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떼면 뭐 남나”… 신용카드 꺼리는 보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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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지난해부터 금융당국은 보험료 카드납부를 권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현장에서의 카드 이용률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정책이지만 보험사와 카드사 간 이견이 크기 때문이다. 보험료 카드납부가 늘어날수록 카드사는 수수료 이익이 늘어나지만 보험사는 비용 부담이 커진다.

보험사는 ‘카드 수수료 인하’를 주장하지만 카드사는 ‘그럴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카드납부 자체를 거부하는 보험사도 많다. 보험료 카드 결제율이 3%에 불과한 생보사의 경우 ‘빅3’인 삼성생명은 삼성카드로만 결제할 수 있다. 교보생명과 한화생명은 카드 결제를 거부하고 있다.

생명보험협회 공시에 따르면 올 2분기 기준 생명보험사 카드납 지수는 3.0%로 집계됐다. 카드납 지수는 전체 수입보험료 가운데 카드 결제 수입보험료가 차지하는 비중으로 보험사가 신용카드 결제를 허용하는 비율을 수치화 한 것이다. 이 중 보장성보험은 5.8%, 저축성보험과 변액보험은 각각 0.8%, 0.7%만 카드로 결제됐다.

삼성생명의 보장성보험 46개 중 21개 상품만 카드로 결제할 수 있다. 다만 실제 카드로 납부하는 금액은 전체 보험료(2조3284억원) 중 0.1%(13억원)에 불과하다. 교보, 한화생명은 카드로 보험료를 낼 수 있는 상품이 없다. 중소형사에 비해 계속보험료가 많은 대형사일수록 카드 수수료 규모가 커서다.

중소형 생보사는 상대적으로 카드 납부의 폭이 넓다. 신한생명은 모든 보장성 상품의 보험료를 카드로 납부할 수 있다. 6개 카드사게 결제를 허용했는데 전체 보험료 중 19.6%에 해당하는 보험료가 카드로 납부됐다. KB생명도 보장성보험료 697억원 중 147억원(21.4%)이 카드로 결제됐다.

카드납부에 따른 수수료 부담은 보험사 모두 떠안는다. 다만 상대적으로 가입자가 적은 중소형사가 고객유치를 위해 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저축성·변액보험료에서 카드결제 비중이 낮은 이유는 운용수익률 때문이다. 두 상품은 보험료 운용수익으로 일정 금리의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으로 보험사 입장에서는 통상 2% 수준인 카드 수수료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특히 1%대 저금리 상황에서 과거 판매했던 확정고금리 상품은 금리가 내려갈수록 역마진이 커지고 있다.

카드수수료로 통상 2% 수준인데 운용수익이 필요한 저축성변액보험은 수수료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저축성보험 6개에 대해 카드 납부를 허용하는 KB생명를 제외하면 나머지 생보사가 카드 납부를 거부하는 이유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카드납을 하는 회사들은 수수료가 부담되더라도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입장이다”며 “반면 대형사는 보험료 금액 자체가 커 카드 수수료가 상대적으로 더 부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카드납부 높은 손보사… 왜?

손해보험사는 전체 보험 상품 중 4분의1이 카드결제가 가능하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14개 손보사가 벌어들이는 보험료 중 26.6%는 카드로 결제되고 있다. 장기보장성, 장기저축성, 자동차보험이 각각 11.3%, 4.8%, 76.2%로 비중을 차지한다.

생보사와 같은 이유로 대부분 손보사 역시 저축성보험은 카드 납부를 허용하지 않는다. 다만 나머지 보험 상품은 카드결제가 가능하다. 특히 자동차보험 카드 결제율이 76.2%에 달한다.

20년 넘게 보험료를 매월 납부해야하는 장기보험과 달리 1년마다 보험료를 납부하는 자동차보험은 수수료 부담이 덜해서다. 카드사에서도 신용카드로 자동차보험료 결제 시 할인혜택을 제공하거나 포인트를 적립하는 등 카드 사용에 열을 올린 것도 한 몫 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손보사들이 판매하는 자동차보험은 1년에 한번만 납부하면 되지만 생보사들은 20~30년씩 장기적으로 납부한다"며 "저축성보험의 경우 결제가 매달 진행되기 때문에 수수료가 부담된다. 그 비용은 상품 사업비로 포함되기 때문에 결국 고객에게 손해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료 카드결제 5조원… 수익성 남아

카드업계는 소비자 편의를 위해 보험료 카드결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수수료 인하에 대해서는 반대하고 있다. 다른 가맹점과 달리 예외적으로 수수료를 낮출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카드 수수료 인하로 실적악화를 겪는 카드사는 보험료 카드납부로 수익성도 높일 수 있다. 지난 2분기 전체 카드사에서 발생한 카드 결제액은 214조원이다. 이 중 생보사와 손보사의 카드 결제 금액은 각각 4491억원, 4조9282억원이다. 생보사 전체 수입보험료가 15조원가량인 점을 감안했을 때 손보사 수준으로만 카드납부가 이뤄져도 결제액이 4조원 가까이 늘어난다.

카드 수수료율을 낮추는 방법이 있겠지만 쉽지 않다.  

올해 3월부터 카드 수수료 인하라는 악재로 대부분 카드사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하반기에는 신규 신용카드 가맹점이 된 사업자 23만여명 중 연 매출 환산액이 30억원 이하인 사업자에게 카드수수료 568억원을 돌려줘야해 전망이 밝지 않다.

형평성 문제도 있다. 카드업계는 수많은 가맹점을 두고 보험사만 예외적으로 수수료 인하를 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보험사 카드 수수료만 내리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료 카드납부에 대한 불협화음은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금감원은 보험료 카드납부를 독려하고 있지만 지난해 보험사별 카드납 지수 공시 이후로 카드납부율도 오히려 줄고 있다. 금융당국은 시장에 개입하는 게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지만 적절한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13호(2019년 10월8~1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심혁주 simhj0930@mt.co.kr

금융팀 심혁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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