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호군 유괴한 '그놈 목소리'… 이번엔 AI가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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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영화 '그 놈 목소리' 스틸컷.

'미제 사건'을 말할 때 빠지지 않는 세가지 사건이 있는데요. 그중 하나는 용의자 이춘재의 자백으로 그 잔혹상이 만천하에 드러난 화성 연쇄살인사건입니다. 다른 하나는 초등학생 다섯이 도룡뇽 알을 줍겠다고 나섰다가 시신으로 발견된 개구리소년 실종 사건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은 영화 '그놈 목소리'의 모티브가 됐던 이형호군 유괴실종 사건입니다. 최근 경찰이 이형호군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기 위해 AI(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수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는데요. 네이버 법률이 AI 수사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놀이터에서 사라진 형호… 치밀했던 '그놈'

1991년 1월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놀이터에서 이형호군이 실종됩니다. 실종 당시 한 언론 인터뷰에서 형호군의 친구는 언론 인터뷰에서 한 남자가 형호군과 함께 있는 것을 봤고 10분쯤 후 다시 봤을 땐두 사람 모두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날 밤 형호군의 집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옵니다. 유괴범의 전화였는데요. '그놈'은 형호군을 무사히 찾고 싶음년 7000만원을 내놓으라고 협박합니다. 이후 유괴범은 냉정하면서도 끈질기게 몸값을 요구합니다.

유괴범은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첫번째 통화 얼마 뒤 다시 전화를 걸어 '형사인데 거기(형호군의 집) 나가 있는 형사를 바꿔달라'고 합니다. 형사를 사칭해 형호군의 부모가 경찰에 신고했는지 확인하려 했던 것으로 추측됩니다.

이후에도 유괴범은 교묘하게 경찰의 추적을 피합니다. 유괴범은 60여번 협박 전화를 했는데 위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항상 4분 내에 전화를 끊었습니다. 형호 군 아버지를 불러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관찰하고, 조금이라도 수상한 낌새가 보이면 바로 종적을 감췄습니다. 한번은 형호군 아버지를 김포공항으로 불러내더니 "뒷좌석에 누가 있는 것 같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습니다. 당시 뒷좌석이 아니라 트렁크에 형사가 숨어 있었다고 하는데 어떻게 눈치를 챘는지 도저히 모를 일입니다. 말 그대로 귀신같은 놈입니다.

/ 사진=영화 '그 놈 목소리' 스틸컷.

유괴범은 전화 외에도 특정 장소에 메모를 남기는 식으로 지시를 내렸는데 메모에 지문도 남기지 않았다고 합니다. 또 차명계좌에 돈을 입금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는데 CCTV가 없는 은행만 출입하고 은행 업무를 보면서도 지문을 남기지 않았습니다.

◆경찰의 실수 연발, 끝내 잡지 못한 그놈

경찰의 실수도 문제였습니다. 유괴범이 "7000만원이 든 차량을 번화가 빌딩 옆에 세워놓으라"고 지시해 가짜 돈을 실은 차량을 세워놓고 경찰들이 잠복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때 형호 군의 어머니가 수상쩍은 남성을 발견하고 형사들에게 알렸는데 형사들은 그 남성이 먼저 눈치채고 도망칠 우려가 있다며 머뭇거렸습니다. 그 사이 이 남성은 도망쳐버렸습니다. 이 남성이 유괴범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의심이 가는 용의자를 확인할 기회를 스스로 차버린 것임은 분명합니다.

며칠 뒤 유괴범은 양화대교 남단에 돈 뭉치를 갖다놓으라는 마지막 메모를 남깁니다. 경찰은 진짜 돈 10만원과 가짜 돈 뭉치를 놓고 근처에서 유괴범을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유괴범은 경찰의 눈을 피해 돈 뭉치를 갖고 유유히 사라집니다. 당시 경찰은 "범인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잠복하느라 범인이 접근한 걸 못 봤다"고 해명했지만 납득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범인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너무 꽁꽁 숨은 탓일까요? 경찰은 이번에도 범인을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버렸습니다.

이날 밤 유괴범은 "가짜 돈이 잔뜩 섞여 있다. 아들을 되찾고 싶지 않은 것으로 알겠다"는 말을 남기고 연락을 끊습니다.

◆유괴 직후 살해하고 몸값 요구

이로부터 한 달쯤 뒤 형호군은 시신으로 발견됩니다. 부검 결과는 당혹스러웠습니다. 유괴 직후 살해당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인데요. 유괴범이 이미 형호군의 목숨을 빼앗은 상태에서 끈질기게 돈을 요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대중은 공분했습니다.

경찰은 사건을 공개수사로 전환했습니다. 유괴범을 응대했던 은행 직원의 진술을 토대로 한 몽타주와 통화녹음 자료를 전국에 배포했지만 범인을 잡지 못했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형호 군의 친척 중 한 명을 포함해 여러명이 용의선상에 올랐지만 알리바이를 입증하고 풀려났습니다. 이 사건은 미제로 남은 채 2006년 1월29일 공소시효가 만료됐습니다.

/ 사진=영화 '그 놈 목소리' 스틸컷.

◆AI는 '그놈' 잡아낼 수 있을까

유괴범의 목소리는 이 사건의 거의 유일한 증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 목소리는 신체에서 가장 노화가 늦게 찾아오는 부분 중 하나라서 비교적 오랜 기간 동안 증거로 활용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무엇보다 목소리에는 '성문'이라는 고유정보가 담겨 있어 잘만 분석하면 매우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성문은 지문처럼 목소리마다 발견되는 특정한 주파수 패턴을 말하는데요. 프리즘으로 빛을 쪼개듯 목소리를 여러 주파수로 나눠 보면 사람마다 고유한 성문이 있음을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사람마다 목소리를 내는 신체기관 형태가 조금씩 달라 나타나는 특징이라고 합니다.

경찰은 최근 아날로그 형태로 저장돼 있던 유괴범의 목소리를 디지털로 변환한 뒤 전문업체에 성문 분석을 의뢰했습니다. 이 업체는 AI 기술을 활용해 그놈의 목소리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성문 분석만으로도 용의자의 출신 지역, 연령, 학업 등을 다양한 요소를 추정할 수 있다고 있는데요. 여기에 최근 발전한 빅데이터 정보를 결합한다면 유괴범의 실체에 한발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검찰은 2017년 한국인 1000명의 음성을 토대로 한국인 표본 음성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했습니다. 3년이 걸린 사업이었는데, 오차를 줄이기 위해 한 사람의 목소리를 3개월 단위로 반복 녹음하는 식으로 표본을 확보했습니다. 성문 분석에 이 DB를 활용하면 기존 방식보다 더 많은 정보를 얻어낼 수 있다고 하는데요.

경찰은 과거 사건 기록을 토대로 다시 용의자들을 선별하고, 유괴범의 성문 분석 결과를 용의자들 것과 대조할 계획입니다. 형호군 아버지는 언론 인터뷰에서 "범인을 만나면 왜 우리 애를 선택했고, 왜 죽였는지 묻고 싶다"고 했습니다. 공소시효가 완성돼 처벌을 할 수는 없지만 전 국민을 분노하게 만든 그놈이 누구인지만은 꼭 알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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