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새살 돋는 메콩강처럼… ‘함께의 가치’로 국제개발협력 앞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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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경 코이카 이사장, ODA 회의서 '상생번영' 강조
일방적 원조→지속가능한 상생번영으로 방향 전환
코이카, 개도국 기술인력 양성·민간사업 진출 지원
“경제적 이익 앞세워 원칙 훼손 안돼” 인도주의 강조
신남방정책 맞물려 ODA 규모 매년 20% 확대 전망


지난 19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서울 ODA 국제회의'를 개최한 이미경 코이카 이사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머니S 장동규 기자
#1. 메콩강 일대 농촌이 변하고 있다. 전쟁의 아픔이 서린 곳이 평화와 생명의 터전으로 바뀌는 것. 이곳의 숙제는 전쟁폭발물을 제거하면서 평화로운 농촌공동체를 회복하는 것이다. 최근 라오스를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불발탄 문제에 있어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농촌 평화공동체 지원에 큰 관심을 드러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하 코이카)은 메콩강 일대에서 폭발물을 제거하는 한편 피해자들에 대한 재활 및 소득증대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2. 동남아국가연합(ASEAN·이하 아세안)과 한국은 전쟁과 빈곤의 아픔을 딛고 일어서서 평화와 번영을 추구하는 길을 함께 걷고 있다. 그 일환으로 코이카는 아세안 발전에 원동력이 될 수 있는 고등교육분야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고등교육’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아세안 소재 대학의 교육역량 계발과 현대화를 위한 프로젝트로, 현지 인력양성과 양국 인적교류 활성화에 방점을 찍었다.
 
국제개발협력의 틀이 바뀌고 있다. ‘급한 불’ 먼저 끄고 봐야 하는 상황의 일방적인 원조에서 개발협력국이 ‘자가발전’할 수 있는, 이른바 지속가능한 ‘상생번영’의 길로 나선 것. 개발도상국의 경제성장과 인력양성에 대한 지원은 개발협력국과 한국 간의 우호관계 형성뿐 아니라 우리 기업의 해외 경제활동에도 활력을 불어넣는다.

국제사회에서 상생번영은 외교, 경제적 이익을 넘어 ‘책임’을 의미한다. 유엔은 국제사회와 2030년까지 ‘지속가능개발목표’(SDGs)를 달성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기후변화, 빈곤층해소, 일자리창출, 도시화에 따른 다양한 문제들에 개도국뿐 아니라 선진국도 책임이 있음을 강조했다. 여기에는 정부는 물론 시민사회와 민간기업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동참이 요구된다.

코이카는 지난 19일 상생번영의 가치가 개발협력에 어떻게 적용돼야 하는지 국내외 관계자들과 논의하고 시사점을 도출하는 장을 마련했다. 이날 서울 롯데호텔에서 ‘제13회 서울 ODA(공적개발원조) 국제회의’를 개최한 이미경 코이카 이사장에게 상생번영에 대한 설명을 들어봤다.

◆“기후변화에서 보듯 개발협력은 ‘함께’해야”

온난화와 미세먼지 등 기후변화는 특정 국가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렇듯 SDGs는 기후변화, 불평등, 인권, 평화, 환경 등 전 지구적 문제에 대해 개도국뿐 아니라 선진국도 책임을 갖고 상생번영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을 담았다.

SDGs를 달성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은 어떨까. 이 이사장은 “우리 정부도 관련 정책과 법을 통해 SDGs 목표 이행을 위해 노력한다. 국제개발협력기본법에 따라 코이카를 통해 개도국의 SDGs 달성에 동참하고 있다”면서 “코이카는 사람(People), 평화(Peace), 번영(Prosperity), 환경(Planet) 등 ‘4P’를 중심으로 개도국의 SDGs 달성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펼친다”고 운을 뗐다.

이번 서울 ODA 국제회의의 주제 역시 ‘SDGs 달성을 위한 상생번영 실천방향’이었다. 이번 회의에서 이 이사장은 SDGs 실현을 위해 상생번영이 중요한 이유를 거듭 강조했다.

“상생번영은 개발협력의 주체가 ‘함께’ 번영한다는데 방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는 개발도상국이 일방적으로 수혜를 받는 전통적 개발협력이 아닌, 협력대상국과 공여국이 동등한 파트너로서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글로벌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각국의 경제가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경제위기가 인간 삶의 질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각국의 경제 활성화는 인류 번영과 연계됩니다. 그래서 상생번영은 우리 모두의 번영을 논의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이미경 코이카 이사장이 지난 19일 '서울 ODA 국제회의'가 열린 서울 롯데호텔에서 '상생번영'의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사진=머니S 장동규 기자
그렇다면 상생번영은 어떻게 달성 가능할까. 이 이사장은 “코이카는 상생번영의 핵심에 개도국 민간부문의 활성화를 주목해야 한다. 비즈니스 활성화는 일자리를 만들고 산업발전을 견인한다”면서 “튼튼한 경제를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번영의 선순환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러면서 “코이카는 이제 상생번영을 위한 개도국의 민간부문 발전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우선 개발협력사업의 혁신과 시너지 창출을 위한 파트너십 폭을 확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개발협력의 주체가 정부와 국제기구뿐 아니라 기업이나 시민사회 등 민간으로도 확대되고 있다는 뜻이다.

