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불매운동 100일] ①자동차마저… ‘일본의 자존심’도 찬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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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4일. ‘NO 재팬’ 운동이 시작됐다. 일본 정부가 강제징용판결을 빌미삼아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규제를 단행한 데 따른 것이다. 국민들은 일본제품 ‘안 사고 안 팔기’로 맞섰다. 불매운동이 시작된 지 어느덧 100일. 지나가는 들불이 될 것이라는 일부 우려와 달리 불매운동은 꺼지지 않는 용광로처럼 활활 타오르는 중이다. 불매운동이 일본에 던진 메시지는 강렬했고 우리 국민의 가슴 속에는 애국을 향한 깊은 여운을 남겼다. 이 운동의 그 끝은 어디일까. ‘NO 재팬’ 운동 100일을 집중 점검해봤다.<편집자주>


“독립운동은 못 했어도 불매운동은 한다.”


위기일까, 새로운 전환점일까.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여전히 진행형이다. 단순히 제품을 ‘안  사고 안 쓰는’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식품 원산지는 물론 바코드까지 분석하는 등 전문화·조직화되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불매운동이 지나가는 들불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장기화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과거 일본제품 불매운동에는 특정 단체 일부가 주도했다면 이번에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시작됐고 확산, 진화했다는 게 특징이다. 

일본산 주류, 판매하지 않겠습니다/뉴스1=윤일지 기자
◆‘보이콧 재팬’… 전방위 산업으로 확산

“사지 않습니다, 가지 않습니다.” 일본 정부의 무역보복 조치로 촉발된 ‘NO 재팬’ 운동은 한 네티즌이 일장기를 활용해 보이콧 재팬 로고를 올리면서 불을 지폈다. 이후 SNS를 타고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급속도로 번져나갔다. 품목도 일본맥주, 라면 등 식품에서 시작해 일본 브랜드 옷과 화장품, 자동차 등 전방위 산업으로 확대됐다.

이후에는 의약품이나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등 문화산업으로까지 번졌고 심지어 일본 제품 택배 거부까지 전선을 넓히고 있다. 더 나아가 불매운동을 위한 전용 사이트가 개설됐고 항일 관련 프로젝트가 클라우드 펀딩으로 지원받는 등 불매운동은 더 조직적으로 진화 중이다. 

‘노노재팬’은 일본제품 리스트와 일본제품을 대체할 국산품을 소개해주는 사이트. 한때 하루 방문자만 100만명이 넘고 사이트가 마비될 정도의 인기를 끌었다. 전용 애플리케이션(앱)도 나왔다. 모바일로 앱에 접속하면 일본 제품을 쉽게 검색해보고 대체제품에 관한 정보를 공유할 수도 있다. 노노재팬은 참여자의 댓글로 정보가 계속 업데이트 된다. 일각에선 ‘불매운동판 위키피디아’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전문가들은 이번 불매운동이 탄탄한 정보로 무장한 소비자 주권운동으로 진화되는 양상을 보인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에는 일본산 제품 바코드 앞자리 번호인 49와 45를 활용해 ‘49 싶어도 45지 말자’라는 불매운동 구호까지 등장했다. 

또 일본제품이라도 국내에서 포장하면 국내 바코드 번호인 ‘88’이 찍히기 때문에 포장용기까지 생산 지역을 표시하는 등 원산지 표기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청와대 청원도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네티즌들이 불매운동을 확산시키는 사이 중소상인들도 가세했다. 이른바 ‘일본제품 안 판다’ 운동. 몇몇 점포에서 자발적으로 시작된 이 운동은 시작된 지 10일 만에 1만여곳 이상의 매장이 참여했고 지금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도·소매 자영업자와 슈퍼마켓 2000곳 이상이 일본 제품 판매를 중단하기 시작했고 일본산 제품 100여가지를 반품한 마트만 3200곳을 넘어섰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불매 흐름이 본격적으로 커지기 시작한 것은 판매자들까지 일본 제품 판매 거부에 동참하면서다”며 “동네 마트들이 일본 제품 판매를 중단하면서 개개인 차원의 소비 거부가 집단적인 매매 중단으로 확산했다”고 설명했다.

 
◆‘메이드 인 재팬’… 줄줄이 굴욕 

불매운동 후폭풍은 숫자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직격탄을 맞은 것은 아사히 등 일본산 맥주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9월(잠정치) 일본 맥주 수입액은 6000달러(약 700만원)에 그쳤다. 이는 전년대비 99.9% 감소한 수치다. 수입 맥주 1위였던 일본 맥주가 사실상 수입 중단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국가별 순위도 1위에서 28위로 추락했다. 올해 7월 불매운동이 시작된 후 3위로 떨어졌고 8월에는 13위에 내려앉았다. 최근에는 러시아, 터키 맥주에도 순위가 밀렸다. 

대형마트나 편의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일본 맥주 매출은 7월 이후 최소 15%에서 최대 40%까지 줄어들었고 일본 라면이나 소스 등 맥주 이외 제품 매출도 매장별로 크게 30%까지 쪼그라들었다. 

‘안 입기’ 운동의 대표 브랜드로 꼽힌 유니클로는 불매운동 시작 후 월계, 종로3가, 구로, 구리점 등 4곳이 연달아 폐점했다. ‘매장 재계약 문제’라는 게 회사측이 내세운 폐점 이유지만 사실상 손님이 뚝 끊긴 상황이어서 불매운동 영향이 컸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실제 8개 카드사의 유니클로 매출액은 6월 마지막 주 59억4000만원에서 7월 넷째 주 17억7000만원으로 70.1% 급감했다. 브랜드 가치도 떨어졌다. 브랜드스탁이 발표한 ‘2019년 3분기 대한민국 100대 브랜드’에서 유니클로는 99위까지 떨어지며 순위권 탈락을 예고했다.

일본산 화장품도 타격을 입었다. 주요 백화점 3사에서 SK-Ⅱ, 시세이도, 슈에무라 등 일본 화장품 매출은 불매운동이 시작된 한 달 동안 20%가량 줄었다. 같은 기간 올리브영·랄라블라·롭스 등 헬스앤드뷰티(H&B) 스토어에서도 한자릿수의 매출 감소세를 기록했다.

여행업계와 자동차 시장도 크게 흔들렸다. 지난 7~8월 휴가철에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지난해보다 30% 가까이 줄었고 메이드 인 재팬의 상징인 자동차도 굴욕을 맛봤다. 9월에 새로 등록한 일본 승용차가 지난해보다 60% 급락하면서 뚜렷한 판매 위축세를 보였다. 

업계에서는 시민들 스스로 다양한 방법으로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키워가고 있는 만큼 파장은 장기화되고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단순히 일본상품을 사지 않고 팔지 않는 선을 넘어 미량의 일본산 원료를 사용한 국내 기업의 제품까지 찾아 되레 역풍을 맞는 등 불매운동이 정교화 되는 추세”라며 “혹시나 불똥이 튈까 자사품 중에 단 0.01%라도 일본산 원재료가 들어간 제품이 있는 지 검증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김설아 sasa7088@mt.co.kr

머니투데이 경제주간지 머니S 산업1팀 유통 담당 기자. 식음료, 주류, 패션, 뷰티, 가구 등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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