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무원 만두·김치의 대반란… 시장판도 바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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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5월 서울 강남 압구정동에 작은 채소가게가 문을 열었다. 가게 주인은 농약을 쓰지 않은 유기농 농산물을 주로 판매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유기농이란 말이 아예 없었고 인식이 전무하던 터라 수요는 많지 않았다. 가게를 연지 몇개월이 지나자 주인은 3000만원가량의 빚더미에 앉았다. 고민 끝에 내놓은 것이 무공해로 직접 기른 두부와 콩나물이다.

두부와 콩나물을 팔던 가게는 이제 신선식품, 냉동식품, 라면, 음료, 생수, 급식, 이유식 등 거의 모든 식품시장에 진출한 국내 10대 종합식품기업이 됐다. ‘바른먹거리’ 풀무원의 이야기다. 33.05㎡(10평) 남짓한 채소가게에 불과했던 풀무원은 최근 국내와 해외에서 훨훨 날고 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풀무원 얇은피 꽉찬속 만두를 들여다보고 있다. /사진제공=풀무원

◆‘4등의 반란’… 풀무원 얄피만두

풀무원식품은 냉동만두시장을 재편하고 있다. 풀무원은 그동안 만두시장에서 3~4위를 달리는 후발주자였다. 지난해 8월 시장 점유율은 10.4%로 4위에 불과 0.1%포인트 앞선 3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 3월 ‘얇은피꽉찬속 만두’를 출시하며 판세가 달려졌다. ‘얇은피꽉찬속 만두’는 지난 8월 국내 냉동만두 시장 점유율에서 20.3%(닐슨 기준)를 기록했다. 지난 7월 시장 점유율 17.6%를 기록한 지 불과 한달 만에 20%를 돌파하면서 2위 자리를 더욱 공고히 다졌다.

기존 시판 만두들이 모두 만두소 경쟁에만 집중하고 있을 때 만두피로 시선을 돌린 게 주효했다. 풀무원은 보통 시판 냉동만두의 피 두께(1.5㎜)의 절반인 0.7㎜ 초슬림 만두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얇은피꽉찬속 만두는 피가 얇아진 만큼 만두소를 가득 채웠다. 1㎝ 크기로 깍둑썰기한 돼지고기를 넣어 씹는 맛을 극대화했고 여기에 부추와 새송이버섯을 굵게 썰어 넣어 풍부한 영양과 감칠맛을 더했다.

얇은피꽉찬속 만두는 출시 열흘 만에 50만봉지가 팔렸고 한달 만에 120만봉지, 이후 3개월 만에 300만봉지가 팔리며 흥행 가도를 달렸다. 출시 5개월 만인 8월에는 750만봉지를 돌파했다. 현재 흐름으로 볼 때 연내 1000만봉 돌파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냉동만두시장은 그동안 CJ제일제당의 ‘비비고’와 해태의 ‘고향만두’가 오랫동안 1, 2위를 지켜왔다. 하지만 얇은피 만두 출시 이후 냉동만두시장 구도가 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만두시장 절대강자인 비비고의 아성에 도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전역에서 판매되고 있는 풀무원 김치 4종. /사진제공=풀무원

◆1년 만에 미국 김치시장 점유율 1위 달성

해외에서도 순항 중이다. 풀무원이 미국에서 판매하고 있는 한국산 김치는 지난 8월 말 기준 미국 대형 유통매장 시장점유율(닐슨 기준)에서 40.4%를 기록해 1위에 올랐다. 2, 3위는 미국 현지 생산 김치브랜드로 각각 11.6%, 9.4%로 나타났다.

풀무원은 미국 현지 1만여개 매장에서 ‘나소야’ 브랜드로 ‘썰은김치 매운맛’, ‘썰은김치 순한맛’, ‘깍두기 순한맛’, ‘백김치’ 등 4종류의 김치를 판매하고 있다. 풀무원이 지난해 9월 한국산 김치로 미국 메인스트림시장에 처음 진출했을 당시 시장점유율은 0.7%였다. 그러나 불과 1년 만에 점유율을 40.4%까지 끌어올렸다.

풀무원이 미국 시장서 성과를 거둔 데는 ▲한국에서 한국 배추로 만든 한국산 김치라는 점 ▲미국인 입맛에 맞는 김치 개발 ▲30여년간 김치박물관을 운영하며 축적한 김치 발효과학의 노하우 ▲미국 전역 커버가 가능한 유통망 등이 주효했다.

특히 풀무원은 지난해 글로벌 최대 유통 월마트의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처음 100여개 매장에 입점을 성공했다. 이후 월마트 3900개, 퍼블릭스 1100개에 이어 크로거 등 총 1만여개 미국 대형 유통매장 입점에 성공함으로써 한국산 김치가 미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는 터전을 마련했다.

◆풀무원의 약진, 시장 판도 바꿀까

하지만 풀무원의 약진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제 막 성과를 보기 시작한 만큼 상황을 좀더 지켜봐야한다는 것.

특히 업계에서는 풀무원의 얇은피 만두 흥행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경쟁업체들도 잇따라 얇은 피를 내세운 신제품을 출시함에 따라 경쟁이 격화되고 있어서다. 동원 F&B는 지난 7월 피 두께가 0.65㎜에 불과한 ‘개성 얇은피 만두’를 선보였다. 이어 지난 9월 해태가 0.65㎜인 ‘얇은 피 고향만두’를, 신세계푸드는 0.7㎜ ‘올반 랍스터 인생 왕교자’를 출시했다. 1위 CJ제일제당 역시 0.7㎜짜리 ‘비비고 군교자’를 출시했다.

풀무원이 업계 1위 자리를 넘보기에는 아직까지 CJ제일제당의 지배적 위치는 견고하다. CJ제일제당의 냉동만두시장 점유율은 2017년 42.1%, 지난해 44.3%에 이어 올 7월까지 44.5%로 꾸준히 상승세다. 올 상반기 점유율은 44.6%로 오히려 전년보다 0.3%포인트 늘었다. 풀무원의 약진에도 비비고의 몸집은 더 커진 셈이다.

해외시장 성과도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풀무원은 20년 가까이 미국과 일본 등 해외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풀무원 한국산 김치의 미국시장 점유율 1위 달성에도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풀무원이 한정적인 데이터로 시장을 왜곡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대형 유통 점포수는 총 2만개인데 풀무원이 자사 제품이 입점한 1만여개 점포만을 대상으로 한정된 결과를 뽑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미국에 수출하는 김치의 70%는 대상과 농협의 몫인데 나머지업체들과 30%의 물량을 나눠 수출한 풀무원의 점유율이 이보다 높을 수 없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에 대해 풀무원 관계자는 “자체 조사가 아닌 시장조사기관 닐슨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자료다. 포스(POS)에 찍힌 판매액을 기준으로 나온 수치”라며 “풀무원 김치가 경쟁업체에 비해 가장 많은 유통체인에 입점해 있어 나온 결과”라고 해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15호(2019년 10월22~2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경은 silver@mt.co.kr

머니S 산업팀 김경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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