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진 제로금리… 뜬돈 1000조원, 부동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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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제로금리’ 시대가 코 앞에 와 있다. 쥐꼬리만큼도 안되는 예금이자에 갈 곳 잃은 부동자금이 부동산으로 몰리며 집값이 들썩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금융권에 의존해야하는 서민들은 여전히 고금리 대출에 기댈 수밖에 없고 심사마저 까다로워져 금리인하 체감을 느끼기 어렵다. <머니S>는 16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금리정책 방향과 저금리시대에서의 대처법 등을 짚어봤다.【편집자주】

[‘제로금리 시대’-②] 또 다시 ‘빚내 투자하는’ 시대?


‘금리 하락=부동산 상승’은 전통적인 공식이다. 여윳돈을 은행이나 금리상품에 묻어둬도 수익이 나지 않아 주식과 부동산에 쏠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최근 경제상황과 서울 집값 상승현상을 보면 주식보다 부동산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크다. 1000조원 넘는 시중 부동자금으로 부동산 폭등이 우려되자 정부는 개인사업자와 법인까지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확대했다.


/사진=뉴시스 박주성 기자

◆토지보상금, 불쏘시개 되나

정부는 서울 주택수요 분산과 집값 안정을 위해 수도권 3기신도시 개발계획을 발표하고 내년부터 토지보상을 진행한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1차 3기신도시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지구 등은 내년 토지보상이 실시된다. 올 5월 발표된 2차 3기신도시 고양 창릉과 부천 대장지구는 2021년부터 보상이 시작될 전망이다.

또 의정부 우정지구, 인천 검암역세권, 안산 신길지구 등 중소 공공택지도 뭉칫돈이 풀린다. 장기간 방치된 공원 예정부지를 개발하는 ‘도시공원 일몰제’에 따라 부천 역곡, 성남 낙생, 고양 탄현지구도 보상을 시작한다. 올 연말 수도권 토지보상금은 약 7조원, 3기신도시 보상이 본격화되는 내년에는 사상 최대규모인 약 45조원이 집행될 것으로 추산된다. 종전 최고치인 2009년 4대강사업의 토지보상금 34조8554억원보다 10조원 이상 많은 수준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현재 시중에는 2년 미만 단기예금이 1170조원에 달한다. 정부가 집값 상승을 막는다는 목적으로 각종 대출과 세금규제를 강화했지만 수십조원의 토지보상금과 1000조원 이상의 부동자금이 부동산투자를 유발할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1.5% 저금리와 부동자금이 낮은 이자비용과 유동성의 승수효과를 일으켜 주택과 토지 상승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정부의 대출과 세금규제가 주택시장의 단기투자 수요를 제한하지만 서울 강남과 용산 등 투자가치가 높은 곳은 가격 안정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현장의 일선 공인중개사 생각도 비슷하다. 대출규제에서 자유로운 현금투자자들의 뭉칫돈이 몰리면 부동산 폭등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서울 용산의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지방 은퇴자들이 은퇴자금을 굴릴 곳을 찾기 위해 상경투자를 문의하는 전화가 급격히 늘었다”며 “주말에도 밀려드는 손님들 때문에 모여서 브리핑을 할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은퇴자들이 관심을 갖는 부동산은 강남이나 용산의 오피스텔과 상가가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지가상승률은 2017~2018년 각각 5.5%, 13.3%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전국 지가상승률은 4.2%를 기록했다.

공공택지 토지보상금이 다시 부동산으로 흘러가 땅값과 집값을 올리는 현상은 과거 사례에서도 입증됐다. 2006년 2기신도시 판교 개발 당시 토지보상금 29조9000억원 가운데 37.8%가 다시 부동산에 투자됐다는 통계가 있다. 11조3000억원에 달하는 돈이다. 또 지방에서 풀린 토지보상금 중 8.9%는 수도권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됐다. 지방 사람들이 서울 투자대열에 가세해 ‘투기 광풍’이 불고 전국 땅값 10%, 서울 아파트값은 32%가 폭등했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부동산시장의 최대 변수가 기준금리인데 토지보상금이 더해져 정부의 규제정책과 엇박자를 내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정부도 이런 문제점을 잘 알기 때문에 ‘대토 보상’이라는 대안을 제시했지만 효과는 의문이다. 대토 보상은 현금 대신 택지지구 땅 일부로 보상하는 제도다. 농사로 생계를 잇는 원주민들은 대체 농지를 살 수 있는 현금이나 상승가치가 높은 서울 땅이 아닌 경우 보상의 실효성이 낮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대토 보상절차를 간소화해 계약기간을 2~3년에서 1~2년으로 단축할 방침이다. 대토 보상이 비교적 성공적이라고 평가받는 경우는 강남 수서와 고양 장항지구다.

신태수 전국개발정보 지존 대표는 “올 상반기 서울·경기 땅값이 11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해 각종 개발사업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하면서 대토 보상이 부동산 재유입을 막는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 대출 더 조여 빚 원천차단

정부의 강력한 대출규제와 부동산시장 합동단속이 투자수요를 상당부분 제한할 것으로 분석도 있다. 정부는 꼼수 대출을 막기 위해 지난 14일부터 개인사업자와 법인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개인 무주택자·투기지역 기준 40%로 제한했다. 집이 한채 이상 있는 경우는 대출을 아예 금지한다. 신규분양 아파트의 분양가가 9억원 이상일 경우 중도금대출도 금지했다. 또 강남3구와 마용성 공인중개사시장을 집중단속하기로 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집값 상승은 양도소득세 중과로 매물 부족이 원인으로 실제 투자수요가 많은 게 아니라 고가거래가 시세에 반영된 현상”이라며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부담이 늘고 한·일 간 무역분쟁 등 대외적인 불안요소를 감안할 때 가격폭등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통적인 ‘금리 인하=부동산 상승’의 공식이 예전처럼 유지되기 힘들다는 시각도 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최근 주택시장이 대출규제와 수급상황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금리 인하에 따른 가격변화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팀장은 “금리 상승에 대한 불안이 해소된 건 긍정적이나 금리가 내려간다는 건 그만큼 경제상황이 나쁘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금리에 민감한 재개발·재건축이나 투자용 수익형부동산일 경우 금리 인하의 영향을 조금은 받을 수 있지만 정부가 강남 부동산 안정을 위한 추가대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어 저금리효과를 상쇄할 것으로 생각하고 신중히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내년 총선을 위한 정치성 개발공약도 주요변수가 될 수 있다. 일각에선 부동산침체에 대한 부담으로 시장에 진입하지 않는 대기수요 때문에 기존의 높은 호가만 유지될 수도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14호(2019년 10월15~2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노향 merry@mt.co.kr  |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산업2팀 김노향 기자입니다. 부동산·건설과 관련한 많은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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