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나절에 6000만원, 누리꾼이 퀴즈 풀면 광고비 쭉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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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표를 사고 숙박시설을 이용하면 쌓이는 마일리지 득템, 매일매일 어플리케이션(앱)에 접속해 출석체크하면 쿠폰을 주는 경험치 보상 등의 게임이 일상으로 스며들었다. ‘Game’(게임)과 ‘~fication’(~化)라는 단어를 합친 게이미피케이션은 게임이 아닌 영역을 ‘게임화’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서비스에 재미를 더하니 이용자가 좋아하고 이용자가 좋아하니 실적이 올라가며 기업 매출도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다. 하지만 ‘게임은 질병’이라는 사회풍토적 경각심이 사라지고 과몰입,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머니S>가 게이미피케이션의 현주소와 미래를 짚어봤다.<편집자주>

[“세상을 플레이하다” 게이미피케이션-②] ‘실검 점령’한 노이즈 마케팅


#A은행 마케팅부 김 부장은 최근 플랫폼업체 토스에 광고제안서를 보냈다가 깜짝 놀랐다. ‘행운퀴즈’의 광고비가 4000만원에 달해서다. 여기에 퀴즈시간을 늘리면 비용은 최대 6000만원까지 늘어났다. 김부장은 “퀴즈광고는 단기간에 많은 고객을 유입하는 효과가 있지만 광고비가 너무 올랐다”며 “평균 한달치 광고비를 한번에 내야해야 고비용 마케팅을 계속해야 할지 고민이다”고 말했다.

퀴즈 마케팅 열풍이 불고 있다. 포털 사이트에는 ‘토스 OO적금’, ‘OOO암보험 ㅈㄷㅂ’, ‘오퀴즈 천만원 이벤트 ㄲㄲㅎㅇㅂㅇㄷ’ 등 한눈에 알아보기 힘든 키워드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린다.

기업들은 많은 네티즌들이 정답을 찾아 키보드를 두드리는 이 순간을 위해 기꺼이 수천만원을 투자한다. 단기간에 많은 사람들의 흥미를 얻을 수 있는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의 영향력 때문이다.

현재 퀴즈 이벤트를 진행하는 마케팅 플랫폼은 토스(행운퀴즈), OK캐시백(O퀴즈), 캐시슬라이드(초성퀴즈)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광고주와 수천만원의 마케팅을 계약한 후 특정 키워드가 정답인 문제를 출제한다.

토스의 행운퀴즈 광고비는 기본 4000만원이고 오후시간 독점 운영 시 6000만원을 내야 한다. OK캐시백의 광고비는 오전 3500만원, 오후 3500만원이며 하루 종일 마케팅 키워드를 문제로 낼 경우 5500만원을 내야 한다. 캐시슬라이드 역시 4000만원을 광고비로 책정하고 있다.


토스. /사진제공=토스

◆“일단 질러”… 퀴즈 광고 릴레이

최근 모든 업권에 퀴즈 이벤트가 대중의 인기를 끌면서 많은 기업들은 토스와 OK캐시백, 캐시슬라이드 등과 퀴즈이벤트를 진행하기 위해 줄을 서서 대기 중이다.

토스는 금융회사의 러브콜을 집중적으로 받는 기업이다. 토스의 대출 추천 서비스에는 KEB하나은행, 씨티은행, KB국민·삼성·우리카드, 웰컴저축은행 등 약 30개 금융사가 참여했고 앞으로 10여곳 이상이 제휴를 기다리고 있다.

토스는 가입자 1300만명을 보유한 금융 플랫폼으로 매일 새로운 퀴즈를 만들어 이벤트를 진행한다. 플랫폼의 가입자가 많아 쉽게 대중의 눈길을 잡을 수 있는 게 매력이다. 금융 앱도 카카오톡이나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처럼 쉽게 이용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

