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판'에 구운 DLF, 절반의 책임 물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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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금리연계형 파생결합상품(DLF·DLS) 사태가 올해 국정감사 도마 위에 올랐다. 총 3600여명의 개인 투자자가 사들인 파생상품 7300억원이 전부 날아갈 위기에 처해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DLF사태 중간검사에서 금융회사의 불완전판매 일부를 인정했고 정치권은 금융회사를 사기죄로 고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DLF사태가 사기죄에 해당하면 형사고발하지만 불완전판매에 그치면 제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투자자들은 금감원의 중간검사 결과에 따라 한시름 덜었다고 안도하는 동시에 얼마나 배상받을 수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관건은 금융회사가 배상책임을 얼마나 지는지 여부다.

 

배상비율은 금융당국의 권고에 따라 정해진다. 금감원이 현장조사를 진행해 금융회사의 불완전판매 여부를 확인하고 투자자와 금융사 간 합의를 권고한다. 만약 신청일로부터 30일 동안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안건은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에 회부된다. 분조위는 심의를 통해 회사와 투자자별로 금융사의 배상 비율을 권고한다.


/사진=뉴시스 김병문 기자
 

◆자본법상 30%, 은행 내규기준 70%

 

업계에선 금융회사의 내규 준수 여부가 불완전판매를 판단할 기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금융사가 금융상품을 판매할 때 적정성·적합성·설명 의무 등 세가지 의무를 준수하지 않으면 불완전판매로 본다.

 

사모펀드는 투자 위험이 높은 만큼 배상비율은 손실액의 최대 30%에 그친다. 만약 1억원을 투자했으면 3000만원을 보상 받는 것이다. 또 사모펀드에 1억원 이상을 투자한 투자자는 적격투자자로 분류해 금융사들이 ‘설명의무’만 다하면 불완전판매가 아니라고 규정한다. 금융회사가 설명의무를 위반했어도 배상비율은 최대 30%에 그치는 것이다.

 

하지만 수천명이 원금을 날리는 손실을 입은 만큼 배상비율은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해 소비자보호 방안을 포함한 금융회사의 내부기준으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회사가 적정성·적합성·설명의 의무 등 세가지 의무를 위반한 경우 최대 70%까지(원금 기준 55%) 배상이 정해진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모펀드는 설명의 의무만 준수하면 판매과정이 적합한 것으로 인정한다”며 “피해자에 대한 배상비율을 높이려면 자본시장법이 아닌 은행 내규를 기준으로 불완전판매 여부를 따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분쟁조정 신청을 한다고 해도 개별 접수 건에 따라 배상비율은 달라질 수 있다. 금융상품 분쟁조정은 불완전판매 입증 여부인데 피해자가 불완전판매 근거를 많이 갖출수록 배상비율이 높아져서다.

 

금융투자 경험이 적고 금융 이해도가 낮아 사실상 일반투자자로 인정될 경우, 계약 시 녹취본 등을 가지고 있으면 불완전판매를 인정받는다. 투자자가 고령자일 경우 배상비율은 더 높아진다.

 

배상비율이 30%일 경우에는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각각 602억원, 652억원으로 총 1255억원을 지급해야 한다. 50%로 가정하면 우리은행(1004억원)과 KEB하나은행(1087억원)은 총 2091억원을 배상해야 한다. 역대 금감원의 최대 권고 배상비율인 70%로 책정될 경우 손실배상금액은 각각 1406억원, 1522억원으로 총 2927억원이 될 전망이다.


 

◆DSF, 50% 배상권고 유력

 

전문가들은 DLF 배상비율이 불완전판매 대표 사례로 꼽히는 우리파워인컴펀드, 동양그룹 기업어음(CP), 키코(KIKO)사태 보다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2008년 발생한 우리파워인컴펀드 사태가 DLF와 비슷해 배상비율이 50%까지 올라갈지 관심이 쏠린다.

 

당시 우리파워인컴펀드는 분기별로 5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에 1.2%의 가산금리를 더해 확정금리를 지급하는 안전한 상품으로 홍보됐다. 실제 투자대상은 자금의 97%를 아일랜드에 설립된 특수목적법인(SPC)이 발행한 하위 트랜치(Tranche)의 장외파생상품이다. 당시 금감원 분조위는 우리은행에 대해 손실액의 50%를 배상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은행이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상품을 확정금리 상품인 것처럼 팔았다가 손실이 발생해서다.

 

윤선중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파생상품의 원가는 발행 이후 사후적으로 헷지 과정을 통해 결정되기 때문에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며 “과거 우리파워인컴펀드 사태가 불완전판매 이슈이기 때문에 가장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동양그룹 기업어음 사태는 2013년 동양그룹이 부실 계열사 CP과 회사채 1조7000억원 어치를 발행해 팔다가 투자자 4만여명에게 손실을 입힌 사건이다. 동양CP에 투자했던 개인투자자들은 약 7000억원 이상의 손해를 입었고 동양증권은 투자자별로 손해액의 15∼50%씩 배상하도록 했다. 당시 금감원은 70%의 배상 비율을 권고했다.

 

현재 키코 사태는 금감원이 분쟁조정을 진행 중이다. 키코상품 판매는 은행의 불완전판매로 규정하고 피해액의 20~30%를 배상하라는 권고안을 내는 방안이 유력하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면 약정한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는 파생금융상품이다. 수출 중소기업들이 환 헤지 목적으로 가입했다가 2008년 금융위기 때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기업 732곳이 3조3000억원 상당의 피해를 봤다.

 

대법원은 키코 계약의 불공정성이나 사기성은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상품 위험성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판단했다. 키코 상품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로 사실상 은행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은행권은 금감원의 분쟁조정 결과를 본 후 배상비율을 결정할 전망이다. 불완전판매 책임이 큰 경우 배상비율이 50%까지 올라갈 수 있다. 이 경우 은행들이 부담할 배상액은 300억~450억원이 된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키코는 손해배상에 대한 소멸시효(손해 발생일로부터 10년)가 완성됐기 때문에 은행이 분쟁조정안을 거부하고 피해기업들이 이후 소송을 걸어도 승산이 희박하다”면서도 “DSF 배상비율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당국과 일정 선에서 타협안을 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14호(2019년 10월15~2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남의 namy85@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금융팀 이남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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