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싶은 섬2] 흑산도 일주도로를 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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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라봉 전망대에서 바라본 해안일주도로와 흑산도 해안선 /사진=홍기철 기자
다도해 해상국립공원 지정 명품마을 영산도의 비경을 머릿속에 담은 후 본도인 흑산도를 지난 19일 다시 방문했다. 전에 방문했을 때 보지 못하고 놓친 흑산도의 숨은 속살을 보기 위해서다.

홍어의 고장이기도 한 흑산도는 새들의 고향으로도 불린다. 흑산도는 슴새, 바다제비, 흰눈썹황금새, 되새 등 340여종의 새들이 관찰된다. 우리나라 조류 540여종 중 60%가 넘는 수치다. 다소 생소하겠지만 진리마을에 국립공원연구원 조류연구센터가 자리하고 있다.

국립공원연구원 조류연구센터 전경. /사진=홍기철 기자
2005년 우리나라 최초로 설립된 조류 전문연구기관으로 동남아시아를 이동하는 철새를 대상으로 조류 모니터링, 가락지 부착, 탐방프로그램 운영 등 철새 전반에 걸쳐 체계적인 조사와 연구를 수행한다. 또 철새연구는 새가 다른 동물에 비해 관찰이 쉽고 환경에 민감하기 때문에 생태계 건강성을 측정하는 지표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단다.

특히 흑산도는 우리나라 유일한 흰꼬리수리 번식지역이다. 천연기념물인 흰꼬리수리는 날개 길이가 2m에 달하며 국내에서는 종 자체를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조류연구센터 인근 신안철새전시관에는 조류표본 300개체와 256점의 조류 목각이 전시돼 있다.

2015년 개관한 전시관은 1층에 철새의 이동정거장, 디오라마, 학습휴게실을 갖추고 있다. 또 2층에는 조류벽, 디오라마, 수장고가 있다. 입장료는 무료다.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단위 관광객에 좋은 체험학습이 될 것으로 보여 강력 추천한다.

송재영 센터장이 철새 이동경로와 가락지 부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홍기철 기자
이 전시관에는 '새 박사'로 유명한 윤무부 박사 이전의 1세대 조류 박사인 원병오 박사 부자의 새를 통한 인연의 끈이 연결된 사연이 화제를 모았다.

이 사연은 한국전쟁으로 아버지와 아들이 남과 북에서 각각 조류 학자로 살던 중 1965년 북한에서 금속가락지를 단 북방쇠찌르레기가 발견되고 원홍구 박사가 가락지 일련번호를 수소문 끝에 남쪽에 있는 아들 원병오 교수가 금속가락지를 단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15년 만에 부자 인연의 끈이 연결된 것이다.

송재영 조류연구센터장은 "철새연구는 조류와 서식지를 보호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AI(조류인플류엔자)등 인류의 건강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준다"면서 "자연이 건강해야 인간도 건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이 유리알처럼 맑아 해양수산부 수질 우수해변에 선정된 해낭기미해변 전경. /사진=홍기철 기자
다도해 해상국립공원 흑산분소 앞에는 큰 바다라는 뜻의 배낭기미 해변이 자리하고 있다. 물이 유리알처럼 맑아 2012년 해양수산부 수질우수해변으로 선정됐다. 신발을 벗고 발을 담그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바쁜 일정상 상라봉 봉화대로 발길을 돌렸다. 한참 일주도로를 달리다 보니 산에 하얀 벚꽃이 활짝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었다.

봄에 피어야 할 벗꽃이 가을 흑산도 상라상 자락에 피어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홍기철 기자
생뚱맞게 '가을 벚꽃'이 핀 것이다. 흑산도 열두굽이길을 따라 올라가니 상라산 산성이 보였다. 흑산도 읍동 마을을 수호하기 위해 쌓은 산성이라고 한다. 산 남쪽면은 반달형으로 성벽을 둘러쌓고 북쪽은 해안절벽이 가팔라 성벽을 쌓지 않았다. 성벽둘레는 280m다. 통일신라말기에서 고려시대까지 한국과 중국간 교역활동에서 흑산도의 지리적 위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유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흑산본도 토박이'인 박도순 다도해해상국립공원 흑산분소 주임이 대장도와 소장도에 얽힌 소와 관련된 얘기를 하고 있다. 멀리 홍도가 자리하고 있다. /사진=홍기철 기자
상라봉 전망대에 서자 탁 트인 다도해에 대장도와 소장도, 내망덕도, 외망덕도가 나란히 늘어서 있었다. 그 뒤로 손에 잡힐 듯 홍도가 눈앞에 들어왔다. 이날 탐방에 함께한 다도해해상국립공원 흑산분소 박도순 주임의 해박한 흑산도 설명이 귀에 쏙쏙 들어왔다.

