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불매운동 100일] ②식지 않는 “안 사고, 안 가요”… 언제까지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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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4일. ‘NO 재팬’ 운동이 시작됐다. 일본 정부가 강제징용판결을 빌미삼아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규제를 단행한 데 따른 것이다. 국민들은 일본제품 ‘안 사고 안 팔기’로 맞섰다. 불매운동이 시작된 지 어느덧 100일. 지나가는 들불이 될 것이라는 일부 우려와 달리 불매운동은 꺼지지 않는 용광로처럼 활활 타오르는 중이다. 불매운동이 일본에 던진 메시지는 강렬했고 우리 국민의 가슴 속에는 애국을 향한 깊은 여운을 남겼다. 이 운동의 그 끝은 어디일까. ‘NO 재팬’ 운동 100일을 집중 점검해봤다.<편집자주>


인천국제공항의 텅 빈 일본행 수속장. /사진=뉴스1

#전은희(49)씨는 최근 왕복 30만원 상당의 대만행 비행기표를 끊었다. 올 11월, 1년에 딱 한번 떠나는 가족여행을 위해서다. 원래 전씨는 올 초에 여행계획을 잡을 때 일본의 규슈를 염두에 뒀다. 비행시간도 짧고 항공료도 싸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베 정권의 행태에 일본행을 단숨에 접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는 자녀들도 같은 뜻이었다고 했다.


일본여행 보이콧 열기가 식질 않고 있다. 일본행 자제 기운이 국민들의 일상 깊숙이 파고든 양상이다. 전씨처럼 일본행은 아예 제쳐놓고 보는 사례가 많다. 국민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수치로도 나타나고 있다. 일본정부관광국(JNTO)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은 30만8700명으로 전년 동월(59만3941명) 대비 48% 급감했다.

일본은 최근 수년간 우리 국민의 해외여행지 ‘1위’를 지켜왔다. 지난해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전년 대비 5.6% 증가한 약 754만명(방한 일본인 약 295만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근거리, 엔저현상, 디테일한 여행 콘텐츠, 항공 노선 및 편수 확대에 힘입은 것이다.


◆“일본이어서 안 간다”… 패키지 91% 급감

일본여행이 추락했다. ‘독립운동은 못 했어도 이번 만큼은 일본여행을 가지 않겠다’는 등 다양한 기지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넘쳐났다. 자발적으로 보이콧에 동참하는 시민의식이 발휘됐다. 일부 ‘샤이 재팬’ 현상도 있지만 주변을 의식해 일본여행을 취소하거나 여행계획을 접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패키지를 주로 판매하는 종합여행사의 실적을 확인한 결과 일본행은 7월부터 3개월 동안 줄곧 내리막이었다. 하나투어의 올 7~9월 일본여행 수요(전년 동월 대비)는 36.2%, 76.9%, 75.4%씩 감소했다. 모두투어는 7월과 8월 각각 30.8%, 83.3% 감소하다가 9월엔 90.8%나 빠졌다.

일본여행 보이콧은 특히 국내 최대 규모의 일본여행 커뮤니티가 가세하면서 열기를 더했다. 약 131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네일동’이 첫 포문을 연 것. 지난 7월17일 네일동 운영자는 일본여행 불매운동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통해 네일동 카페의 ‘휴면’을 공지했다.

네일동의 이 같은 결정은 개별여행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일본여행 붐은 그동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 개별여행객들이 일으켰다. 방일 한국인 중 개별여행객 비중은 약 73%에 달한다.

일본여행 보이콧은 한·일 관계가 풀리지 않는 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행리서치 전문기관인 컨슈머인사이트의 해외 여행지 관심도 월간조사(1000명, 최대허용오차 ±3.1%)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 6월 25%에서 7월 12%로 급감했다. 또 8월과 9월에는 5%로 떨어졌다. 그동안 25~31%를 유지한 것과는 천양지차다.

김민화 컨슈머인사이트 연구위원(박사)은 “지난 8~9월 5%대에 머문 일본 관심도는 처음 조사를 실시한 2015년 8월 이래 역대 최저치이며 최하위권인 아프리카에서도 보지 못한 수치”라면서 “당분간 일본여행 감소세는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남 수입차거리 토요타 전시장. /사진=이지완 기자
◆브레이크 없이 추락하는 판매량

일본의 수출규제로 시작된 불매운동이 국내 수입차시장에서 선전하던 일본차들을 휘청이게 하고 있다. 최근 3개월간 일본차 브랜드의 월별 판매량은 꾸준히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일부 브랜드는 철수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 7월부터 9월까지 렉서스, 토요타, 혼다, 닛산, 인피니티 등 일본차 브랜드의 누적 판매량은 5175대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약 44% 감소한 수치다. 전국적으로 번진 불매운동이 일본차 브랜드에 상처를 입히고 있는 것이다.

브랜드별로는 렉서스의 경우 불매운동 전인 6월 1302대를 판매했다. 불매운동이 본격화된 7월 판매량은 982대로 전월 대비 24.6% 줄었다. 8월과 9월에도 판매량이 각각 603대, 469대에 머물러 역신장했다.

토요타는 지난해 1만6774대를 팔아 일본차 브랜드 중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지만 이번 불매운동 여파를 피해가지 못했다. 토요타는 불매운동 이전인 6월 판매량이 1384대였으나 7월 865대로 37.5% 감소했다. 8월과 9월 판매량도 각각 542대, 374대에 머물렀다.
올 초부터 상품성을 개선한 연식변경 모델 등으로 힘을 준 혼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6월 801대의 판매실적을 올린 혼다는 7월 판매량이 468대에 그쳤다. 8월과 9월에는 각각 138대, 166대씩 판매해 월 판매량이 200대 이하로 떨어졌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닛산이다. 부족한 제품 포트폴리오의 한계로 이미 저조한 실적을 보이던 상황에서 야심차게 신차를 투입했지만 불매운동과 맞물려 신차 출시행사도 취소했다. 닛산의 판매량은 ▲6월 284대 ▲7월 228대 ▲8월 58대 ▲9월 46대 등으로, 불매운동이 지속되면서 월별 판매대수가 급감했다.

이처럼 저조한 판매로 철수설까지 제기됐다. 닛산 측은 한국이 중요한 시장인 만큼 사업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지만 사업구조 재편이 필요하다고 시인했다. 이미 일부 딜러사와 계약연장을 하지 않아 불매운동 이후 처음으로 전시장을 폐쇄한 일본차 브랜드에 이름을 올렸다.

닛산의 고성능 브랜드로 분류되는 인피니티도 불매운동 이후 두자릿수 판매량을 기록하며 흔들리고 있다. 6월 175대를 판매한 인피니티는 7월 131대, 8월 57대, 9월 48대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불매운동이 언제까지 전개될지 가늠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일본차 수입·판매업체 관계자는 “한국에서 일본차 판매시장이 크게 위축될 경우 불매운동이 끝난 후에도 신차 등의 배정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런 부분까지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박정웅 ·이지완 parkjo@mt.co.kr

여행, 레저스포츠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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