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줄줄이 철수하는 ‘성역’… SK가 하면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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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가 차세대 먹거리로 부상하는 상황에서 SK그룹의 역할에 관심이 쏠린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불리던 SK그룹 내 바이오사업이 성과를 내기 시작해서다.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가 미국 진출을 앞두고 있으며 SK바이오사이언스는 기술료 획득으로 출범 이후 최대 분기 매출(2분기)을 기록하는 등 승전보를 울렸다.

제약시장은 그동안 대기업들이 고전을 면치 못한 ‘성역’이었던 만큼 SK그룹이 성공사례를 배출할 수 있을지 업계 관심이 집중된다. 앞서 제약시장은 높은 진입장벽과 리베이트 규제강화, 약가인하 등으로 한화(드림파마)·아모레퍼시픽(태평양제약)·CJ(CJ헬스케어) 등이 사업을 철수하고 고배를 마셨다.

신라젠 ‘펙사벡’ 임상실패,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 허가취소 등 업계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SK그룹은 의약품사업을 강화하며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그룹 차원에서 합성의약품, 백신, 혈액제제 등 분야별로 독립법인을 가동하며 체계적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는 전략을 세웠다.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이 독감백신 생산을 위해 세포를 배양하고 있다. /사진제공=SK케미칼

◆글로벌 위탁생산 잇는다

SK는 지난 2일 한국, 유럽, 미국 등 의약품 생산기지를 통합하는 신설법인 ‘SK팜테코’를 설립키로 했다. 통합법인 설립은 여러 지역에 분산된 의약품 생산사업의 지배구조를 단순화해 시너지와 효율을 극대화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에 설립되는 SK팜테코는 100% 자회사로 SK바이오텍, SK바이오텍아일랜드(유럽), 앰팩(미국) 등 3개 법인을 두는 거대 의약품 위탁생산(CMO)기업으로 거듭나게 됐다. 통합법인은 내년 1월 출범한다.
SK팜테코의 출범은 SK그룹이 CMO사업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분석된다. SK그룹이 SK바이오텍아일랜드와 앰팩을 인수하는데 약 1조원을 투자한 것으로 추정된다.

SK팜테코 출범으로 지역별 CMO들이 통합 운영되면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생산규모 확대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회사는 내다봤다. 생산규모는 현재 100만ℓ 수준에서 2020년 이후 세계 최대 규모 수준까지 확충할 방침이다. SK는 2025년 이후 CMO사업 가치를 10조원 수준으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SK 관계자는 “앞으로 SK팜테코는 미국 상장 및 글로벌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글로벌 톱10 CMO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은 CMO사업뿐 아니라 혁신신약 연구개발(R&D), 화학의약품, 백신, 혈액제제 등 사업특성별 별도 법인으로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연내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자체개발한 신약 2개가 글로벌 무대를 두드리고 있는 것을 무기로 내세웠다.

SK바이오팜의 재즈 파마슈티컬에 기술수출한 수면장애 신약 ‘수노시’는 올 7월 미국시장에 선뵀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수노시의 품목허가로 총 3650만달러(약 450억원)의 기술료 수익이 발생했고 이중 일부가 SK바이오팜으로 유입됐다.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도 미국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2월 세노바메이트의 허가를 심사하고 있다. 심사완료되면 SK바이오팜은 아벨 테라퓨틱스로부터 총 5억3000만달러(약 6000억원)의 기술료를 받는다.


SK바이오텍 직원이 의약품 생산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SK바이오텍

◆백신·혈액제제 차별화도

SK그룹 내 SK디스커버리도 SK케미칼을 기반으로 사업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SK디스커버리는 SK와는 지분관계가 엮이지 않았으나 서로 성격이 다른 영역에 기반을 잡았다.

SK의 SK바이오팜은 합성신약 위주의 R&D, SK바이오텍은 CMO에 주력한 반면 SK디스커버리는 SK케미칼(화학의약품)과 SK플라즈마(혈액제제), SK바이오사이언스(백신)를 뒀다. SK플라즈마와 SK바이오사이언스 두 곳 모두 경북 안동에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 ‘L하우스’에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SK플라즈마는 2016년 L하우스 혈액제제부문 가동으로 전보다 약 500% 늘어난 연 60만ℓ의 혈액제제 생산 규모를 확보했으며 SK바이오사이언스는 백신사업 호조로 지난 2분기 매출 512억원, 영업이익 16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출범 이후 최대 실적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자체개발한 대상포진백신 ‘스카이조스터’가 내수시장에서 선전했으며 사노피파스퇴르로부터 인플루엔자백신 생산기술을 수출하면서 2000만달러(약 240억원)의 기술료도 받았다”고 설명했다.

SK그룹은 계열사들의 선방으로 제약·바이오산업에 대한 가능성을 엿봤다. 그러나 신약 기대감이 줄어든 시장이 SK바이오팜의 발목을 잡는다. 최근 주요 바이오기업 임상 진행 과정에서 부정적인 소식이 전해지며 SK바이오팜이 성공적으로 상장할지 일각에서는 우려감을 표현하고 있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최근 상장폐지된 코오롱티슈진은 물론 신라젠·한미약품 등 임상이 취소되면서 제약바이오주가 흔들리고 있다”며 “국내 바이오업종에 대한 투자심리가 좋지 않은 상황인 만큼 SK바이오팜의 IPO가 흥행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SK는 어느 때보다 조심스럽게 IPO를 준비한다는 복안이다. 업계에서는 SK바이오팜의 세노바메이트가 FDA로부터 허가 결정을 받는 날인 오는 11월21일 이후 상장하는 게 가장 유력하다고 내다봤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10호(2019년 9월17~2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한아름 arhan@mt.co.kr

머니투데이 경제주간지 머니S 산업1팀 기자. 제약·바이오·병원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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