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톡] “변사체 될래?”… ‘악플’에 숨 못 쉬는 기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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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댓글. /사진=이미지투데이

‘**라 기레기야’ 
‘니 부모가 어떤 종자인지 궁금하다’ 
‘기자야 지옥 갈 것 같다’

최근 또 한명의 연예인이 세상을 떠났다. 한창 꽃 필 나이의 그를 시들게 만든 원인으로 ‘악성댓글(이하 악플)’이 지목된다. 그런데 이 악플이 연예인에 이어 기자들에게도 큰 아픔을 남기고 있다. 악플뿐만 아니라 욕설이 담긴 메일, 직접적인 욕설 등으로 정신적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기자를 향한 악플, 끊어낼 방법은 없을까.

◆기자에 대한 비난 수위, 어느정도길래

기자 악플 및 메일. /사진= 제보 기자 제공

악플. /사진=제보 기자 제공

#1. A방송사 김모 기자는 정치 관련 집회가 열릴 때마다 마음을 단단히 다잡는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모든 집회에서 현장중계를 할 때면 기자를 향해 끊임없이 욕설이 들려오기 때문. 과거 대한민국 언론이 국민에게 신뢰를 주지 못했기에 ‘편파방송이네’, ‘똑바로 전해라’ 등의 말은 공감된다는 김 기자는 “***들이 **하네”, “*까고 있네” 등의 욕설이 뒤섞여올 때쯤이면 기자이기 전에 사람으로서 많이 지친다고 토로했다.

#2. B주간지 정모 기자는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 악성계정’을 확인하고 큰 충격에 빠졌다. 한 누리꾼이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에 대해 부정적인 기사를 내보냈다며 ‘쓰레기’라는 악성계정을 만들어 정 기자의 셀카 사진을 무단 도용한 뒤 계정에 전체공개로 올린 것. 그는 “당시 논란이 됐던 부분이어서 정보를 확인한 뒤 기사를 작성했다”며 “기자생활한 지 6개월도 안 된 시점에 이런 일을 겪어 많이 힘들었다. 써야 할 내용을 쓴 것뿐인데 만인이 보는 SNS에 ‘쓰레기*’이라는 타이틀로 내 사진을 도배해 눈물밖에 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인스타그램 악성 계정. /사진=해당 기자 제공

#3. 인터넷매체 C사의 강모 기자는 선동하는 누리꾼의 악플로 인해 억울함을 토로했다. 강 기자는 “기사를 읽어보지도 않고 사실관계가 다른 이야기를 하며 선동하는 사람들도 있다”면서 “떳떳하게 올바른 사실을 가지고 기사를 썼는데 누군가의 선동으로 악플이 수백개씩 달려있는 것을 볼 때면 내가 뭔가 잘못한 사람 같아 상처를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차라리 아는 사람이라면 따지기라도 할텐데 나를 혐오하는 사람이 보이지도 않는 곳에 이렇게 많다고 생각하면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4. 인터넷매체 D사의 이모 기자도 최근 억울한 일을 겪었다. 한 아이돌그룹과 관련한 기사를 작성했는데 일부 팬들이 K는 이 그룹 멤버도 아니라며 당장 빼라고 다수의 욕설을 남긴 것. K는 몇차례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현재 그룹에서 나와 활동을 중지한 상태다. 하지만 이 기자가 기사를 작성한 당시는 K가 활동 중지를 선언하기 이전이었다. 객관적인 사실로 기사를 작성했음에도 악플에 시달린 이 기자는 “사실을 썼는데 ‘보기 싫으니 그룹에 넣지 말라’는 주관적인 이유로 “**년아 기사 내려” 등의 욕설을 들으니 나도 모르게 위축이 된다”고 전했다.

