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자격 미달 은행들의 보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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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사진=이미지투데이


은행들은 이번 정권 들어 별도의 신탁업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신탁업은 주식, 예금, 부동산 등의 투자자산을 금융사가 운용·관리하는 업무로 지난 2009년 자본시장법에 흡수됐다. 고객의 자산을 직접 운용한다는 점에서 금융투자사의 고유업무로 여겨졌다.

은행들은 새로운 재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기존의 자본시장법으론 한계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 안에는 저금리의 장기화로 예대마진이 위축된 상황에서 새로운 수익원으로 확보하겠다는 포석이 담겨있다.

별도의 신탁업법이 마련되면 은행들은 증권사 등에 손을 빌리지 않고 직접 상품을 만들어 고객의 자산을 운용할 수 있게 된다. 같은 재원을 운용한다고 가정했을 때 현재의 수수료이익보다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다. 주요 6개 은행의 지난 6월말 신탁자산은 362조원으로 2017년말보다 25% 증가해 별도의 법안까지 마련될 경우 탄력이 붙을 것이란 예상이 충분히 가능하다.

금융투자업계는 신탁업을 별도로 분리할 경우 규제적용의 차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정부는 신탁업을 전면 개편하겠다는 의지지만 은행권과 금융투자업계의 마찰에 아직까지 방향이 잡히지 않은 상황이다.

은행들은 목소리를 내기에 앞서 스스로의 능력을 검증받을 필요가 있다. 주 수익원인 예대마진과 달리 투자금융은 위험자산 운용에 대한 노하우와 리스크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신탁 중 일부는 유가증권 등에 투자하는 특전금전신탁으로 운용되는데 채권·주식 등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우리·하나은행은 DLF를 판매하면서 일부 절차를 무시하는 등의 행태를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 결과 투자자들은 최대 원금의 95% 이상 손실을 보는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금융감독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은행이 원하는 조건대로 상품이 만들어지는가 하면 위험성을 알고도 판매를 지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각 지점마다 목표액을 상향 조정했고 이 과정에서 안전자산에 투자하는 것처럼 오해의 소지를 제공하거나 리스크 관리 절차를 무시하기도 했다. 위험관리보다 판매에만 혈안이 됐다는 얘기다.

이번 DLF 사태는 일부 은행에 국한된 사안이지만 신탁업으로 범위를 넓히면 얘기가 달라진다. 신탁업법이 새로 만들어지면 모든 은행이 수십~수백조원을 다루는 신탁업을 하게 되는데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지 말란 법이 없다. 어느 한곳에서라도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고객이 감당해야 할 몫이 된다.

DLF 사태는 투자자의 대규모 손실이 없었다면 조용히 묻혔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일부 은행이 보여준 그릇된 행태가 바른 일로 바뀌진 않는다. 은행 스스로가 돈벌이에 치중한다는 의구심이 들게 만들었다. 돈에 대한 욕심보다 1금융권의 신뢰와 책임을 먼저 보여줄 때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14호(2019년 10월15~2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장우진 jwj17@mt.co.kr

머니S 금융증권부 장우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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