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서 못 판다”… ‘이중국적’ 한국지엠의 행복한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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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버스. /사진제공=쉐보레

‘이중국적’을 달고 재도약에 나선 한국지엠의 승부수가 통하는 분위기다. 최근 국내 생산차와 수입차의 경계를 구분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그 첫걸음을 알리는 것이 콜로라도와 트래버스인데 초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중형SUV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도입한 이쿼녹스는 기대치를 하회했다. 이로 인해 콜로라도와 트래버스가 이쿼녹스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그동안 콜로라도, 트래버스와 같은 미국차를 기다려온 소비자들이 생각보다 많았던 것. 한국지엠은 과거 높은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던 임팔라 때와 같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콜로라도. /사진=이지완 기자


◆두번의 실패는 없다

최근 5년(2014~2018년) 누적적자가 약 4조원 쌓이며 위기에 직면한 한국지엠은 군산공장 폐쇄, 대규모 구조조정 등을 단행했다. 이후 정부로부터 8000억원의 혈세를 수혈받고 경영정상화 과정을 밟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제너럴 모터스(GM)도 적극적인 투자를 약속했고 2종의 신차를 배정했다.

신차 배정은 경영정상화를 노리는 한국지엠의 미래 계획에 힘을 실어준다. 한국지엠은 2020년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시장에 진출할 준중형SUV인 트레일 블레이저와 2023년 차세대 CUV를 생산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그렇다고 마냥 신차 생산을 기다릴 수는 없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적극적인 수입차 도입이다.

“앞으로 수입 모델이 한국지엠 포트폴리오의 60%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고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이 지난 8월26일 쉐보레 콜로라도 출시행사에서 말했다. 한국지엠의 제품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예전만 못하다. 캡티바, 올란도, 크루즈, 아베오 등이 단종됨에 따라 승용부문에서는 스파크, 말리부, 트랙스, 이쿼녹스, 임팔라, 카마로, 볼트EV 등만 판매하고 있다.

50개월 무이자할부로 고객몰이에 나선 스파크와 소형SUV 트랙스가 선전 중이긴 하지만 다운사이징 등으로 기대감을 모았던 말리부가 고전 중이다. 트랜스포머의 범블비로 잘 알려진 퍼포먼스카 카마로는 워낙 수요가 적다. 지난해 들여온 이쿼녹스는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았다.

일각에서는 한국지엠의 공격적인 수입차 도입 전략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지난해 야심차게 선보인 이쿼녹스의 부진이라는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2004년 1세대 출시 후 지난해까지 북미시장에서 누적판매량 230만대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끈 이쿼녹스지만 국내에서는 얘기가 달랐다.

지난해 6월 말 출시돼 연말까지 총 1718대가 팔린 것이 전부였다. 더욱이 출시 5개월여 만에 디젤 모델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가솔린 모델을 추가했지만 큰 반응을 얻지 못했다.

◆너무 잘 팔려도 문제

최근 분위기는 이쿼녹스 때와 완전히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아직 실물이 전시장에 완벽히 배치되기 전임에도 콜로라도와 트래버스의 사전계약 반응이 뜨겁다. 수입차시장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픽업트럭인 콜로라도는 지난달 11일 기준 사전계약 1000대를 돌파했다. 긴 전장으로 SUPER SUV라는 타이틀을 내걸기도 한 트래버스는 사전계약 10여일 만에 1500대를 넘어섰다.

물론 사전계약이라 안심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정식계약이 아닌 만큼 계약을 미리 걸어둔 소비자들이 실물을 보고 계약을 취소할 수도 있다.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쉐보레 전시장에 해당 차량들이 전시될 예정이다. 이후의 계약건수 변화 등이 중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콜로라도와 트래버스가 기대 이상의 반응을 얻고 있는 이유는 뭘까. 공식 출시 전부터 가격 및 옵션 등에 대한 시장조사를 실시하는 등 합리적인 가격 찾기에 나선 덕분으로 풀이된다. 실제 콜로라도와 트래버스의 판매가격은 시장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콜로라도의 판매가격은 ▲익스트림 3855만원 ▲익스트림 4WD 4135만원 ▲익스트림-X 4265만원이다. 수입 픽업트럭임에도 3000만원대부터 시작한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트래버스의 가격은 ▲LT 레더 4520만원 ▲LT 레더 프리미엄 4900만원 ▲RS 5098만원 ▲프리미어 5324만원 ▲레드라인 5522만원이다. 동급 수입 경쟁모델로 분류되는 포드의 ‘올 뉴 익스플로러’가 5990만원임을 감안하면 선택의 폭과 가격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한국지엠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판매량 걱정이 아닌 물량수급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 이는 과거 임팔라 사태를 떠오르게 한다. 한국지엠이 수입해온 쉐보레의 플래그십 준대형 세단 임팔라는 2015년 출시 첫해 6913대가 팔렸다. 3000만~4000만원대로 형성된 경쟁력 있는 가격을 발판으로 사전계약수가 4000대를 넘어섰다. 예상보다 높은 인기에 기대감을 높였지만 물량공급 문제로 판매량이 들쭉날쭉했고 상승세를 오롯이 이어가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 없는 차종을 들여와 팔 수 있다는 것은 브랜드 입장에서 매우 긍정적인 일”이라며 “하지만 물량수급에 대한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13호(2019년 10월8~1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지완 lee88@mt.co.kr

머니S 산업2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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