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틀팜 엠렉, 멘땅에서 헤딩하며 성장이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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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그리고 하나
김성식 (주)캐틀팜 대표 / 안성철 (주)엠렉 대표

누군가와 함께 걷는다는 건 정말 큰 힘이 된다. 서로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어도 가고자 하는 방향이 같다면 더더욱. 월간외식경영에 소개된 두 대표의 이야기다 .

◆ 올해 연매출 목표 2400억원의 육류유통업체

고기음식점 운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과거, 대형 규모의 매장으로 오픈한 고깃집들은 그 어려움이 더하다.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비용은 그대로인데 손님들이 고깃집에 머무는 시간은 줄고 있으니 힘들어질 밖에. 술도 저도주 중심으로 집에서 즐기고, 회사 회식도 참여하지 않는 젊은 층이 늘어나는 것은 이러한 상황과 직접적으로 맞물려있는 현상들이다. 

특히 과거와 같이 한자리에서 많은 양의 고기를 푸짐하게 먹는 시대가 서서히 지나고, 이제는 가정식이나 덮밥 또는 간편식이나 HMR 형태로 1~2인 분량의 고기를 소비하는 추세여서 고기음식점 운영전략에도 많은 변화가 필요해진 시점이다.

그래서인지 고기유통과 관련된 업체들도 경영이 쉽지 않다. 고기를 받아 사용했지만 장사가 잘 되지 않아 돈을 못주는 식당들이 한 곳 두 곳 늘어나고, 혹여라도 국제적인 무역 분쟁이나 전염병 등의 이슈가 터지면 그 날부터 원육 가격은 심하게 출렁인다. “10년의 기간으로 한정했을 때 중소규모 육류유통업체 10곳 중 2~3곳만이 겨우 살아남는다”는 말은 이처럼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의 기업운영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선명하게 느껴지도록 만든다.

(주)캐틀팜은 올해로 10년째를 맞는 축산물 유통 전문 업체. 지난해 1700억원의 연매출, 올해는 2400억원의 연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카길社의 프리미엄 소고기 ‘엑셀비프’를 유통하면서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냉장육만을 유통하고 있는 (주)엠렉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데, 이곳의 지난해 연매출은 480억원. 올해 초에는 정육점과 레스토랑, 루프탑 라운지 등을 갖춘 4층 규모의 미트숍 <캐틀하우스>를 경기도 용인에 오픈하며 퀄리티 높은 수입육을 좀 더 대중화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그렇다면 김성식, 안성철 대표는 어떤 계기로 육류유통을 시작하게 됐을까. 그리고 지난 10여 년의 기간 중 힘겨웠던 시간들을 둘이서 어떻게 극복해나가게 된 걸까. 그 얘기들이 서서히 풀려나오기 시작했다.

◆ 서른다섯, 영업부터 맨땅에 헤딩하며 사업 시작

김 대표는 2001년, 농협에서 수입육 유통과 관련된 업무를 맡게 된다. 그래서 수많은 거래처 사람들을 만나게 됐는데, 안 대표와의 인연이 시작된 것도 이때부터다.

“2004년이던가. 당시 안 대표는 스물다섯의 나이로, 정말 열심히 일하는 게 눈에 보였다. 무언가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고 싶었던 것도 있고. 서로의 관심사에 대해 이것저것 얘기를 나누면서 급격히 친해지게 됐다. 

그렇게 또 몇 년이 흘러 2007년 농협의 수입육 유통사업이 중단되고 2008년에는 리먼 브라더스 사태에 의한 미국 금융위기,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시위 등등 여러 어려운 상황들이 겹쳐지면서 2010년엔 ‘내가 직접 회사를 차려 운영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다. 그렇게 (주)캐틀팜이라는 이름 아래, 본격적으로 안 대표와 육류유통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당시 김 대표의 나이 서른다섯.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크게 두렵거나 불안하진 않았다. 우선, 고기를 팔아야할 곳부터 찾는 게 우선순위였다. 그러려면 구매하는 사람들이 어떤 육종, 부위, 가격대를 원하는지 알아야 했다. 

내가 팔고 싶은 것이 아닌, 소비자가 사고 싶어 하는 것. 내 입장에서 상품의 장점을 일일이 설명할 게 아니라 소비자 입장에서 그 상품의 장점이 뭔지를 미리 알게 하는 것. 이건 돈이 오가는 비즈니스의 기본 중 기본일 테니까.

