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 말자”… 경영보폭 넓히는 이재용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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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보폭을 넓히고 있다. 최근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로 경영활동에 제약이 생길 것이란 업계의 예상과는 달리 비(非)전자 계열사 및 해외사업장으로 현장경영 범위를 확대하며 숨가쁜 일정을 소화하는 모습이다. 총수로서의 입지를 강화해 그룹 안팎에서 불거지는 위기론을 불식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위기론 정면돌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5일 삼성물산이 건설 중인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도심 지하철 공사 현장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은 “추석 연휴를 가족과 함께 보내지 못하고 묵묵히 현장을 지키고 계신 여러분들이 정말 고맙고 자랑스럽다”며 “중동은 탈석유 프로젝트를 추구하면서 21세기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 여러분이 흘리는 땀방울은 지금 이 새로운 기회를 내일의 소중한 결실로 이어줄 것”이라고 임직원을 격려했다.

이 부회장의 삼성물산 해외 건설현장 방문은 재계의 예상을 뒤엎는 행보다. 당초 재계에서는 대법원이 지난달 29일 국정농단에 연루된 이 부회장의 유죄범위를 적게 인정한 2심의 판단을 뒤집고 파기환송을 결정하자 경영활동이 주춤해 질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이 부회장은 2분기 실적부진과 일본 수출규제로 불확실성이 커지자 지난달부터 전자계열사의 국내 사업장을 중심으로 현장경영을 본격화했다. 지난달 6일 삼성전자 충남 온양사업장과 천안사업장을 시작으로 9일 경기 평택사업장, 20일 광주사업장, 26일 삼성디스플레이 충남 아산 사업장을 잇따라 찾은 바 있다.

반면 대법원 판결을 기점으로 현장경영에 힘이 빠질 것이란 관측이 이어졌다. 지난 추석연휴에도 공식적인 활동보다는 자택에서 휴식을 취하며 앞으로 파기환송심의 대응방안 등을 고심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현장경영 기조를 그대로 이어가는 것은 물론 그 범위를 해외사업장으로 확대했다. 대법원의 판결과 무관하게 흔들림 없이 경영활동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대외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다.

처음으로 비전자 계열사의 해외 건설현장을 찾은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 부회장이 과거 명절 연휴기간을 이용해 해외 출장길에 오른 적은 있지만 계열사의 해외 건설현장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프로젝트 완수를 위해 명절에도 쉬지 않고 업무에 매진하는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행보는 전자부문을 넘어 그룹 전반의 현안을 직접 챙기며 총수로서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의도로 읽힌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기술경쟁력 강화 방점

이 부회장이 앞서 지난달 초 현성철 삼성생명 사장, 최영무 삼성화재 사장,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이사,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 전영묵 삼성자산운용 대표이사 등 금융계열사 사장단과 회동을 갖고 각사의 경영현황을 점검한 것도 이 같은 해석에 힘을 싣는다.

이 부회장이 잇단 현장경영을 통해 임직원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는 흔들림 없이 위기를 극복하자는 것이다. 특히 글로벌 경쟁심화, 일본의 수출규제 등으로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상황을 넘기 위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와 관련 이 부회장은 지난 11일 삼성전자 서울R&D캠퍼스에 위치한 삼성리서치를 찾아 ▲차세대 통신기술 ▲인공지능(AI) ▲차세대 디스플레이 ▲로봇 ▲증강현실(AR) 등 선행기술 전략을 논의했다.

삼성리서치는 삼성전자 세트부문의 통합 연구 조직으로서 세계 14개 연구거점에서 1만여명의 연구개발 인력들이 AI, IoT 등 미래 신기술 및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융복합 기술 등 4차 산업혁명 기반기술에 대한 선행 연구를 진행하는 글로벌 R&D 허브다.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은 “불확실성이 클수록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흔들림 없이 하자”며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기술로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 철저하게 준비하고 끊임없이 도전해 꼭 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이 부회장이 지속적으로 주창해온 경영지론의 연장선상이다. 이 부회장은 올들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 미래 반도체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선 '기술 초격차'가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삼성이 놓치지 말아야 할 핵심은 장기적이고 근원적인 기술경쟁력을 확보하는 것”, “신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 다가올 새로운 미래를 선도해야 한다”, “기술만이 살 길” 등의 발언을 잇따라 쏟아냈다.

이 부회장이 삼성의 미래먹거리 분야 기술력을 강조함에 따라 가시적인 성과창출도 기대된다. 이미 삼성전자는 일본의 수출규제와 관련한 소재 국산화에서 성과를 냈다. 반도체 일부 공정에 국내 업체가 생산한 고순도 불화수소를 투입한 것. 지난 7월 일본의 불화수소 수출규제가 시작되자 국산화에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업계의 부정적 전망를 깨고 두 달 만에 이룬 성과다.

업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을 중심으로 일본발 리스크에 기민하게 대응한 결과”라며 “이 부회장이 대법원의 판결에도 흔들림 없는 경영활동을 보임에 따라 다른 수출규제 품목의 공급처 다변화 및 국산화 전략에도 한층 속도가 실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한듬 mumford@mt.co.kr

머니S 산업팀 기자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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