◆상생번영, 선진국·개도국·민관의 공동 책무

개도국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려면 선진국 정부 외에도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포괄적인 파트너십을 맺고 힘을 모아야 한다는 주장이 국제사회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이사장은 “지식과 기술을 전수하고 서로의 문화와 관습을 깊이 알아가는 과정에서 한국 기업과 청년 진출은 물론 교류도 자연스럽게 따라올 수 있다”고도 했다.

코이카는 상생번영 차원에서 개발도상국에서 기술인력 양성이나 비즈니스 가치사슬 구축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한다. 캄보디아 프놈펜 소프트웨어 전문인력 양성사업이나 필리핀 맹그로브 숲 친환경 수산양식 사업이 그것이다.

이 사업들은 현지의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 불평등 감소 등에 기여하는 한편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의 우수한 노동인력 확보와 안정적인 유통망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이사장은 “경제적 이익이 가시적으로 보이지 않더라도 우리 기업들의 해외진출과 현지 교민 안정에 기여하는 다양한 사업들도 있다”면서 “가령 미얀마에서 진행 중인 법령정보 시스템 구축사업, 튀니지에서 완료한 전자조달시스템 구축사업은 개발협력국에 투명하고 효과적인 행정 시스템을 구축함과 동시에 우리 기업들의 현지 정보 획득과 해외진출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칙, 개발협력의 가치 훼손하지 않는 것”

상생번영 사업 추진에는 걸림돌이 있기 마련이다. 일례로 중국은 국제사회는 물론 개도국으로부터 비판을 받는다. 물량공세 중심의 원조, 원조사업을 위한 수입물자와 용역을 자국이나 특정 국가를 통해 조달하는 구속성 원조를 펼친 탓이다.

이에 대해 이 이사장은 ‘원칙’을 강조했다. 원칙에 대해 그는 “개발협력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민간과 시장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 불평등이나 환경오염 등의 부작용을 간과하지 않다”고 했다. 자국의 정치적인 목적과 상업적 이득을 우선시한 개발협력사업은 효과적인 SDGs 달성을 저해하고 개발도상국에서도 반감을 일으키게 된다는 것.

이미경 코이카 이사장은 "개발협력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것"을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사진=머니S 장동규 기자
그러면 이 이사장은 “한국은 일본이나 중국보다 원조 규모가 현저히 작다보니 주변 국가와 유사하게 ODA 사업을 추진한다면 매력을 얻을 수 없다”면서 “일본과 중국이 경제적 이익을 강조할 때 우리는 인도주의와 상생번영의 관점에서 사업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한국은 식민지 시대의 아픈 역사를 겪었고 개발협력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한 나라라는 점에서 “개도국과 비슷한 역사를 공유하고 있기에 작은 규모의 진정성 있는 개발협력을 통해서도 연대감을 강화할 수 있다”고도 했다.

◆“신남방정책, 함께 움직이는 코이카의 상생번영”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신남방 정책과 관련, 상생번영의 가치를 강조해왔다. 이에 대해 이 이사장은 “아세안과 한국은 전쟁과 빈곤의 아픔을 딛고 일어서서 평화와 번영을 추구하는 길을 공유한다. 신남방정책의 핵심은 사람이 중심이 된 상생번영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코이카는 4P를 핵심가치로 삼아 아세안의 역내 개발격차 감소, 인권 향상, 성평등 증진 등 보편적 가치 달성을 위한 협력을 확대한다. 아세안이 사람 중심적 개발을 이뤄나갈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그런 차원에서 신남방지역을 대상으로 ODA 규모를 매년 20% 이상 확대해 2023년까지 2배 이상 증액하고 국내외 파트너와의 연계 협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덴마크는 서아프리카 기니만에서 해적행위와 무장강도 사건이 증가함에 따라 ‘포괄적인 해상보안프로그램’을 내놨다. 뉴질랜드는 ‘태평양 재정립 전략’을 발표하면서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키로 했다. 선진 공여국의 상생번영 정책이다. 이러한 가운데 사람 중심의 신남방정책과 이에 상응하는 코이카만의 상생번영 프로젝트가 아세안을 넘어 전세계에서 빛을 발할지 주목된다.

☞이미경 한국국제협력단(KOICA) 이사장은
▲1950년생 ▲이화여대 영어영문과 학사 ▲동대학원 정치외교학 석사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대한민국 제15·16·17·18·19대 국회의원 ▲핵군축 국제의원연맹(PNND) 한국대표/세계공동대표 ▲한·EU 의원외교협의회장 ▲(사)여성의정 공동대표

박정웅 parkjo@mt.co.kr
사진=장동규 기자 jk3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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