 18.5㎞의 운하가 이어진다. 지면에서 움푹 꺼진 탓인지 ‘협곡’ 수로에서 바람의 맛은 개운치 않다. 오가는 배도 거의 없어 거대한 예산을 투입한 사업치고는 행색이 초라하다. 한강으로 나가는 한강갑문 바로 앞은 준설이 안 돼 스크류가 강바닥 진흙을 긁고야 말았다.

서울 여의도 인근에 도착해 포즈를 취하는 구길영 회장(왼쪽)과 이종우 대표. /사진=박정웅 기자
요팅은 도전이라고 했는가. 남해에서 서해를 거쳐 한강까지 슈퍼요트가 418마일(약 673㎞)을 달려왔다. 그 길은 다양한 난관으로 점철됐다. 구길용 회장은 “해양사업을 전개한 지 8년 만에 서울까지 요트를 몰아와 감회가 매우 깊다. 서울에서도 해양레저 문화가 조성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추석합본호(제608호·60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정웅 parkjo@mt.co.kr

여행, 레저스포츠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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