“내가 농협에서 일하고 있을 때 친근하게 굴었던 사람이 이제 연락을 받지 않기도 하고, 그 당시 별로 친하지 않았던 사람이 지금은 내 부탁을 잘 들어주기도 하고. 사람에 대한 배신감이랄까. 그런 느낌을 많이 받던 시기였다. ‘이래서 회사 안에만 게을리 안주하지 말고 부지런히 내 능력을 키워야 하는 건가’하는 생각도 들었다. 언젠가 한 번은, 안 대표와 함께 각각 20여 곳의 연락처를 선별해 가져와 총 40여 곳에 영업전화를 돌리기로 했다. 반신반의했지만 “기존에 구매해 쓰던 가격과 동일하게만 해준다면 납품받겠다”는 답변이 의외로 적지 않았다. 그 때부터 ‘남들보다 비싸게’ 고기를 구매해와 ‘남들보다 싸게’ 고기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손 안에 떨어질 이익은 생각지도 않았다. 이제 막 시작한 회사, 자릴 잡으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으니까.”

사업을 시작한 첫해 매출은 350억원 정도. 하지만 비싸게 들여와 싸게 팔았으니 둘에게 남는 순이익은 고작 1억원이었다. 연중 대부분은 집에 들어가지도 않고 사무실에서 먹고 자고 영업하러 돌아다니며, (주)캐틀팜은 그렇게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오르게 된다.

◆회사 통장잔고 ‘0’의 도산위기까지

2010년 150~200여 곳이었던 거래처는 이듬해 350~400곳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육류유통사업이라는 것은 전염병이나 세계경제상황 등에 의해 언제든지 출렁일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2012년, 구제역 바이러스가 발생하면서 첫 위기가 다가왔다.

“당시엔 국내산 돼지고기를 판매하는 곳들이 큰 수익을 보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도 돼지고기 유통사업에 손을 대보려고 물량을 구매했는데 때마침 구제역 바이러스가 발생하게 된 거다. 대출금까지 모두 합해 7~8억원의 자산밖에 없었는데 재고를 일시에 모두 정리하게 되면 빈털터리가 돼버리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운 좋게도, 당시 육류수입유통 관련해 거래를 하고 있던 현대종합상사(現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가 (주)캐틀팜의 자금순환이 될 수 있게끔 몇 년간 기다려줘 숨통을 겨우 트일 수 있었다.”

위기는 잠시 지나가는가 싶더니 2014~2015년엔 더 큰 위기가 들이닥쳤다.

“2014년엔 조류 인플루엔자(이하 조류독감)와 세월호 참사, 2015년엔 중동호흡기증후군(이하 메르스) 발생 등등 대내외적으로 좋지 않은 일들이 계속해 이어지면서 수입육 가격 또한 반 토막으로 내려앉았다. 회사의 통장잔고는 정확히 ‘0’을 그리고 있었다. 2015년 7월부터는, 도저히 회사운영이 될 수 없을 거라 판단했다.”

하지만 이번엔 육류수입유통 관련거래업체 중 하나인 대한제당이 “2년 기다려줄 테니 재고를 조금씩 소진하면서 천천히 갚으라”며 회사의 자금운영적인 부분에 여유를 줬다. 매순간 불시에 들이닥치는 위기를 누군가의 배려와 도움으로, 그렇게 꾸역꾸역 버티고 견뎌나갔다.

“늘 어려운 상황을 겪고 견디면서 저절로 겸손을 배우게 됐다. 세상에 나 혼자 뛰어나서 모든 게 잘 되는 건 결코 없는 거니까. 무엇이든 처음 시작할 때의 그 낮은 마음가짐을 오래 간직하는 것만이 현재 내가 가진 것들을 유지해나갈 수 있는 근간 또는 유일한 에너지로 작용하지 않을까.”

어떤 사람들은 ‘웬만하면 어렵고 힘든 걸 겪지 않는 게 좋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걸 경험하고 견디는 시간 또한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건 아니다. 그 순간이 지나고 난 후 생각과 시선이 얼마나 깊어지게 되는지, 결정적일 때 그들이 보이는 에너지의 색깔은 또 얼마나 다른지, 머리로만 알고 있는 것과 몸에 깊게 배인 것엔 큰 격차가 있다. 김 대표와 안 대표, 둘은 아직도 그 시간들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강동완 enterfn@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투데이 미디어그룹 '머니S' 편집국 선임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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