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가율' 양극화, 위기의 주거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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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가구 중 1가구꼴인 주거시스템 ‘전세’가 위기다. 정부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전셋값은 안정됐지만 수급불균형으로 인한 부실 징후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최근 나타난 현상은 매매가 대비 전세가비율(전세가율)의 서울-비서울 간 격차다. 서울은 전세가율이 낮아지며 세입자 입장에선 리스크가 작아졌지만 전세수요가 증가해 전세난이 우려된다. 비수도권 경기도나 지방은 전세가율이 높아져 세입자의 전세금 부담뿐 아니라 전세금 미반환 위험이 커졌다. 지방 부동산 침체로 집값이 내려가고 무주택자가 아닌 집주인의 대출이 불가해 전세시장 뇌관으로 떠올랐다.

◆서울-비서울 전세가율 격차 왜?

지난 7월 국토교통부의 전국 누계 전월세거래량은 115만6830건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6.8%, 5년 평균 대비 15.4% 증가했다. 통계청 인구조사 결과 지난해 전국 가구수는 2050만가구다. 국민 전체 가구의 약 5.6%가 전세로 산다. 전월세거래량 중 전세비중은 59.9%로 전년 동기 대비 1.6%포인트 증가했다.


/사진=뉴스1 성동훈 기자

이렇게 전세 의존도가 높아진 가운데 서울과 지방 간 전세가율 격차는 더 벌어졌다. 부동산114 조사 결과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율은 7년 전 수준인 53.6%를 기록했다. 서울 전세가율이 높던 2015년에는 지금보다 17.3%포인트 높은 70.9%였다.

전세가율이 하락한 건 서울 집값 상승이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한국감정원 조사 결과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해 8.0% 올라 2017년 상승률(4.7%)의 1.7배에 달했다. 집값이 많이 오른 강남(44.2%) 서초(45.5%) 송파(46.6%) 강동(50.3%) 등 강남4구와 마포(58.2%) 용산(47.4%) 성동(57.3%) 등 마용성은 대부분 전세가율이 평균보다 낮았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대출규제가 강화된 상황에 전세가율이 하락하면서 매매전환 시 드는 비용이 늘어나 매매수요가 줄어들었다”고 분석했다.

지방은 정반대다.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지방 아파트의 평균 전세가율은 충북(80.4%) 강원(80.2%) 경북(79.3%) 전북(79.2%) 충남(78.6%) 순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업계는 전세가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준공 10년 이상 노후아파트의 비중도 높다고 분석했다. 통계청 조사 결과 전세가율이 높은 강원(86.1%) 전북(82.8%) 충북(79.8%) 경북(77.9%) 충남(73.1%) 등은 아파트 노후비율이 70%를 넘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새 아파트 수가 적어서 평균 매매가를 끌어내리고 매매 대신 전세를 선택하는 수요가 늘어나 전셋값을 올린다”고 분석했다.



◆대출제한 완화 필요해

서울처럼 전세가율이 낮으면 자연스레 갭투자(전세금을 제외한 금액만 내고 집을 매수함)가 줄어든다. 보유자금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매매수요가 줄고 상대적으로 전세수요가 늘어나 전세불안을 부추긴다.

서울에 전세로 사는 30대 직장인 김유리씨(가명)는 “올초 전세계약이 끝나 내집 마련을 계획했다가 집값이 너무 많이 오른 데다 대출도 적게 나온다고 해 포기했다”면서 “전세 재계약을 했는데 2년 후 집값이나 전셋값이 어떻게 될지 몰라서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전세난보다 더 위험한 건 역전세난이다. 지방은 인구감소와 아파트 공급과잉이 심각한 가운데 높은 전세가율을 유지하며 집주인의 위험성이 커졌다. 

전세 대기수요일 경우 낮은 전셋값이 좋은 조건이지만 이미 전세계약 중인 세입자는 이후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이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집주인 대신 반환한 전세금안심대출보증 보험금 규모는 2017년 34억원(16건)에서 지난해 583억원(285건), 올 4월 말 594억원(266건)으로 늘어났다.

또 법원경매정보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 5월 아파트, 다세대, 단독주택의 경매 진행건수는 5261건으로 3개월 새 46.5% 급증했다. 수도권은 경기(592건→1132건), 지방은 경남(573건→1016건)의 증가폭이 가장 컸다. 장근석 지지옥션 팀장은 “지방 아파트의 매매가 하락으로 여러채를 보유한 갭투자자들이 타격을 입으면서 경매로 넘어온 영향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2주택자 이상의 전세금 반환을 위한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행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무주택자 40%, 1주택자 0%, 2주택자 이상은 전세금 반환 목적도 금지한다. 이 때문에 꼼수대출과 대출 풍선효과가 기승을 부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마이너스통장과 신용대출을 포함한 은행권 기타대출은 지난 6~7월 2조2000억원 증가해 9개월 새 최대 규모로 늘어났다.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지난 4월 기준 100조원을 넘어 2년 4개월 만에 두배로 불어났다. 개인사업자대출 잔액은 올 들어 3.8% 증가한 327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서울 부동산의 수급불균형을 해결하지 않고 대출규제만 강화해 꼼수대출이 생겨났다”면서 “전세대출과 자영업대출은 가계부채의 약한 고리여서 부실화될 경우 경제 전반에도 타격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2주택자 이상의 전세금 반환을 위한 주택담보대출이 제한돼 세입자 피해가 우려된다”며 “금융위기 후 전세금 반환 대출상품이 출시된 적이 있는데 다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10호(2019년 9월17~2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노향 merry@mt.co.kr  |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산업2팀 김노향 기자입니다. 부동산·건설과 관련한 많은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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