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생산 줄이는 현대제철의 속사정

판매 부진과 노조 파업 겹쳐…보유 재고 역대 최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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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이 생산하는 H형강./사진=현대제철

국내 철강 2위 기업인 현대제철이 10월 한달간 건설용 철강제품 생산을 줄이고 자동차 강판사업에 집중하는 중이다. 최근 주요 전방 수요산업인 건설산업 침체로 철강 판매량이 줄어든데 이어 철강 판매가격까지 떨어지면서 수익이 낮아지고 있다.

사실상 판매하면 손해거나 거래처에게 자금을 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일이 자주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현재 현대제철 노사는 임금 인상폭을 두고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현대제철 노조가 파업에 들어간다면 물량 부족으로 거래처에 제품을 납품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감산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건설용 철강재 뭐길래… 대규모 감산 날벼락 

현대제철이 생산하는 건설용 철강제품은 철근과 봉형강 두가지다. 철근은 콘크리이트 보강용의 가늘고 긴 봉 형태의 철강제품이고 H형강은 폭이 긴 H자 모양의 형강으로 압연해 만든 것이다. 두 제품은 건축용 철골, 교량, 흙막이 공사 등의 구조용 부재나 공사용 가설재로 사용한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이 양대 산맥이다. 현대제철이 이번에 감산하는 건 H형강이다.

국내 H형강시장은 약 2조원 규모로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의 비중이 각각 50%, 25%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H형강 전체 생산능력은 617만2000톤으로 현대제철이 367만톤 동국제강이 130만톤을 차지했다. 나머지 120만2000톤은 중소 철강업체들이 생산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현대산업개발과 같은 대형 건설업체에 H형강을 납품하고 있다. 현대제철 포항, 인천공장에서 생산한 H형강은 대형 건설업체에 직접 들어가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 1차 가공업체를 통해 공급한다. 즉 건설 시황이 부진하면 H형강 생산 및 판매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런데 국내 건설 경기가 둔화 국면을 나타내면서 건설계약액은 3년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실제 지난 8월 비수기 계절적 영향과 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가능성 등으로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가 6년 만에 최저치인 65.9를 기록한 바 있다. 9월에 일시적으로 반등했지만 10월 CBSI 전망치는 전월 대비 3.1p 하락한 76.2로 조사돼 가을 건설경기를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현대제철은 9월까지 가동률을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건설업체 주문에 대응해 왔다. 하지만 계속 생산할 경우 누적 재고를 감당하지 못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현대제철은 10월 H형강 생산을 적극적으로 줄인다. 약 7만 톤 정도 생산량이 줄어들 예상된다.

현대제철은 10월 중 인천공장에서 9일간, 포항공장에서 29일간 H형강 가동을 중단한다. 보수로 25일, 비 가동으로 13일간 가동을 멈출 계획이다. 현대제철은 인천공장과 포항공장에서 비 가동을 13일 계획해 적극적인 감산과 재고 조정, 가격 인상 의지를 보였다.

실제 현대제철은 10월 셋째주 H형강 가격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대제철은 지난 7일 지정점 실무자 간담회에서 늦어도 18일쯤 최저 마감 가격을 톤당 80만 원으로 올릴 예정이고 이에 대한 준비를 해달라는 주문을 대리점들에게 알렸다.

공장별로는 인천 대형공장이 10월 10일부터 14일까지 5일간, 인천 중형공장은 14일부터 17일까지 4일간, 포항 대형공장은 14일부터 17일까지 4일간 공장 가동을 하지 않을 계획이다. 또 포항 중형공장은 5일부터 29일까지 25일간 대보수에 들어가 가동이 중단된다.

현대제철이 감산을 선택한 것은 재고 조정, 가격 인상 등을 위한 차원도 있다. 현대제철의 10월말 재고는 12만5000톤으로 예상된다. 10월 감산과 보수로 H형강 생산 차질이 7만 톤 정도 예상돼 평소 수준의 판매만으로도 재고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의 10월 판매 계획은 24만40000톤이다. 국내 판매 13만톤, 수출 11만4000톤을 계획 중이다. 9월 갑작스러운 보수로 수출에 차질이 발생해 수출을 늘려 잡으면서 전체 판매 계획이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감산으로 현대제철의 H형강 재고는 현재 12만 5000톤에서 7만톤 대로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2015년 이후 현대제철의 평균 재고는 10만3000톤이었다. 10만톤 밑으로 재고가 줄어든 것은 2016년 11월 9만5000톤이 가장 최근 일이다. 또 재고 수준이 낮았던 2015년에도 재고는 최소 9만 톤 이상은 유지했다. 현대제철의 이번 감산으로 재고가 7만 톤대로 줄어든다면 최근 수년간 가장 적은 재고를 보유하게 되는 것이다. 

◆ 노사 관계도 변수

현대제철이 감산으로 수급 조절에 나설 예정인 가운데 노사 관계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제철 노조는 오는 16일 오전 6시부터 18일 오전 6시까지 48시간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올해 임금 협상을 진행하며 통상임금 및 최저임금 문제 풀기에 집중하려는 회사와 이견 충돌을 보이면서 총파업을 결의했다.

조만간 인천지회, 충남지회, 포항지회, 당진지회, 광전지회 등 5개 지회 조합원 8000여 명은 지회 쟁대위 지침에 따라 조업을 중단하고 당진제철소에 모여 임협 투쟁을 전개한다.

노조는 올해 5지회가 뭉쳐 첫 교섭에 나서면서 어느 해보다 요구안을 쟁취하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노사는 지난 6월 상견례 이후 지난 2일 14차례 교섭을 벌였고, 노조는 의견 접근을 할 수 있는 납득할 만한 제시안이 없다며 결국 총파업 카드를 꺼내들었다.

사측은 추석 이후 정기호봉승급, 성과금 150%+250만원 등의 제시안과 함께 임금 인상분을 포함해 통상임금 및 최저임금 부문에 대해 병행해서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이는 현대자동차 노사가 통상임금과 최저임금 문제 해소를 위해 임협 과정에서 타결 지은 방식과 동일하다.

반면 노조는 기본급 12만3526원 인상을 비롯해 영업이익 15% 성과금 요구, 정년 연장, 차량지원 세제 경감방안 마련, 각종 문화행사비 인상 및 확대, 압연수당 신설 등 별도안을 요구하고 있다. 통상임금 및 임금체계 개선 문제는 협상 이후 노사 간 별도 협의를 거쳐 결정하자고 맞서고 있다.

파업이 현실화 될 경우 생산량이 계획보다 줄어들어 거래처에 제품을 납품하지 못 하게 될 수도 있다. 감산으로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는 것이다. 증권가에 따르면 현대제철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4.94%로 2016년 8.66% 대비 3.72%p(포인트) 감소했다. 올 3분기 매출은 약 5조원, 영업이익 전망치는 1100억~1400억원으로 부진이 예고된다.
 

전민준 minjun84@mt.co.kr

머니S 자동차 철강 조선 담당 전민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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