박 주임은 이곳 흑산 본도 출신이다. 흑산도에서 고래 해체 작업도 했었다고 알려줬다. 처음 듣는 얘기다. 고래포경은 장생포에서만 하는 줄 알았는데 말이다. 또 흑산성당의 초대 주임 진요한 신부님에 대한 이야기 등도 들려줬다. 신부님 입담이 걸쭉(?)했다는 후문이다. 발길을 둘려 마리재를 넘었다.

한반도 지도 바위. /사진=홍기철 기자
한반도를 닮은 지도바위가 바다위로 우뚝 솟아 있었다. 흑산진 진리 뒤 산너머에 위치했다고 명명된 '비리'를 넘다보면 도로가 하늘에 떠 있는 하늘 도로가 나타난다. 이날 사이클 동호인들이 흑산일주도로를 힘차게 달렸다.

흑산일주도로 구간 중 하늘도로 모습. /사진=홍기철 기자
박 주임은 흑산 일주도로는 사이클 동호인들에 인기가 있는 코스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고 했다. 흑산도에서 가장 작은 마을 곤촌, 옛지명 곤듸미를 지났다. 이름이 지어진 유래도 흥미로웠다. 가장 작은 마을이지만 큰 마을과 같이 부자가 될 수 있다 해 붙여진 이름이라는 것.

사촌서당 유배공원을 가기 전 암동은 심리 남쪽에 있는 마을인데 뒤산에 명당이 있는데 알아보지 못해 등잔 밑이 어둡다는 뜻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지금은 칡넝쿨로 인한 나무 고사를 막기 위해 국립공원 홍도분소에서 예산을 확보해 칡넝쿨 제거 작업을 해 주민들에 호평을 받고 있단다.

신안군 향토 유적 26호로 지정된 사초서당 전경. /사진=홍기철 기자
한다령의 일주도로 기념비를 지나 유배문화공원에 도착했다. 유배문화공원은 정약전의 자산어보를 비롯해 최익현, 김귀주 등 모두 17명의 개별비석이 자리하고 있다. 성당 옆에는 사촌서당이 자리하고 있었다. 1693년 '해괴한 짓'을 한 죄로 나인 정숙이 흑산도 유배길에 오른 것을 필두로 1898년까지 간언, 과옥, 당론, 역옥, 불경죄 등 수많은 죄명으로 37명이 흑산도 유배형에 처해졌다고 한다. 절해고도 흑산도가 '유배문화의 산실'인 것이다.

박도순 주임은 "정약전의 자산어보, 송정사의 김필과 사촌서당, 최익현의 진리 일신당 서당 등에서 학동들을 가르쳐 섬 문학의 튼실한 뿌리로서 유배문화가 섬주민에 미친 영향이 컸다"고 했다.

유배문화공원. 정약전과 최익현 등 17명의 개별 비석이 자리하고 있다. /사진=홍기철 기자

유배문화공원을 지나 옛지명 모래미 전망대에 올랐다. 앞 바다에는 크고 작은 섬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칠형제 바위다. 옛날에 홀어머니와 7형제가 물질을 하며 살았는데 큰 태풍이와 어머니가 물질을 못나가자 아들 7형제가 하나 둘씩 들어가 두 팔을 벌려 파도를 막아 7개의 작은 섬으로 굳어버렸다는 설이 전해진다.

칠형제 바위. /사진=홍기철 기자
천촌마을에는 최익현 유허비가 있다. 면암 선생이 지장암에 쓴 글도 볼 수 있다. 일주도로 마지막 여정인 자산문화도서관으로 향했다. 도서관은 여객터미널 바로 옆에 있다. 1950년대 후반 예리 보습, 예리 아래골  여인들의 복색과 적산가옥, 1960년대 예리마을 전경, 흑산도 초대 주임인 네덜란드인 진요한 신부님과 성당 전경이 담긴 흑백사진 등 흑산도의 옛 정취를 보여주는 다양한 사진과 함께 자산어보 관련 자료들이 마련돼 있다.

자산문화도서관. /사진=홍기철 기자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자산문화도서관 개관을 축하하기 위한 현판 서각도 볼 수 있다. 도서관이 터미널 바로 옆에 위치해 관광객들이 출항 전 짬을 내 흑산도의 시대상도 엿보는 것도 좋겠다. 몇 달 만에 다시 찾은 흑산도 또 다른 새로운 경험이었다. 또 다시 찾고 싶은 섬이 흑산도다.

 

흑산도(신안)=홍기철 honam3333@mt.co.kr

머니S 호남지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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