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기업 맞벌이도 포기한 로또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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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사진=이미지투데이


몇개월 전 지인들과의 단톡방에서 난리가 났다. ‘과천자이’ 무순위청약에 당첨됐는데 계약금과 중도금을 낼 방법이 없어서 고민이라는 것이었다.

과천자이는 올 5월 분양한 강남권 대표 ‘로또아파트’로 불린 단지다. 정부과천청사와 여러 대기업이 있고 정부의 3기신도시 개발이 확정된 계획도시다. 분양 당시 과천자이 분양가는 3.3㎡당 3253만원으로 전용면적 84㎡ 기준 9억4000만~10억 9000만원이었다. 정부는 분양가 9억원 이상 아파트의 중도금대출을 금지한 상태다.

과천자이에 당첨된 지인은 부부가 국내 재계 5위 안에 드는 대기업과 외국계 대기업에 다니며 억대 연봉을 받는 중산층이다. 단톡방 내 지인들은 소셜펀딩을 해 투자금을 지원하자는 말까지 나왔다. 로또아파트에 대한 세간의 인기를 실감한 사건이었다.

그러나 그는 결국 청약을 포기했다. 그는 만약 잔금 20%를 제외한 7억5200만원을 100% 신용대출로 충당한다고 가정할 때 매달 내야 하는 이자가 KB국민은행 이자율 4.5% 기준 282만원이라고 했다. 생계에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투자해야 할 필요를 못 느낀 데다 혹시 입주시점에 이르러 부동산경기가 침체하거나 전셋값이 하락해 감당할 수 없게 될까봐 불안하다는 게 이유였다.

반나절의 해프닝이 끝나고 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현실과 얼마나 동떨어졌는지 몸소 느낄 수 있었다. 42년의 역사를 지닌 분양가상한제는 주택보급률과 집값이 낮던 시절 서민과 중산층 무주택자의 대표적인 내집 마련 수단이었다. 

민간 분양가상한제가 처음 도입된 1977년 정부는 중산층 직장인이 월급을 5~7년 동안 모으면 아파트를 살 수 있다고 홍보했다. 40년 이상 지난 지금은 서울 중간소득층인 3분위가구가 중간가격의 아파트를 사려면 월급을 한푼도 안쓰고 13년8개월이나 모아야 한다. 월급을 한푼도 안쓰는 건 불가능하므로 새 아파트의 진입장벽은 갈수록 공고해진다.

로또아파트가 현금부자들만의 잔치라는 비판을 두고 부동산가격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을 건설사나 개발업자가 갖느냐, 운 좋게 당첨된 분양자가 갖느냐의 차이라는 시각도 있다. 더 넓혀보면 인구감소와 도시집중화가 빨라지고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은 상황에 서울 집값안정을 명분으로 한 아파트 개발 자체가 아이러니다.

지인이 청약을 포기한 과천자이는 현재 분양권가격이 네이버부동산 기준 13억~14억원이다. 5개월 만에 3억~4억원이 올랐는데 앞으로 두배, 세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가 무리한 빚을 내서라도 분양받았어야 했는지 후회할 수도 있겠다.

대기업 맞벌이 부부도 포기하는 로또아파트인데 분양가 규제가 진정 무주택자의 주거안정을 위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분양가상한제로 새 아파트가격이 수억원 낮아져도 서민이나 중산층에게는 현실성이 떨어진다. 

아파트와 비아파트의 주거품질이나 인식차이, 민간 임대주택의 규제공백 등이 더 시급히 해결할 과제다. 소수의 분양당첨자보다 훨씬 더 많은 국민에게 상대적 박탈감만 주는 분양가 규제제도를 계속 유지해야 하나.

☞ 본 기사는 <머니S> 제615호(2019년 10월22~2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노향 merry@mt.co.kr  |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산업2팀 김노향 기자입니다. 부동산·건설과 관련한 많은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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