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곳에서 퍼왔는데… ‘생수 가격’은 왜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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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물 만난 ‘생수시장’이다. 국내 생수 제조사만 70여개, 브랜드는 300여개에 달한다. 초저가부터 프리미엄까지 가격대도 천차만별. 레드오션으로 분류됨에도 기업들은 앞다퉈 생수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머니S>는 생수시장이 커지는 이유와 그 속에 숨겨진 수원지의 비밀을 들여다봤다. 여기에 생수에 관한 궁금증에 대해서도 실제 체험과 인터뷰를 통해 짚어봤다. <편집자주> 

[생수의 품격-②] '수원지'의 비밀

#. 2ℓ짜리 생수 A가 있다. 먹는샘물이라고 적힌 플라스틱 병에 담긴 이 제품의 수원지는 경기 남양주시 수동면. 무기물질 함량을 보니 칼슘 8.4~15.5, 나트륨 5.9~17.7, 마그네슘 1.8~2.2라고 표시됐다. 또 다른 생수 B. 이 제품의 수원지는 세종시 전의면이다. 칼슘 함량이 전 제품과 비교해 30.2~33.0으로 월등하다. 나트륨은 13.4~14.1, 마그네슘은 6.3~7.2로 표기됐다. 두 제품은 다른 물일까. 정답은 X. 수원지도, 4가지 무기물질 함량도 각각 다르지만 ‘탐사수’라는 동일한 브랜드명으로 라벨링돼 판매되는 같은 물이다.

물을 ‘물로 보면’ 안되는 시대. 생수시장은 말 그대로 춘추전국시대다. 매년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자 식품기업과 대형마트는 물론 온라인 유통업체들까지 물 시장에 속속 뛰어 들고 있다. 문제는 시장이 확대되고 브랜드가 많아지면서 가격과 품질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는 점. 브랜드수는 많은데 생수의 생산지(수원지)는 몇곳에 국한돼서다.



◆브랜드 별로 가격 ‘천차만별’

환경부 ‘먹는샘물 제조업체 허가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국내에서 생수를 제조하는 업체는 삼정샘물, 백학음료, 하이트진로음료, 대정 등 61곳. 이 중 2곳이 휴업 상태인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59곳만 사업을 지속 중이다. 반면 생수 브랜드는 300여개에 육박한다. 수원지가 한정되다 보니 한 생수 공장에서 자체 브랜드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여러 브랜드 제품을 생산하는 구조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생수를 제조할 수 있는 수원지가 제한돼 있고 하루 취수허가량이 1000톤이 넘는 업체는 10곳 정도에 불과하다”며 “생수 대량생산이 가능한 제조사들과 유통업체들이 복수의 계약을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 수원지에서 나온 여러개의 브랜드. 하지만 가격은 브랜드별로 차이가 난다. 가장 저렴한 생수 브랜드와 가장 비싼 브랜드는 최대 2배 이상 가격차가 나기도 한다. 실제 경기도 포천을 수원지로 하는 제조시설은 포천음료, 포천그린, 풀무원샘물, 이동장수샘물 등 총 6곳.

이곳에서는 2ℓ 기준으로 롯데아이시스(670원), 풀무원샘물(700원), 커클랜드 시그니처(300원), 네슬레퓨어라이프(417원) 등 다양한 생수 브랜드가 생산되는데 브랜드에 따라 가격이 300~700원으로 다양하다. 특히 풀무원샘물에서 같이 생산하는 풀무원샘물과 커클랜드 시그니처의 가격 차이는 400원이나 난다.

경남 산청군 지리산 자락에 위치한 한 수원지에서도 ▲동원샘물 ▲심천수 ▲236미네랄워터(티몬PB) ▲노브랜드 미네랄워터(이마트PB) ▲아워홈 지리산수 등 브랜드 생산자가 동일하지만 판매 가격은 제각각이다. 강원 평창의 한 제조사에서 생산되는 ▲해태htb 강원평창수 ▲이마트 봉평샘물 ▲코카콜라 휘오순수 등도 마찬가지다.

“같은 지역 안에서도 취수 장소가 여러 곳이고 브랜드별로 물류비 등 판매관리비 부담에서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지만 제품 가격이 2배 넘게 차이날 만큼 의미 있는 수준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생산 과정상 차이가 발생하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소비자 입장에서도 동일한 품질의 생수인지 아니면 품질관리에 차별점이 있어서 가격 차이가 발생하는 것인지 의문이 드는 부분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일한 브랜드 제품이라 할지라도 대형마트, 동네 슈퍼마켓, 편의점 등 판매처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기도 한다.



◆하나의 브랜드… 수원지는 여러개

한 브랜드 제품을 각기 다른 수원지의 제조사에서 생산하는 것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소셜커머스기업인 쿠팡의 자체 브랜드(PB) ‘탐사수’가 대표적. 이 생수의 수원지는 경기도 남양주, 충북청주시 가덕면, 울산 울주군, 세종시 전의면 등 다수다.

쿠팡은 홈페이지를 통해 탐사수가 여러 수원지를 통해 생산되고 고객들에게 랜덤 발송된다고 고지하고 있다. 소비자는 구매한 생수를 배송받기 전까지 품질의 기준이 될 수 있는 수원지를 확인할 수 없는 셈이다. 대신 싼 가격과 빠른 배송을 강점으로 내세워 마케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 경우 품질관리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시 유통업체와 다수의 생산업체가 책임을 떠넘길 수 있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PB제품만 다수의 수원지를 쓰는 것은 아니다. 롯데칠성음료의 대표 브랜드 ‘아이시스 8.0’도 수원지가 3곳(충청북도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전북 순창군 쌍치면, 경상북도 청도군 각북면)이다.

수원지의 매력만 놓고 보면 경쟁사인 삼다수(제주도)나 농심 백산수(백두산)에 비해 아이시스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셈. 아이시스 8.0은 ‘수원지’가 강점이 아닌 ‘목넘김이 좋은 약알칼리성’의 pH(수소이온) 농도를 강조한 제품이란 게 롯데 측 설명이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수원지보다는 수원지 물이 알칼리성 물(pH8.0)에 충족하느냐 안하느냐에 가치가 있는 것”이라며 “국내에서 판매되는 생수는 대부분 원천되는 물이 광천수이기 때문에 (수원지가 다르더라도) 물맛은 비슷하다”고 말했다.

◆커지는 시장… 품질관리도 강화돼야

업계에서는 먹는샘물시장이 가진 이 같은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되긴 어렵다고 본다. 근본 문제인 수원지 부족 현상을 해결할 수 없다는 이유가 가장 크다. 고무줄가격 역시 업체별 생산 물량이나 물류비, 마케팅비 등 유통구조에 따라 복합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시장 논리에 맡길 수밖에 없다는 게 주무부처인 환경부 입장이다.

다만 시장이 커지는 만큼 관리 감독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지난해 개봉하지 않은 생수에서 이물질이 발견되는 등 생수 품질관련 우려가 커지면서 환경부는 먹는물 영업장 지도 점검에 관한 규정을 강화하고 나섰다. 하지만 문제가 된 제조사에 한해서만 점검 횟수를 연 1회 늘리는 데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수원지 부족으로 같은 수원지에서 포장과 라벨만 바꾼 생수 제품들이 난립하는데 품질관리에 대한 책임을 크게 묻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자칫 사고라도 터지면 생수시장 전체가 크게 위축될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15호(2019년 10월22~2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설아 sasa7088@mt.co.kr

머니투데이 경제주간지 머니S 산업1팀 유통 담당 기자. 식음료, 주류, 패션, 뷰티, 가구 등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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