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다국적 공룡 '특허 빗장'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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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와 다국적제약사 간 특허전쟁이 활발하다. 내수시장에 역량을 다하던 업계가 해외로 눈을 점차 돌리자 성장통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 동국제약 등 전통제약사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 같은 바이오기업까지 다국적제약사를 대상으로 한 특허소송 결과가 속속히 나오고 있다. 특허 소송에 승소했다는 소식은 회사 가치와 주가가 상승하며 수출에도 탄력이 붙을 수 있어 업계가 숨을 죽이고 관망하고 있는 양상이다.

동국제약은 장기서방형주사제 ‘옥트레오티드’(octreotide) 서방형제제 제조법에 관한 특허법원 무효소송에서 스위스계 다국적제약사 노바티스를 상대로 승소했다. 이에 노바티스 독점체제가 깨지며 후발주자인 동국제약에 기회가 생기게 된 것. 동국제약은 2000년부터 해당 기술을 토대로 만든 항암제 등을 세계 50국에 수출하며 해외 진출 길을 닦은 바 있다.

이번 소송은 ‘산도스타틴 라르’(Sandostatin LAR)라는 제품명으로 노바티스에서 판매중인 옥트레오티드 에버그린전략(연장특허)에 관한 것이다. 특허법원은 “기존 시판되는 제품 대비 치료학적 효능에 대한 진보성이 결여됐다”고 판단 옥트레오티드 연장특허에 관한 무효 판결을 받아냈다.

동국제약 관계자는 “이번 특허소송은 일반적인 침해 회피가 아닌 적극적 특허무효화를 통해 다국적제약사 특허전략을 정당하게 견제하는 공세적 전략”이라며 “소송을 통해 향후 글로벌 경쟁에서 R&D 경쟁력을 갖추고 다른 특허소송에서도 승리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옥트레오타이드는 유일한 말단비대증치료 주사로 한 회당 가격이 약 165만원이다. 2014년 기준 약 2조3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해마다 약 10% 성장률을 기록한다. 국내 시장은 약 150억원 규모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오랜 숙원이었던 스위스계 다국적제약사 ‘론자’의 빗장을 열었다. 론자를 상대로 청구한 세포주 관련 기술 특허무효 심판에서 승소하게 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따르면 특허심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론자에 대해 제기한 특허 무효심판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손을 들어줬다. 2017년 7월3월 론자를 상대로 항체 생산을 위한 유전자를 세포주 안으로 옮겨주는 DNA 벡터(운반체)에 관한 특허 무효심판을 청구한 지 약 2년 만이다.

세포주는 대량 증식해 원하는 항체의약품을 만들어주는 세포를 일컫는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론자에 소송을 제기한 특허는 세포주 증식을 돕는 일부 단백질에 대한 것이다.

2017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에서 의약품 수탁개발(CDO)로 사업을 확대하면서 론자 세포주 개발 특허가 부당한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판단해 특허무효 심판을 청구했다. CDO는 실험실 단계에서 개발된 항체의약품을 대량 생산하도록 세포주와 생산공정을 개발해주는 사업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소송을 제기한 론자는 CDO와 CMO를 동시에 하는 대표적인 의약품수탁제조개발(CDMO) 기업이다. 지난 2년간 두 회사는 의견서를 9회나 제출하는 등 치열한 공방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허심판원은 론자 특허가 기존에 알려진 기술과 동일해 새롭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기술자가 쉽게 발명할 수 있어 진보성도 없다고 판단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손을 들어줬다.

특허심판원 관계자는 “론자 특허가 유럽, 미국, 일본 등 바이오산업 선진국에서는 사실상 등록되지 않거나 무효화됐다”며“한국·인도·중국 등 바이오산업 이머징국가(신흥국)에서만 특허가 유지돼 CDO 사업진출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특허심판원 판결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기존 세포주 기술에 무효가 된 특허 기술까지 추가해 CDO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수 있게 됐다”며 “우리 기업에 대한 다국적제약사 견제가 본격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K-바이오의 위상도 제고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해외시장을 겨냥하자 협회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제약특허연구회는 특허청 약품화학심사과, 유명 법무법인 변호사, 법학대학교 교수 등을 초청해 교육을 진행한다.

특약회 관계자는“최근 제약업계 특허 핵심 이슈를 중심으로 특허권 시행령 개정안, 공정거래위원회 주요 이슈 등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준비했다”며 “제약특허 실무를 담당하는 제약인들의 전문지식 함양과 업무능력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아름 arhan@mt.co.kr

머니투데이 경제주간지 머니S 산업1팀 기자. 제약·바이오·병원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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