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기의 걷는 자의 기쁨] 곰의 배에 올라 앉은 '천상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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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봉산의 보배 '곰배령'
원시의 자연에 핀 금강초롱과 야생화에 걸음 '뚝'


곰배령 정상과 천상화원. /사진=박성기 여행 칼럼니스트
마치 곰이 하늘을 향해 배를 드러내놓고 있는 형상을 닮은 산이 있다. 곰배령(1164m)이다. 남쪽에서 달려온 백두대간이 단목령을 넘어 설악으로 가는 길목에 우뚝 솟은 육산이 있다. 바로 점봉산(1424m)이다. 정상에서 남쪽으로 작은 점봉산이 있고 곰배령이 지척이다. 널찍한 평전에는 계절마다 다양한 야생화들의 세상이 열리니 천상의 화원이라는 멋진 이름도 달고 있는 곳이다.

곰배령의 초입은 곰배령 생태탐방센터다. 이른 아침 차가운 공기는 익어가는 가을의 기운을 듬뿍 담고 있다. 한기를 막으려 겉옷을 챙긴다. 가을의 아침, 산 공기는 차다.

곰배령탐방센터. /사진=박성기 여행 칼럼니스트
숲에 들어서자 거센 물소리가 반긴다. 나뭇잎은 아직 제때가 아닌데도 어떤 성미 급한 이파리는 벌써 단풍이 들기 시작했다. 강선계곡 물소리와 싱그러운 아침의 찬바람을 안고 걷는다. 바닥에 떨어진 잎은 밤새 내린 물기를 머금었다.

◆강선마을과 검문소를 지나다

계곡물은 맑다. 그냥 마시고 싶을 정도다. 문득 길옆으로 꽃 한송이가 보인다. 가까이 다가서니 종처럼 생긴 금강초롱이다. 숲과 계곡 사이에 아름다운 금강초롱이 피었다. 나에게만 보였으니 신기할 따름이다.

숲과 계곡에 젖어 천천히 걷다보니 어느새 강선마을이다. 신선과 잇댄 지명의 유래가 있다. 이곳의 풍광에 반한 신선이 하늘에서 내려와 다시 하늘로 올라가지 않고 그냥 눌러 살았다는 것이다. 강선마을을 지나 지역민이 운영하는 가게가 있어 잠시 숨을 돌렸다.

강선마을. /사진=박성기 여행 칼럼니스트
강선마을을 지나 나무다리를 건너면 산중 검문소다. 이곳을 지나기 위해서는 생태탐방센터 입구에서 받았던 청색 패를 보여줘야 한다. 산의 독특한 식물군을 보호하고 오염을 막으려는 조치다.

이제부터 곰배령을 향하는 작은 숲길이다. 오르막이지만 경사도가 낮아서 힘이 들지는 않는다. 빼곡한 나무들과 강선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한걸음씩 곰배령을 향한다. 온통 붉음으로 변할 단풍세상을 떠올려본다.

◆다람쥐들의 천국

한동안 발걸음을 붙잡은 다람쥐. /사진=박성기 여행 칼럼니스트
여러마리의 다람쥐를 만났다. 정상을 2㎞ 남겨놓은 지점이다. 다람쥐들이 겁도 없이 휙휙 앞을 가로지른다. 참 앙증맞게도 생겼다. 다람쥐 한마리가 두손으로 나뭇잎을 움켜쥐고 갉아대고 있다. 녀석은 인기척에도 두려움이 없는가 보다.

곰배령 정상을 향한 언덕배기 너머로 바람이 차다. 바람은 산등을 타고 넘는지 유난히 세다. 올라오며 흘리던 땀은 어느새 어디론가 사라지고 오싹함에 몸을 움츠린다. 정상에 다가선다.

곰배령 정상이다. 귀를 시리게 하는 찬바람에 산중 가을이 익었음을 절감한다. 온 산을 가득 메웠을 야생화는 간데없고 꽃대만 남았다. 그나마 듬성듬성 남은 꽃에서 천상화원을 만끽한다. 수풀만 우거져 보이던 곰배령의 야생화가 조금씩 눈에 들어온다. 군데군데 용담과 풍로초, 노란색 마타리도 눈에 띈다.

금강초롱. /사진=박성기 여행 칼럼니스트
단풍. /사진=박성기 여행 칼럼니스트

◆천상의 화원이 따로 없네

고개를 들어 곰배령을 한바퀴 돌아본다. 동쪽에는 설악산 대청봉과 중청, 소청이 나란히 서 있다. 북쪽을 바라보니 점봉산과 작은 점봉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곰배령. /사진=박성기 여행 칼럼니스트
하산은 왔던 길로 다시 되짚는 대신 남쪽 능선을 이용했다. 이곳에서 곰배령 생태안내센터까지는 약 5㎞다. 길 초반, 잠깐 오르막이 있다가 이내 능선 숲길이 이어진다. 3㎞ 남짓한 숲길은 아름답다. 대청을 바라보는 전망대를 지나 주목과 철쭉 군락지로 이어진다. 부드러운 흙길은 아름답다. 올라온 길과는 전혀 다른 식생(植生)을 선보인다. 걸음을 뗄 때마다 상냥한 언어로 불러주는 것 같아 기분도 덩달아 좋다.

하염없을 것만 같던 부드러운 흙길은 능선에서 끝났다. 이제부터는 왼쪽으로 산을 내려가는 길이다. 급한 경사의 계단을 밟고 한참을 내려간다. 대부분 돌이 깔린 길이어서 주의가 필요하다.

곰배령에서 바라본 풍경. /사진=박성기 여행 칼럼니스트
곰배령은 진동리에 속한 오지 중의 오지다. 깊은 산중으로 들어서야 곰배령을 만난다. 지금에야 찻길이 나 자유로이 드나들지만 예전엔 그렇지 못했다. 인근에는 이름이 독특한 아침가리가 있다. 아침 햇살이 잠깐 비칠 때 밭갈이할 만한 땅이란 뜻이다. 산이 매우 깊어서 빛은 아침에만 잠깐 들어온다는 얘기다. 이렇듯 곰배령은 사람의 발길을 쉬 허락하지 않은 곳이었다. 보기 드문 야생화와 다양한 식생대가 펼쳐진 이유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14호(2019년 10월15~2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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