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 공무원 전용카드냐?"… 홀대받는 '제로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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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을 비롯한 프랜차이즈 대표들이 8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제로페이 상생 프랜차이즈 지정식’에서 인증판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DB

“예전보다 사용하는 사람이 늘긴 했는데 거의 안 써요. 보통 카드 써요”

올해 5월부터 편의점에서 제로페이 사용이 가능해졌다. 8월28일 ‘손님들이 제로페이 많이 쓰느냐’는 질문을 하자 서울시청 인근 편의점과 용산구에 있는 편의점에서 근무 중인 아르바이트생이 이같이 답했다. 시청 근처에 있는 편의점 3곳은 제로페이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사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올 7월까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던 ‘제로페이’가 8월 들어 다시 주춤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행 초기에 비해 나아지고 있지만 다른 결제수단과 비교하면 이용건수·금액이 저조한 상황이다. 올해 하반기부터 공무원 업무추진비로 제로페이 사용이 가능해진 점을 고려하면 민간 사용률은 여전히 답보상태라는 지적이다. 가맹점과 소비자 사이에서는 인지도가 낮고 결제 과정이 복잡하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8월27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현재 제로페이 누적결제금액은 273억7000만원이다. 8개월 동안 28만3000개 가맹점에서 140만건이 결제됐다. 일평균 결제액이 2억원 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8월 월평균 결제액은 70억원으로 예상된다.

올해 초부터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한 제로페이의 1월 결제금액은 3억1000만원에 그쳤지만 지난 7월 결제건수와 결제액은 각각 30배와 20배 정도 급증했다. 다만 지난 7월 결제금액은 72억원으로 전달에 비해 20억원 가량 늘었지만 8월에는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못했다.

국내 오프라인 간편결제 금액 중 약 80%를 차지하는 삼성페이는 2016년 8월 출시 1년 만에 누적결제 금액 2조원을 달성했다. 계좌를 기반으로 한 제로페이와 달리 삼성페이는 신용카드·온라인 결제가 가능하지만 인지도, 편의성면에서 차이가 크다.

제로페이는 소상공인의 카드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서울시와 중기부가 만든 소상공인 간편결제 시스템이다. QR코드를 활용한 계좌이체 방식의 결제서비스다. 소비자는 기존 간편결제 앱이나 은행 결제 앱으로 가맹점에 비치된 QR코드를 휴대전화로 스캔한 후 거래금액을 입금하거나 앱에 등록된 QR코드로 직접 결제할 수 있다. 지문이나 터치 몇 번으로 결제가 가능한 다른 간편결제 서비스와 달리 제로페이는 이처럼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편의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8월28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우리 먼저 제로페이 페스티벌’에서 한 시민이 제로페이를 이용해 결제를 하고 있다. /사진=머니투데이 이동훈 기자


◆가맹점·소비자 정말 이득?

제로페이는 소상공인에게는 가맹점 수수료, 소비자에게는 소득공제라는 이점을 내세운다. 2018년 연매출 8억원 이하 소상공인은 제로페이로 결제할 때 수수료가 0%다. 연매출 8억~12억원은 0.3%, 12억을 초과하면 0.5% 수수료가 적용된다.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소득공제율이 각각 15%, 30%인 반면 제로페이를 이용하는 소비자는 40%를 받을 수 있다.

연매출이 8억원 이하여도 상시근로자가 5명이 넘으면 일반 가맹점으로 분류된다. 일반 가맹점은 1.2%의 제로페이 결제 수수료율을 적용받는다. 이 경우 제로페이보다 체크카드 수수료가 더 저렴하다. 연매출 5억~10억원에 해당하는 가맹점의 체크카드와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각각 1.1%, 1.4%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소득공제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체크·신용카드를 사용할 때 누릴 수 있는 마일리지, 할인 혜택 등을 받을 수 없다. 또 소득공제는 사용금액 중 총급여의 25%를 초과하는 금액을 과세대상 소득에서 빼주는 제도로 제로페이 지출 비중이 높아야 소득공제율이 높은 효과를 받을 수 있다.

◆‘잡음’ 많은 제로페이

제로페이는 출시 이후부터 실효성 문제가 꾸준히 제기됐다. 앞서 정부는 제로페이 사업을 민간에 이양하려하다 무산됐다. 제로페이 전담 운영법인(SPC) 설립 출연금으로 논란이 일어서다. 정부는 제로페이 전담 운영법인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재원 마련에 협조해 달라며 은행에 각 10억원씩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산안 편성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시와 중소벤처기업부는 올해 제로페이 홍보 예산만 98억원을 배정했다. 추가경정예산안에도 제로페이 관련 예산 76억원이 잡혀있었지만 국회 본회의에서 전액 삭감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박맹우(자유한국당) 의원은 제로페이 추경안에 대해 “소비자는 외면하고 소상공인에게도 도움 되지 않는 제로페이 관련 예산 전액을 삭감해야 한다”고 강력 주장했다.

박 의원은 “신용카드망은 물론 각종 페이도 활성화돼 있는 상황에서 계좌에 돈이 있어야만 결제할 수 있는 제로페이의 도입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정책”이라며 “제로페이 사용률은 신용카드 대비 0.000012%, 체크카드 대비 0.00002% 로 수십억원의 예산을 투입한 것에 비해 너무나 미비한 실적”이다“고 지적했다.

제로페이 부진에 대해서 중기부는 자리를 잡기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소비자 혜택 측면에서 결제사 프로모션 진행을 하고 있고 관련 이벤트도 계획하고 있다”며 "아직 제로페이가 도입된 지 1년이 안 됐다. 초기이기 때문에 자리 잡고 하면 효과가 나올 것이다"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추석합본호(제608호·60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심혁주 simhj0930@mt.co.kr

금융팀 심혁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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