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신사옥, 첫삽도 못 뜬 ‘264조원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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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 신사옥이자 국내 최고층 복합빌딩이 될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의 사업 불확실성이 제기된다. 현대차그룹은 2014년 한국전력공사 청사였던 서울 삼성동 GBC 부지 8만여㎡를 매입하는 데 감정가의 3배인 10조5500억원을 치러 과잉투자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후 5년여 만에 가까스로 착공을 가시화했지만 다시 부동산 침체시기와 맞물리며 추가 투자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현대차 GBC 조감도. /사진제공=현대차그룹

◆외부투자자 접촉 반년째 무소식

현대차는 2014년 삼성동 부지를 놓고 삼성그룹과 경쟁했다. 현대차가 부지 매입을 위해 써낸 낙찰가는 감정가 3조3346억원보다 3배 이상 높은 액수일 뿐 아니라 시장 예상금액인 최대 5조원과 비교해도 2배를 넘었다. 당시 경쟁상대였던 삼성그룹은 입찰가를 밝히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5조원대로 추정한다.

현대차가 공개한 GBC 건설계획에 따르면 지하 7층~지상 105층, 최고 569m 높이의 업무·호텔·공연·전시 복합빌딩인 GBC는 서울시 랜드마크는 물론 코엑스와 잠실종합운동장을 잇는 국제 마이스(MICE) 중심지로 기대를 모았다. 현대차가 제시한 GBC 건설의 미래 27년 경제효과는 264조원으로 직·간접적 일자리 창출효과가 121만개다. 서울시 전체 취업자수의 4분의1 규모다. GBC 프로젝트는 또 강남 일대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잠실종합운동장 리모델링 등 총 9개 공공기여사업과 연계돼 정부가 ‘2019년 경제정책방향’에 포함시킬 정도였다.

현대차는 당초 현대모비스, 기아차 등 주요 계열사와 3조7000억원에 달하는 사업비를 분담할 방침이었다가 올초 돌연 계획을 바꿔 외부투자자와의 공동개발 방식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외부에서 우려한 재무부담이 현실화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주주이자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엘리엇’은 지난해 11월 GBC사업에 대한 회의적 시각을 드러냈다. 엘리엇은 현대차에 글로벌 컨설팅사의 보고서를 인용한 편지를 보내 초과자본금의 주주 환원을 요구했는데 특히 비핵심자산에 대한 전략적 검토를 주장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삼성동 부지 매각을 진행하라는 뜻으로 해석했다. 보고서는 구체적으로 현대차가 8조~10조원의 초과자본을 보유했다고 봤다.

엘리엇의 요구는 현대차 주가하락이 가장 큰 원인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현대차 주가는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9년 12월 후 약 9년 만인 지난해 11월 10만원 이하로 떨어졌다. 2014년 삼성동 부지를 구입한 후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한 것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삼성동 부지 매입에 따른 현대차그룹의 이자수익 감소가 현대차 약 1000억원, 현대모비스 700억원, 기아차 500억원 수준이라고 전망했다.

그동안 부동산 과열, 서울 인구집중, 비행안전 문제 등을 놓고 정부의 심의에 부딪혀 수차례 표류하던 GBC사업은 올 연말 착공이 예정돼 2023년 완공될 계획이다. 현재 GBC는 서울시의 건축허가 등을 남겨놓은 상태다. 서울시 관계자는 “올 12월에는 승인이 완료돼 착공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대차가 외부투자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착공시기가 또다시 미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현대차는 해외 연기금과 국부펀드, 글로벌 투자펀드 등을 접촉해 투자의향을 타진했지만 지금까지 진척이 없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외부투자자를 계속 알아보는 중”이라고 밝혔다.



◆미래 100년 내다본 투자 맞나?

문제는 착공이 돼도 과연 현대차가 기대한 부동산 개발효과가 있느냐는 것이다. 외부투자자 유치가 어려운 것도 사실상 부동산경기와 무관하지 않다.

국책연구기관인 KDI 한국개발연구원은 지난 8월 보고서에서 부동산 경기침체로 건설부문 투자가 위축돼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수주 7.5%, 기성 6.3%, 토목 1.9%가 감소했다고 밝히며 당분간 부진한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부동산경기가 앞으로 3~4년간 나쁠 것으로 전망돼 GBC 개발효과를 기대하기가 힘든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상황이 이렇자 현대차의 대규모 투자가 적정했는지에 대한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든다.

조준현 대한건설협회 정책본부장은 “현대차가 부지 매입을 위해 지불한 10조원은 당시에도 지나치다는 논란이 있었고 지금의 가치로 봐도 적정한지 따져봐야 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국감정원 부동산통계에 따르면 2014~2018년 삼성동 땅값은 24.42% 올랐다. 당시 삼성동 부지의 시장 예상금액인 5조원에 5년간 땅값 상승률을 반영해도 6조2200억원을 조금 넘는다.

현대차가 삼성동 부지를 매입하기 전인 2014년 2분기 보유 순현금은 17조4000억원이다. 만약 매입대금을 차입금에만 의존했을 경우 10조원에 대한 이자비용은 분기당 600억~800억원 수준이다.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당시 현대차의 현금 보유규모를 보면 재무부담이 갈 정도는 아니었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하지만 최근 반기보고서를 보면 현대차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9조4917억원으로 5년간 45.45% 감소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삼성동 부지 매입대금을 이듬해 청산했기 때문에 최근 현금성자산이 줄어든 것과 관련이 없고 GBC는 단순 임대수익만 목적으로 하는 사업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GBC는 현대차와 주요 계열사의 임직원 1만여명이 입주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신사옥 건립을 통해 계열사가 각자 내던 연간 임대료 2400억원을 절감할 수 있고 무엇보다 무형자산 투자로 계량화할 수 없는 이익을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시공은 그룹 계열사인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맡는다.

현대차그룹에서 전략기획을 담당했던 정진행 부회장이 올초 현대건설로 승진 이동한 것을 두고도 GBC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한 전략인사로 풀이하는 시각이 있다. 정 부회장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13호(2019년 10월8~1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노향 merry@mt.co.kr  |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산업2팀 김노향 기자입니다. 부동산·건설과 관련한 많은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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