토스 관계자는 “행운퀴즈 광고는 퀴즈 내용, 목적 등 내부 기준에 따라 제휴처를 선별한다”며 “토스의 금융서비스와 결합한 금융상품의 인기가 많아 광고 제휴 예정 건에 많은 금융회사가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과도한 대중의 관심은 흥미 위주였던 퀴즈 마케팅을 과열양상으로 몰고 있다. 게이미피케이션은 참여자가 재미와 이익을 모두 챙길 수 있는 ‘앱테크’ 차원에서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벤트 진행을 희망하는 기업들이 해당 플랫폼이 보유한 고객을 미래 수익모델로 삼으려 하면서 출혈 마케팅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토스는 프로모션을 원하는 기업으로부터 마케팅 비용을 받고 퀴즈 이벤트를 진행한다. 이때 토스는 자체 플랫폼뿐 아니라 국내 주요 포털에서도 별도의 비용을 투자해 실시간 검색어 등 이슈 띄우기 작업을 진행한다.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 토스 스스로도 과도한 광고비를 포털에 지출하는데 이는 결국 토스 플랫폼 이용 요금을 상승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로 작용하게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토스 프로모션에 신청하는 기업이 늘면서 자연스레 마케팅 비용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올 2월 희망퀴즈 이벤트를 시작한 시점과 비교해 토스 행운퀴즈의 광고비는 1000만원이 더 올랐다.

토스의 모회사 비바리퍼블리카는 지난해 444억7635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적자실적를 기록했다. 비바리퍼블리카의 영업비용 내역을 살펴보면 마케팅 지출이 상당하다. 광고선전비는 2017년 44억9381만원에서 지난해 134억1730만원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돈 놓고 돈 먹기식의 마케팅이 키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실상이다.



◆소비자 불신 키운 노이즈마케팅 ‘눈총’

퀴즈 마케팅의 또 다른 부작용은 주요 포털 사이트 검색어로 좌우되는 왜곡된 여론 조작 효과를 꼽을 수 있다. 포털은 단시간에 검색창에 입력된 단어가 상위 등급에 오르는 구조다. 토스 등 플랫폼업체가 상업적인 목적으로 퀴즈마케팅에 상금을 걸고 검색어 입력을 유도한 후 효과를 볼 수 있는 배경이다.

포털 프로그램은 특정 단어를 반복적으로 검색하는 매크로를 차단하는 기능을 갖췄지만 개인이 직접 입력하는 검색어를 선별할 수 없다. 토스의 검색어 마케팅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일정한 비용을 낸다면 얼마든지 원하는 키워드를 이슈로 키울 수 있는 사례다.

퀴즈 마케팅이 실시간 검색어의 의미를 훼손하는 상업적 마케팅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기업들이 돈을 주고 실검을 조작한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증명하는 꼴이다. 토스의 서비스가 상품 품질 개선과 서비스 향상 노력보다 실시간 검색어 마케팅에 기업이 집중하게끔 유도한다는 부정적인 지적도 끊이질 않고 있다.

앞서 퀴즈 마케팅은 위메프와 티몬 등 e-커버스 업체들이 광고수단으로 활용하다가 중단했다. 제한된 미끼상품을 활용해 노이즈 마케팅을 벌인 결과 매출 상승 효과보다 되레 소비자의 불신만 키웠다는 비판을 받아서다.

올 7월 위메프는 네이버에 이벤트 페이지를 개설하고 상품 판매 키워드를 검색하는 소비자에게 할인쿠폰을 주던 마케팅을 중단했다. 당장 고객의 구미는 덜 당기더라도 이용자의 경험을 중시하는 마케팅이 향후 거래 상승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입소문을 노린 퀴즈 마케팅의 부작용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최근 소비자원에는 일부 기업이 정답을 맞힌 고객에게 보상하지 않고 돌연 퀴즈를 종료했다는 피해사례가 접수됐다. 아직까지 토스 등 플랫폼 업체의 필터링 시스템, 참여자 가이드라인이 명확하지 않아 실검효과를 본 기업들이 이른바 '먹튀'(먹고튀는)하고 고객이 헛된 시간을 낭비한 경우다.

이와 관련해 토스 측은 “사용자가 신고하기를 누르면 적절하지 않은 퀴즈들을 신고할 수 있다”며 “실검효과를 악용한 사례라고 판단하면 퀴즈를 삭제하거나 서비스 권한을 차단하는 제재방침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게이미피케이션 마케팅이 고객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만큼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반짝하고 그치는 마케팅의 역풍을 피하기 위해선 광고의 진정성도 필요하다.

김상훈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좋은 제품을 알리기 위해선 기업의 탄생 스토리, 철학, 열정, 소통을 담아야 한다”며 “재미를 강조해 수차례 반복하는 마케팅이 아니라 진정한 가치를 제공하는 게임퀴즈가 소비자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13호(2019년 10월8~1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남의 namy85@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금융팀 이남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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