#5. 연예매체 E사의 윤모 기자는 대한민국을 뒤흔든 한 사건을 담당하고 취재했다. 그의 기사가 나간 뒤 사건과 연관된 모 가수 팬들이 윤 기자 SNS 메시지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을 남겼다. 무게가 큰 사건 취재로 스트레스를 받아 수면제 복용 후에야 잠을 잘 수 있다는 윤 기자는 자신을 향한 욕들을 보고 싶지 않았지만 제보가 섞여 있을 수 있어 메시지를 일일이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밝혀져야 할 내용을 취재했고 나쁜 사람이 착한 사람인 척 TV에 나와 본인이 누가 악마인지 알려주는데도 욕을 먹어야 하냐며 회의감이 자주 든다고 토로했다.

#6. 인터넷매체 F사의 김모 기자는 대한민국 포털사이트 시스템을 지적하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김 기자는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이트에 검색어가 올라오면 그것을 상사로부터 작성하도록 지시 받는다”며 “이유도 없이 올라오는 검색어를 작성하도록 지시받은 내용을 기사로 내보내면 나를 향한 악플이 달린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걸 기사라고 쓰냐 기레기야’, ‘쓸게 그렇게 없냐 **’, ‘나 같아도 기자 하겠다’, ‘**아 이딴 기사 쓰라고 니 부모가 대학등록금 내줬냐’, ‘**이(기자 본명) 이딴 거 쓰고 월급 받는 니 자신이 안 창피하냐’ 등의 이메일을 받거나 댓글을 볼 때면 ‘내가 쓰고 싶어서 쓴 게 아니예요”라고 외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것들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기자들이 생각보다 많은데 그걸 회사가, 또 누리꾼들이 알지 못한다는 현실이 괴롭다”고 덧붙였다.

◆기자 향한 비난, 끊이지 않는 이유

악플과 악성메일은 주로 ▲본인의 신념과 다른 기사를 써서 욕부터 날리는 경우 ▲기사를 끝까지 제대로 읽지 않은 채 ‘특정 단어’에 집착해 비난하는 경우 많이 발생한다. 기사 종류로는 ▲정치 기사 ▲연예 기사 ▲포털사이트 검색어 대응 기사 등이다.

정치 기사의 경우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연예 기사는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의 논란을 작성하거나 이상한 사진을 관련 사진으로 사용했다는 이유로 기자를 비난한다.

특히 포털사이트 대응 기사의 경우 ‘이유 없이’ 올라오는 검색어를 작성해 곤혹을 치르는 기자들이 많다. 그러나 이를 무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10월18일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사진=포털사이트 네이버, 다음 홈페이지 캡처

대한민국 대부분 언론사는 대형 포털사이트를 통해 기사를 송출한다. 물론 자사 사이트가 별도로 존재하지만 대부분의 독자들이 언론사 사이트보다 포털을 통해 뉴스를 소비하는 만큼 포털사이트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따라서 포털 내에서 자사 사이트로 독자들을 유인하려면 자극적인 기사를 써서 시선을 끌거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등 현시각 누리꾼들이 관심 갖는 주제에 대해 기사를 작성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눈에 띄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내보내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 같은 구조 때문에 비슷한 내용의 기사가 수없이 만들어지게 되고 결국 이런 기사를 쓴 기자들은 악플과 악성 메일의 집중 포화를 맞을 수밖에 없다. 

◆기자 향한 도 넘은 비난, 해결책은?

악플. 기자와 기자 부모를 향한 욕설이 담긴 이메일. 해결책을 찾고 싶지만 마땅한 해결책은 없다. 누가, 어떤 이유로 비난하는지 알 수 없을뿐더러 기자가 취할 수 있는 법적 조치도 마땅찮기 때문이다.

이에 기자 자신이 정확한 사실관계로 공정한 기사를 작성해야 한다는 다짐을 할 뿐이다. 

한편 최근 악플이 사회문제로 대두된 가운데 ‘악플방지법’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현행법상 악플러는 사이버 명예훼손죄와 형법상 모욕죄를 적용해 처벌이 가능하다. 명예훼손은 사실·거짓 적시에 따라 3~7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모욕죄는 1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 벌금형이 내려진다.

처벌 단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인터넷 실명제를 다시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인터넷 실명제의 경우 지난 2012년 대법에서 위헌 결정이 나 재도입이 어렵고 오히려 기본권 침해 역효과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정소영 wjsry21emd@mt.co.kr

머니s 기자 정소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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