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평창·군위, 다음은?… 배터리업계 덮친 ‘ESS 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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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전환정책의 핵심인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설에서 잇따라 원인불명의 화재가 발생해 배터리업계가 긴장에 휩싸였다. 지난 6월 정부의 안전강화 대책 발표 이후 사업재개를 본격화 하려는 시점에서 또다시 불이 났기 때문이다.

특히 배터리 자체결함이 직접적인 화재 원인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던 과거와 달리 이번엔 특정 배터리의 자체 결함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어 논란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6월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승우 국가기술표준원장이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사고 원인조사 결과 등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강종민 기자

◆안전관리 강화한 ESS, 또다시 불

ESS는 유휴전력을 저장해 뒀다가 필요할 때 공급함으로써 전력을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장치다. 태양광·풍력 등 출력이 불안정한 재생에너지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어 정부 에너지전환정책의 중점 추진과제로 꼽힌다.

정부가 추진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은 2030년까지 석탄·원자력발전 비중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20%까지 확대하는 내용이 골자다.

날씨와 기후 등 환경 변화에 따라 전력 생산 변동이 심한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늘리려면 ESS의 확대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정부도 ESS시장 확대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왔다. 그러나 잇따라 화재사고가 발생해 이 같은 전략이 일시 중단될 상황에 내몰렸다.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30일 충남 예산, 9월24일 강원 평창, 9월29일 경북 군위 등 한달 새 전국 3곳의 ESS 시설에서 잇따라 화재가 발생했다. 지난 6월 민관합동 조사위원회가 ESS 화재원인과 안전강화 대책을 발표한 지 두달도 채 안된 상황에서 재발한 사고다.

이번 3건의 화재로 2017년 8월부터 지금까지 발생한 ESS 시설 화재는 총 26건으로 늘었으며 지난 6월 조사위가 발표한 원인조사 결과의 신뢰성도 흔들리게 됐다.

당시 조사위는 6월 이전 발생한 23건의 사고를 분석해 ▲전기적 충격에 대한 배터리 보호시스템 미흡 ▲운영환경 관리 미흡 ▲설치 부주의 ▲ESS 통합제어·보호체계 미흡 등 4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화재가 발생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특히 조사위는 배터리 일부 셀에서 극판 접힘, 절단 불량, 활물질 코팅 불량 등의 제조 결함을 확인했으나 배터리 자체 발화로 이어질 수 있는 셀 내부단락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화재의 직접 요인으로 지목하지는 않았다.

조사위의 발표를 기점으로 배터리업계는 제품 결함 의혹에서 벗어난 점에 안도했다. 그런데 또다시 사고가 발생한데다 배터리 자체 결함이 원인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긴장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LG화학 배터리 결함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전체 ESS 화재사고의 과반인 14건에 LG화학의 배터리 제품이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SDI 제품은 9곳에 쓰였고 나머지 3곳은 인셀 등 군소업체 제품이다.

문제가 된 LG화학 배터리는 모두 2017년 2분기부터 4분기까지 중국 난징공장에서 생산된 초기 제품이다. 지난해 이후 LG화학에서 생산한 제품에서는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다.

삼성SDI의 경우 화재가 발생한 제품이 2014년 3분기, 2015년 3분기, 2015년 4분기, 2016년 4분기, 2018년 2분기 등 제조시기가 다양했다.

이 의원은 이를 근거로 2017년 중국 난징공장에서 생산된 LG화학의 배터리 제품에 문제가 있다고 말해도 무리가 없다고 진단했다. 화재원인이 배터리 자체 결함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나 LG화학 측은 배터리 결함 가능성에 신중한 입장이다. 김준호 LG화학 부사장은 지난 7일 국정감사에 출석해 “민관 합동 조사위에서 발표했듯 일부 문제가 발견되긴 했지만 화재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원인은 아니라고 했다”고 답변했다.

같은 배터리가 사용된 해외 사업장에서는 화재가 발생하지 않은 점도 LG화학이 배터리 결함 가능성을 경계하는 요소다. 김 부사장은 “문제가 된 2017년 남경공장서 제조된 ESS 배터리는 현재 국내 198개 사이트와 해외 118개 사이트에 설치돼 있다”며 “그런데 의아한 것은 해외서는 ESS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함께 증인으로 출석한 임영호 삼성SDI 부사장도 “(ESS 화재는) 외부 충격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국내에서만 화재가 발생하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해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화재와 관련해 LG화학 관계자는 “6월에 배터리 셀 자체의 결함이 직접적인 화재 원인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 것처럼 최근 발생한 화재 역시 배터리 셀의 결함 때문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해당 배터리가 적용된 ESS는 충전율을 70%로 낮춰 가동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비용은 LG화학이 부담하고 있다”며 “회사 관계자 및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연말까지를 목표로 원인규명을 위한 실험과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정부도 추가적인 원인 규명에 나설 계획이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ESS 화재 사고 관련 민관합동 조사위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발화 원인과 여러 의문을 밝혀낼 것”이라며 “최근에 발생한 3건의 ESS화재는 조사위의 조치 이후 화재가 발생하면서 관련 데이터가 남아있는데 이를 바탕으로 조사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14호(2019년 10월15~2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한듬 mumford@mt.co.kr

머니S 산업팀 기자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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