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식에서 식사로"… 밥보다 든든한 '죽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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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대형 할인마트에서 직원이 동원F&B의 양반 파우치죽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제공=동원F&B

#. 직장인 이모씨(29)는 요즘 간편죽으로 아침을 해결한다. 바쁜 아침에 챙겨먹기 간편한 데다 먹고 나면 속이 편해서다. 이씨는 “죽은 아플 때 찾는 환자식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아침에 먹어보니 한끼 식사로 훌륭하더라”며 “맛과 종류가 다양해서 골라먹는 재미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가정간편식(HMR) 인기에 힘입어 국내 죽시장이 거침없이 성장하고 있다. 본죽, 죽이야기 등 죽 전문점이 좌우하던 시장은 어느새 식품업계의 전쟁터가 됐다. 동원F&B, CJ제일제당 등 식품업체들은 5000억원 규모로 커진 죽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펄펄 끓는 죽시장… 파우치죽으로 쭉쭉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일반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에서 판매되는 상온 죽 시장 규모는 2015년 327억원에서 지난해 745억원으로 3년 만에 두배 이상으로 커졌다. 올해 상온 죽시장 규모는 약 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냉장 죽과 외식죽 시장을 합하면 죽 시장은 총 5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죽 시장의 성장 배경엔 1인 가구 증가와 간편식 트렌드 확산이 자리하고 있다. 최근 즉석 죽제품은 간편하면서도맛과 영양을 동시에 갖춰 1인 가구 및 맞벌이 가구를 중심으로 소비가 급격히 늘고 있다. 또한 가정간편식의 인기에 힘입어 즉석 죽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과거 환자들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환자식 개념에서 간편하게 조리하는 간편식 개념으로 변화한 것.

특히 최근 죽시장 성장을 견인하는 건 ‘파우치 죽’이다. 국내 죽시장은 동원 F&B가 1992년 국내 최초로 용기에 담긴 ‘동원참치죽’을 출시한 뒤 본격 개막했다. 이후 30년 가까이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용기 죽’이 시장을 이끌어왔다. 하지만 지난해 CJ제일제당이 비닐 재질의 봉지(파우치)에 담긴 파우치죽을 선보이면서 죽시장이 다양해지고 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파우치죽 시장은 지난해 10월 3억9400만원 규모로 전체 6%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CJ제일제당의 ‘비비고 파우치죽’ 출시 이후 파우치죽 점유율은 두자릿수로 뛰었다. 지난 8월에는 42억2800만원으로 용기시장의 절반 이상으로 성장했다.

파우치죽은 용기죽에 비해 살균 시간을 줄일 수 있어 비교적 내용물을 그대로 유지하기 쉽다. 용기죽은 내용물을 넣고 끓여 완성한 후 장시간 살균하는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파우치죽은 포장재 안에 내용물을 넣어 조리와 살균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 때문에 파우치죽은 쌀알, 전복, 소고기 등 내용물의 식감이 직접 끓이는 죽과 비슷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비고 파우치죽의 인기에 다른 업체들도 속속 파우치죽을 내놨다. 동원F&B는 지난 7월 양반 파우치죽을 출시했다. 구성은 전복죽·쇠고기죽·단호박죽·밤단팥죽 등 4종이다. 지난 11일에는 풀무원식품이 파우치 형태 ‘슈퍼곡물죽’ 3종을 출시했다. 귀리소고기죽·현미전복죽·오곡삼계죽 등 3종이다.

◆비비고죽, 동원양반죽 따라잡을까

비비고 파우치죽의 성장에 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던 동원F&B를 CJ제일제당이 바짝 추격하면서다. 지난해 즉석죽 시장에서 동원의 점유율은 60%였으나 지난 8월 기준 43%로 축소됐다. 이 기간 CJ제일제당은 4%에서 38%로 성장했다. 오뚜기 등 기타업체들의 비중은 19%가량이다.

향후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하다. CJ제일제당은 지난 1일 비비고 파우치죽 신메뉴인 ‘비비고 새우계란죽’을 출시했다. 전복죽, 소고기죽, 야채죽 등 대중적인 메뉴의 상품죽 시장에서 벗어나 외식형 메뉴의 라인업을 보다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동원F&B도 하반기 신메뉴를 출시할 예정이다. 죽 전문점 수준의 프리미엄 죽을 출시해 죽 전문점 수요를 흡수하겠다는 전략이다.

동원F&B 관계자는 “프리미엄 죽의 형태는 기존 죽과 비슷하지만 전복과 같은 내용물을 훨씬 늘릴 예정”이라며 “이달이나 다음달 출시 예정”이라고 전했다.

다만 CJ제일제당의 맹추격을 견제하는 장치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프리미엄죽은 수요를 확대하기 위한 제품이기 때문에 경쟁사 제품과는 성격이 다르다”며 “동원죽은 지난 30년간 죽시장의 유일한 플레이어였다. 때문에 플레이어가 추가로 들어오면 시장이 활발해지고 커지니 나쁠 게 없다”고 말했다.
 

김경은 silver@mt.co.kr

머니S 산업팀 김경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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