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깃값 폭등 직전, 수입소가 대체재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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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한돈자조금


“돼지고기를 찾는 사람이 많이 줄었어요. 돼지열병 때문에 아무래도 찝찝하니까 소비를 꺼리는 것 같아요. 조만간 판매 가격이 오를 거라는 소리도 들리고….” (대형마트 관계자)

“평생 돼지를 기르며 살아왔는데 이번처럼 큰 공포심을 느낀 적이 없어요. 아무래도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아요. 계절적인 질병도 아니고 백신도 없잖아요. 한숨만 나옵니다.” (양돈농가 농장주 A씨)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사태가 계속되면서 후폭풍이 일고 있다. 당장 돼지고기 소비에 영향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 대형마트가 확보해 둔 돼지고기 물량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가격도 폭등 직전이다. 대신 소고기와 닭고기 소비가 늘고 있다.


계속되는 ASF 방역작업. /사진제공=이기범 기자


◆삼겹살 소비 ‘뚝’… 소·닭 ↑

지난달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ASF 발생 2주차인 지난달 23~27일 주요 대형마트의 돼지고기 판매량은 감소했다. ‘축산 1번지’라 불리는 충청남도의 ASF 의심신고는 다행히 음성으로 확인됐지만 파주·연천·강화 등에서 잇단 확진이 나타나며 소비자들의 심리적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실제 B대형마트에서는 ASF 확산이 본격화된 지난달 23~27일 삼겹살 매출이 전 주 대비 3.3% 줄었다. 같은 기간 구매 고객수도 7.9% 감소했다. 반면 대체상품 수요는 늘었다. 닭고기(계육)는 4.5%, 수입 소고기는 18.7% 매출이 증가했다. 닭고기를 구매한 고객수도 8.9%, 수입 소고기를 산 고객수도 14.9% 늘어났다.

C대형마트도 사정은 마찬가지. 이 마트에서도 같은 기간 돼지고기 매출이 2.7% 감소했고 닭고기와 수입 소고기가 각각 6.4%, 7% 늘었다. D대형마트는 지난달 26~29일 돼지고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7% 줄었다. 동기간 수입 소고기는 28%, 닭고기 및 오리고기는 25%가 더 팔렸다.

1일 현재 돼지고기 가격 변동은 없다. 이날 주요 대형마트에서 돼지고기 가격은 100g당 1980원을 유지 중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소비가 줄고 대체 고기로 이전하는 추세를 볼 때 앞으로 돼지고기 가격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특히 시중 대형마트가 ASF 사태 이전에 확보해 둔 돼지고기 재고 물량이 곧 소진될 전망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ASF가 최초 발생했을 때 대형마트는 업체별로 약 2주 분량의 재고 물량을 확보해뒀다. 당시만 해도 대부분 대형마트는 ASF 확산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경기도 일대에서 ASF가 10여차례에 걸쳐 발생하자 상황은 반전을 맞았다.

ASF 사태로 물량이 급감하면서 돼지고기 경매가는 요동쳤다. 도매시장에서 거래된 돼지고기 값은 1㎏당 평균 4500원 수준에서 한때 6000원을 넘었고 현재 5000원대에 머물고 있다. 대형마트들이 비축 물량을 모두 소진하면 ASF 사태로 가격이 치솟은 돼지고기를 사들어야 할 처지다. 이럴 경우 소매가는 오를 수밖에 없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여러가지 변수가 존재하지만 다음주 중에는 소폭이라도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며 “소비자의 심리적 부담감을 고려해 최대한 상승폭을 줄이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설상가상 돼지고기 수입을 늘려 가격을 낮추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세계 최대 돼지고기 소비국인 중국이 ASF의 직견탄을 맞은 후 국제 돼지고기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어서다. 한국은행 조사국이 한은 해외경제 포커스에 게재한 ‘중국의 돼지고기 가격 급등 배경 및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내 돼지고기 가격은 지난달 26일 도매가 기준으로 전년 동일 대비 82.4% 상승했다.

현재 중국은 냉동 돼지고기 비축물량을 방출하고 돼지고기 구매 제한, 돼지농가 양돈 보조금 지원 등과 같은 시장 안정 조치를 취하는 한편 ‘돼지고기 덜 먹기’ 캠페인까지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폐사율 100%… 치료법 없어

업계는 이 같은 일이 남의 일이 아니라고 본다. ASF가 발병한 농장수가 늘면서 양돈농가 농장주들의 마음은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이 병이 무서운 것은 폐사율이 100%인 데다 치료약이나 예방백신이 없다는 점이다.

1920년대부터 아프리카에서 발생해온 ASF는 과거 유럽이나 남아메리카 등지에서도 발생한 바 있는데 이 질병을 완전히 근절하는데 30년 이상 걸렸다고 전해진다. 이 바이러스는 냉동상태에서도 1000일을 버티고 건조시켜도 1년 가까이 살아남을 정도로 끈질기다.

ASF는 지난해 8월 중국에서 발병한 후 전세계로 확산되는 추세. 현재 북한, 일본, 필리핀, 베트남 등 아시아 전역이 돼지열병으로 시달리고 있다. 한국은 동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발병이 없었으나 지난 8월17일 경기도 파주에서 처음 발생한 이후 인천 강화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경기지역 양돈농장주들은 당장 발병 되지 않았다고 해도 걱정이 크다. 포천시 이동면 농장주 E씨는 “하루 3시간씩 자면서 방역에 힘쓰고 있다”면서 “30여년간 돼지를 키워왔지만 이번 같이 무서운 경우는 처음이다. 방역망이 뚫리면 모든 게 끝난다는 마음으로 소독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ASF 발병농가가 확산되면서 출하시기에 차질을 빚는 부분도 당장 문제다. 이동이 제한돼 출하가 정지되면 가장 어린돼지부터 폐사가 이뤄질 수밖에 없는 탓. 이는 양돈농가와 관련산업 생존까지 위협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13호(2019년 10월8~1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설아 sasa7088@mt.co.kr

머니투데이 경제주간지 머니S 산업1팀 유통 담당 기자. 식음료, 주류, 패션, 뷰티, 가구 등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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