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불매운동 100일] ④유니클로 가보니… 세일인데 계산대 8할은 ‘휴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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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4일. ‘NO 재팬’ 운동이 시작됐다. 일본 정부가 강제징용판결을 빌미삼아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규제를 단행한 데 따른 것이다. 국민들은 일본제품 ‘안 사고 안 팔기’로 맞섰다. 불매운동이 시작된 지 어느덧 100일. 지나가는 들불이 될 것이라는 일부 우려와 달리 불매운동은 꺼지지 않는 용광로처럼 활활 타오르는 중이다. 불매운동이 일본에 던진 메시지는 강렬했고 우리 국민의 가슴 속에는 애국을 향한 깊은 여운을 남겼다. 이 운동의 그 끝은 어디일까. ‘NO 재팬’ 운동 100일을 집중 점검해봤다.<편집자주>

서울의 한 유니클로 매장. /사진=김경은 기자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시작된 지 100일. 닐슨코리아가 7월 첫째주부터 9월 둘째주까지 11주간 일본제품 불매 관련 온라인 게시글을 분석한 결과 7월 넷째주에 게시글 수가 정점을 찍고 서서히 감소하는 추세다.

이미 번질 만큼 번져 불매가 일상이 된 걸까. 아니면 ‘냄비근성’이란 일각의 우려처럼 금방 달아올랐다가 식어버린 걸까. 유니클로, GU, 무인양품, ABC마트 등 불매 목록에 이름을 올린 일본 브랜드 매장을 찾아 실태를 살펴봤다. 

불매운동 알지만… ‘샤이재팬’ 소비자들

“쯧쯧쯧… 애국은 못할망정.”

지난 7일 저녁 서울 마포에 위치한 유니클로 매장 앞을 서성이던 기자를 보며 한 노인이 혀를 찼다. 그저 매장을 구경만 했는데 쓴소리와 함께 따가운 시선이 느꼈졌다. 유니클로는 일본제품 불매 목록 1순위로 지목된 브랜드다.

겉으론 여전히 인적이 드물었지만 문을 열자 상황이 달라졌다. 매장 내부에는 10여명이 쇼핑을 즐기고 있었다. 바로 옆 매장인 토종 SPA 브랜드 탑텐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매장 방문객은 외국인 관광객 2명을 제외하곤 모두 한국인. 이들은 불매운동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셔츠를 구매한 20대 남성 A씨는 “급하게 필요한데 지나가다 보이기에 들어왔다”며 “불매운동을 알고는 있지만 개의치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A씨는 유니클로 로고가 박힌 쇼핑백을 가방에 구겨 넣고는 황급히 매장을 나섰다. 

매장 고객 대부분은 불매운동 관련 질문에 자리를 피하거나 대답을 회피했다. 일본 제품이나 문화를 소비하면서도 주변 시선을 의식하는 이른바 ‘샤이 재팬’족들이다. 속옷을 둘러보던 50대 여성 B씨는 ‘불매운동을 알고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의식은 하고 있는데…”라며 멋쩍게 웃어보였다. 이어 “원래 착용하던 제품”이라고 애써 설명했다.

가을 재킷을 입어보던 20대 여성 C씨는 “원래 유니클로를 좋아하고 자주 방문했지만 불매운동이 시작된 뒤로는 한번도 안 오다가 3개월 만에 찾았다”며 해명하듯 말했다. 그러면서 “신상품은 뭐가 있는지, 사람은 없는지 궁금했다. 실제로 사람이 절반 이상 줄어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유니클로 매장 계산대가 비어있는 모습. /사진=김경은 기자

유니클로 ‘품절사태’, 사실일까 

유니클로 매장은 가을·겨울 시즌을 맞아 새 단장에 나섰다. 후리스(플리스)와 히트텍(발열 내의) 등 유니클로 효자상품들이 매장 진열대에 올랐다. 여기에 ‘기간 한정가격’이란 세일 안내까지 더해 소비자들을 유혹했다. 유니클로는 지난 3일부터 보름 간의 일정으로 온·오프라인 스토어에서 베스트셀러 아이템을 최대 50% 할인하는 15주년 감사세일을 진행하고 있다.

유니클로의 할인 공습은 소비자의 발길을 끌기 충분했다. 같은 날 저녁 8시 영등포의 한 복합쇼핑몰에 위치한 유니클로 매장에는 30여명이 쇼핑을 하고 있었다. 이 중 10여명은 구매를 마쳤다. 쇼핑 바구니가 넘치도록 물건을 담은 이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불매운동 이전과는 분명한 차이를 보였다. 과거 유니클로 매장은 세일 기간이면 계산하려는 대기 행렬로 장사진을 이뤘다. 반면 이날 유니클로 계산대는 10곳 중 2곳만 운영되고 있었다. 

일각에서 제기한 품절 사태도 없었다. 일부 매체에선 지난달 27일 출시된 ‘U라인’과 가을·겨울 상품인 히트텍, 경량패딩 등이 매진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제품 물량은 매장 진열대에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유니클로 국내 유통사인 FRL코리아 관계자는 “히트텍은 매진된 적이 없다. ‘U라인’의 경우 마니아 고객이 있지만 이번 시즌에 일부 색상만 품절됐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한 무인양품 매장. /사진=김경은 기자

“일본 제품이에요?”… 여전히 모르는 고객도 

다른 일본 브랜드들의 상황은 어떨까. 유니클로 계열사의 신생 브랜드인 GU는 물론 무인양품, ABC마트 등 매장에서 만난 소비자들은 “일본 브랜드인줄 몰랐다”고 입을 모았다. 무인양품 매장을 찾은 70대 여성 D씨는 “국내에서 생산하는 제품인 줄 알았다. 일본 제품은 사지도 말고 팔지도 말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자리를 떴다.

직원들이 ‘일본 색 지우기’에 나선 모습도 포착됐다. 서울 마포의 한 무인양품 매장에서는 제품 원산지를 묻는 40대 고객 E씨의 질문에 직원이 답변을 회피했다. E씨는 “계산하면서 직원에게 ‘일본 브랜드냐’고 물었는데 대답을 안 하더라”며 “일본 브랜드가 맞느냐”고 기자에게 되물었다. 

그는 “매장 간판에 ‘히라가나’가 써있는 것도 아니라서 전혀 몰랐다”며 “불매운동 동참한다고 유니클로도 안 가고 있는데 찝찝해서 어떻게 신겠느냐”고 토로했다. 그가 구매한 건 양말 세켤레. 할인가로 1만원이 안 되는 가격이지만 E씨는 다시 매장으로 돌아가 환불을 받았다.

불매운동이 장기화되면서 열기는 다소 식은 듯 보이지만 불길은 꺼지지 않은 분위기다. 일본 브랜드에 대한 불매가 시들고 소비가 회복되더라도 이전 수준으로는 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란 게 업계 판단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유니클로 방문객수가 점점 늘고 있다곤 하지만 이전처럼 소비가 회복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유니클로 감사제 시즌인데 전처럼 북적대는 모습이 사라졌고 이미 국산 브랜드로 갈아탄 소비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불매운동을 강요할 순 없다”면서도 “소비자 개개인이 아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현 상황을 볼 필요가 있다. 자신의 취향과 선호를 넘어 자존심의 문제다. 일본 유니클로 본사 임원이 ‘한국 불매운동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망언까지 하지 않았나. 불매운동 100일을 맞아 다시금 상기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경은 silver@mt.co.kr

머니S 산업팀 김경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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