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결제까지 1시간"… '포에버21' 철수에 몰려든 손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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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명동의 포에버21 매장. /사진=김경은 기자
“매장 방문 고객이 평소 대비 3배 이상 늘었어요. 문 닫는다는 게 실감이 나네요.”

지난 18일 오후 서울 명동에 위치한 포에버21. 매장 직원은 진열대에 산처럼 쌓인 옷더미와 바닥에 어질러진 옷걸이를 정리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 직원에 따르면 이틀 사이 포에버21 매장에는 평소 대비 3배 넘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포에버21이 한국 사업을 철수하며 재고정리 세일에 돌입하자 마지막 할인 기회를 잡기 위해서다. 

포에버21리테일코리아는 지난 16일 사업 종료 방침을 밝혔다. 포에버21 본사가 지난 15일(현지시간)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한 데 따른 것. 곧바로 포에버21은 국내 사업 종료에 따른 재고정리 세일에 돌입했다.

할인율은 오프라인 매장이 최대 75%, 온라인 스토어가 최대 80%다. 이날 매장에서는 2만원짜리 티셔츠가 1만원에, 4만원짜리 바람막이가 2만원에, 3만1900원짜리 바지는 1만5900원, 같은 가격의 니트는 1만44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파격적인 규모의 할인 소식은 포에버21을 외면하던 소비자들의 발길을 돌렸다. 이날 명동 매장에서 만난 대학생 김모씨(21)는 “할인율이 높아 ‘득템’의 기회라고 생각해서 방문했다”며 “상의 몇 개 건지긴 했는데 줄이 길어 계산하는 데만 1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실제로 매장에는 약 100명의 고객들이 계산을 하기 위해 줄을 섰다. 계산대에서 시작된 줄은 매장 전체를 돌아 ‘ㄷ’자로 이어졌다. 4~5명의 직원들이 계산에 동원됐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대기줄이 길어지자 임시로 닫아둔 3층 매장도 개방됐다. 직원들이 “3층 올라가면 바로 결제 가능하다”고 소리치자 일부 고객들이 쏜살같이 이동했다.

이탈자들도 나타났다. 주부 이모씨(38)는 “세일한다고 하길래 구경왔는데 줄도 너무 길고 살만한 게 없다”며 “다들 뭘 사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직장인 최모씨(28)는 “왜 철수하는지 알겠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질이 너무 안 좋다. 니트 양팔 길이가 다른 수준”이라며 “디자인도 국내 트렌드랑은 잘 안맞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구매에 성공한 이들의 반응도 다르지 않았다. 대학생 이모씨(25)는 “몇개 구매하긴 했는데 유용한 옷은 아니다”라며 “정가였으면 안 샀을 것”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씨(27)도 “휴가 때 입을 옷을 몇 개 구매했다”며 “사실 여기 옷이 한철용이지 않나. 휴양지에서 한번 입고 말 것 같다”고 전했다.

서울 명동의 포에버21 매장. /사진=김경은 기자


소비자들의 반응은 포에버21의 철수 배경을 실감케 한다. 포에버21은 당초 ‘5달러 레깅스’, ‘15달러 원피스’ 등 초저가 전략으로 패스트 패션 붐을 일으킨 바 있다. 패스트 패션은 유행하는 옷을 빠르게 만들어 싸게 판매하는 방식을 말한다. 하지만 이름이 무색하게 점차 트렌드에 뒤처지면서 주 타깃층인 1020 여성들에게도 외면을 받았다.

반면 같은 패스트 패션업체인 H&M, 자라 등은 소비자들의 요구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임부복·유아복 등 상품군 확대는 물론, 디자이너 협업을 통해 고급 상품을 출시하고 필환경시대에 맞게 친환경 의류를 도입했다.

포에버21의 몰락은 한인성공 신화의 슬픈 결말이기도 하다. 포에버21은 1981년 미국 캘리포니아로 이민을 간 장도원·장진숙 부부가 설립한 의류 회사다. 장씨 부부는 1984년 로스앤젤러스 피게로아 거리에 '패션21'이라는 이름의 첫 의류 판매장을 열었다. 이전까지 장씨는 경비와 주유소, 커피숍 등에서 동시에 일하며 옷가게 자금에 필요한 돈을 마련했다.

당초 83㎡ 규모에서 시작한 '패션21'은 '포에버21'으로 이름을 바꾸고 미국 내에만 500개 넘는 매장을 열었다. 정씨 부부는 한때 15억 달러(약 1조8100억원)의 순자산을 보유해 경제지 <포브스>가 선정한 억만장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포에버21은 적자가 계속되면서 결국 지난달 미국 델라웨어주 연방 파산법원에 파산법(제11조)에 따라 파산보호신청을 했다. 현재 전세계 40여개국에서 800여개의 매장을 운영 중인 포에버21 본사는 구조조정에 따라 미국 내 178개 점포, 전세계 350개 매장을 폐쇄할 방침이다. 국내에 운영 중인 포에버21 매장도 다음달 24일까지 운영하고 문을 닫는다. 
 

김경은 silver@mt.co.kr

머니S 산업팀 김경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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