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싶은 섬1] '힐링의 섬' 영산도 명품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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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도에서 바라본 영산도 전경. /사진=홍기철기자
전남 신안군 흑산도 부속섬인 영산도는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의 명품마을이다. 조용하고 깨끗한 휴양의 섬이다. 가고 싶다고 해서 무조건 갈 수 없는 섬. 하루 55명의 관광객들만 섬에 발길을 허락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가보고 싶은 섬이기도 하다. 자연산 먹거리와 명품 볼거리를 두루 갖춘 영산도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지 않아 한적하고 묵은 피로를 풀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수 차례 매스컴을 타 서울에서도 알아볼 정도의 명물인 이장님과 사무장이 사는 곳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또 세계적인 유명 캐릭터 스누피(SNOOPY)를 꼭 닮은 바위와 마음씨 좋은 이장님 부부가 목포에서 데려온 유기견 달심이가 관광객들을 반갑게 맞아 주는 곳이기도 하다.

영산도의 젊은 청년 최성광(53) 이장. /사진=홍기철기자
지난 18일 오전 7시50분 목포여객선터미널에서 2시간가량 쾌속선을 타고 흑산항에 도착했다.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 흑산도 선창엔 영산호가 관광객들을 싣기 위해 정박해 있었다. 선장은 영산도 이장인 최성광(53)씨다. 검게 그을린 얼굴에 구수한 입담을 자랑하는 최 선장이 환하게 웃으며 관광객들을 맞았다. 에메랄드빛 바닷물을 시원스레 가른 배는 20여분 후 영산도 선착장에 도착했다. 땅에 첫발을 내 딛자 '명품마을 백년을 꿈꾸다 국립공원 영산도 명품마을'이란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영산도 전망대에서 바라본 마을 전경. /사진=홍기철기자
옹기종기 30여가구가 모인 마을은 지난 2012년 다도해 해상국립공원 명품마을로 지정됐다. 골목에는 물고기 등 다양한 벽화로 채워져 볼거리를 제공했다. 마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를 오르다보면 마을 사람들의 풍요와 안녕을 기원하는 당산이 있다. 전망대길 곳곳에서 핀 노란 머위 꽃과 계란 후라이를 연상케 하는 개망초가 반겼다. 맑고 시원한 바닷바람이 전망대에 오르면서 흘린 땀을 식혔다. 탁 트인 망망대해에 크고 작은 섬들이 눈에 들어왔다. 마을을 포근하게 품은 산 정산에는 여인이 누워있는 형상의 바위산이 눈길을 끌었다.

영산도 방파제 인근에 하늘을 보며 누워 있는 스누피 모습 /사진=홍기철기자
전망대 아래 방파제에는 바닷물 위로 스누피를 꼭 빼 닮은 바위가 배를 하늘로 볼록 내밀며 환한 미소를 지으며 누워있다. 어찌나 정교하던지 마치 조각을 해 놓은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최근 잇따른 태풍의 내습으로 나무가 곳곳에서 쓰러져 탐방로가 막혀 트래킹은 다음 일정으로 미룬 후 마을 마실에 나섰다. 마을 가운데에는 잘 조성된 피크닉장과 캠핑장이 들어서 있었고 한참을 올라가다보니 흑산도 영산분교가 나왔다. 아담한 작은 교정이었다.

효경이와 연진이 아빠 구정용 사무장. /사진=홍기철기자
영산도의 젊은 청년 구정용 사무장(51)의 딸인 효경이와 연진이만 다니는 영산분교는 내년에 언니 효경이가 중학교에 진학하기 때문에 폐교 기로에 서 있다. 그래서 구 사무장과 마을 사람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영산 8경 중 으뜸으로 치는 일명 코끼리바위로 불리는 석주대문 /사진=홍기철기자

간단하게 점심을 하고 오후에는 영산도 유람선 여행에 나섰다. '코끼리 코 바위'로 알려진 석주대문이 영산도 해상 유람선 코스의 군계일학으로 널리 알려졌다. 하지만 선장님은 콧구멍에서 물이 뿜어져 나오는 비성동굴을 첫 번째 명물로 꼽았다. 파수문, 비류폭포, 기봉조휘, 고래바위, 큰 바위 얼굴, 낙타상 등 자연이 빚은 천혜의 조각상들이 관광객들 눈을 매료시켰다.

한겨울에도 새하얀 콧김을 쏟아낼 것 같은 비성동굴의 모습. /사진=홍기철기자

여기에 이장과 사무장이 바위에 올라 밧줄을 타고 조각해서 만든 형상이라는 허풍도 귀여운 애교로 들렸다. '바위에 얽힌 해설의 90%가 사기'라며 믿거나 말거나 관광객들의 몫으로 돌리는 위트 넘치는 이장님 입담에 관광객들의 폭소가 터졌다.

한가지 딱 믿을 만한 해설은 파수문에 얽힌 사연이다. 일제강점기 일본 순사들이 청년들을 징집하기 위해 목포에서 배를 타고 영산도로 들어오면 파수대서 보고는 몸을 숨겼다는 얘기다. 아픈 역사의 흔적도 안고 있는 섬이 영산도다.

일명 고래바위. /사진=홍기철기자

여행에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영산도 유일한 식당인 부뚜막으로 향했다. 뭍에서는 먹기 힘든 거북손을 비롯해 놀래미, 광어, 돔, 우럭, 홍합, 전복, 보말, 톳 등 자연산 모둠회와 각종 해산물들이 한상 차려졌다. 찰지고 쫀득한 식감이 혀끝을 자극하며 환상적인 맛을 선사했다. 칼칼한 우럭매운탕도 상 한자리를 차지했다. 이 모두가 영산도에서 나는 수산물로 차려진 산해진미였다.

영산도 산해진미 한상 차림. /사진=홍기철기자

밤하늘 총총히 박힌 무수한 별들이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은 가을밤의 야경을 생각하며 영산도를 찾았는데 구름이 도와주지 않았다. 아쉬웠다. 구름이 없는 날은 밤 하늘에 은하수가 펼쳐진다고 한 주민은 귀띔했다. 펜션에서 하룻밤을 묵고 보말과 자연산홍합과 전복이 들어간 죽으로 속을 든든이 채운 후 흑산도 일주여행을 하기 위해 다시 영산호에 몸을 실었다.

영산도 여행을 온 김영희씨 일행. /사진=홍기철기자
이날 수도권에서 온 시누이들과 함께 흑산도 부속섬 일대를 찾은 김영희(52·목포시 상동)씨는 "영산도는 조용하고 포근한 섬이다. 엄마품에 안기는 느낌이었다. 폭 잘 쉬고 간다"면서 "마을이 마치 80년대 그대로 모습이어서 정겨웠다"고 했다. 또 "고향을 지키기 위해 섬에 남아 있는 이장님과 사무장님의 아름다운 동행이 보기 좋았다"며 환하게 웃었다.

영산도 일몰. 영산도 앞바다가 붉은 기운으로 물들어 있다. /사진=홍기철기자

최성광 영산도 이장은 "인원을 제한하지 않아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고 마을에 술집과 노래방이 들어오면 당장 수입이 발생할 수 있겠지만 먼 미래에는 무분별한 개발에 따라 영산도가 훼손돼 다른 관광지와 차별성이 없어진다. 그래서 원칙을 세워 명품 마을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공모사업에 선정돼 마을을 바꿔도 보고 했는데 나와 사무장이 이끌어 나가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이젠 젊은 사람들이 섬에 들어와 참신한 아이템으로 섬을 새롭게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산도(신안)=홍기철 honam3333@mt.co.kr

머니S 호남지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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