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연의 그래픽저널] '블라인드' 펀드투자의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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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의학 보고서에서 인간의 각 기관 중요도 중 눈이 70% 이상이라고 평가했던 기억이 난다. 시각 정보를 활용한 판단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눈에 대해 다룬 또 다른 과학 보고서에는 시각정보에 의한 착시와 인간이 아는 지식의 오류를 지적하는 내용도 있다.

인간은 눈과 눈이 떨어져 있다. 공간에 대한 시각적인 정보가 부족한데도 인간이 완벽한 하나의 장면을 보는 것은 두뇌가 오랜 학습효과에 의해서 그 빈 곳을 가짜 정보로 채워준다는 것이다.

자연적인 시뮬레이션이다. 태생부터 인간은 부분적으로는 맹목적인 존재이고 ‘가짜’에 숙련된 동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보는 것’ 또는 ‘보이는 것’에 사람들은 민감하기도 하고 어처구니없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최근에 자주 등장하는 ‘블라인드’라는 단어도 그런 예다.


/사진=일러스트레이터 조수연 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블라인드는 ‘깜깜이’ 투자가 아니다

최근 물러난 법무장관이 국회와 검찰 조사를 받던 과정에서 ‘블라인드 펀드’가 화제가 됐다. 이후 ‘블라인드’란 단어는 세상 사람들에게 상당히 불편한 느낌을 주는 단어가 됐다. 펀드투자에서 블라인드라는 단어가 등장한 것에 의아해 하는 사람이 많다. 금융상품에 투자해본 대부분의 독자들도 ‘블라인드’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없을 것이다.

여기서 등장하는 ‘블라인드’라는 용어는 사모펀드와 관련된 것이다. 금융투자협회 통계에 따르면 펀드, 랩 어카운트, 신탁을 취급하는 전 금융기관의 자산관리 자산은 6월 말 기준 2168조원이다. 이 중 사모펀드 관련 자산은 102조원으로 4.7%를 차지하며 꽤 비중 있는 금융수단으로 성장하고 있다.

사모펀드란 자본시장법상 투자자가 49인 이하인 펀드로 사적인 투자 동기를 최대한 존중하는 헤지펀드의 일종이다. 사모펀드는 소수가 투자하는 상품이어서 불특정 다수가 투자자로 참여해 잘못될 경우 사회적인 파급효과가 큰 공모펀드처럼 엄격한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블라인드 펀드란 사모펀드 중 부동산 개발이나 경영에 참여하는 펀드로 투자성격상 사전에 투자처를 확정하지 못하는 펀드를 가리킨다. 투자자가 투자처를 사전에 알 수 없다는 특성을 지목한 것이다.

사모펀드의 이 블라인드 특성은 투자자에게 다양한 투자기회를 제공하는 장점이 있다. 불행이란 어감과는 거리가 멀다. 사모펀드도 법 규제에 따라 일정기간 별로 투자 내용을 투자자에게 공시해야 하므로 언론에 나오는 ‘깜깜이’ 투자와도 거리가 멀다.

◆투자자보호 위한 필수적 기능

과거 블라인드 펀드 중 최악의 사례로는 2007년 발행된 M자산운용의 ‘인사이트’ 펀드를 꼽을 수 있다. 사실 이것은 제도의 문제보다는 당시 M자산운용을 맹목적으로 신뢰한 투자자와 투자금을 ‘몰빵’에 가깝게 중국에 쏟아 부은 운용사가 초래한 비극이라 할 수 있다. 블라인드펀드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

금융사에서 펀드와 관련해 블라인드라는 용어가 사용된 것은 사모펀드보다 공모펀드가 먼저다. 국내에 투자신탁이라는 제도가 펀드를 대표하던 시절에는 펀드를 사고(매입), 되파는(환매) 제도가 지금과 달랐다.

펀드 거래 시 펀드의 순자산가치를 기준으로 매일 산정되는 펀드 기준가격이 사용되는데 예전에는 당일 산출된 기준가격을 적용됐다. 당일 거래되는 펀드의 기준가격은 하루 전의 증권시장 종가를 기준으로 평가해서 산정되므로 당일 주식시장이 상승하는 것을 보고 펀드를 가입하면 하루분의 무위험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될 것 같은 이 제도가 1970년 최초 펀드 발매 이후 35년이나 계속되다 2005년 6월에 바뀌었다. 이때부터 펀드 거래에 적용되는 기준가를 당일 거래소 마감 이후 시세를 반영한 다음날 이후 기준가를 적용토록 변경됐다. 투자자 입장에서 입·출금될 기준가를 알 수 없다는 측면에서 ‘블라인드 방식 도입’이라고 불렸다.

이 경우 블라인드는 투자자가 정보를 알 수 없다는 불리함이 강조된다고 할 수 있는데 펀드투자자에게 공평한 이익분배와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 기준가 적용의 블라인드 기능은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블라인드 없이 투자금융 성립 안 돼

금융은 금융자산의 미래 가격변화라는 ‘미지의 영역’을 다루는 산업이다. 본질적으로 금융의 특성은 블라인드에서 시작한다고 할 수 있다. 미래 자산가격을 안다면 교환은 있을 수 있지만 투자개념의 금융을 성립할 수 없다. 경제학과 투자론의 근간에 반영되는 확률적 접근도 결국은 미래를 알 수 없다는 블라인드적 사고의 결과인 것이다.

‘군맹무상’(群盲撫象)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소경 여럿에게 코끼리를 만지고 모습을 설명하게 했는데 각자 설명이 다르다는 것이다. 코끼리는 하나인데 사람마다 그 모습은 다르듯이 진리의 모습은 사람마다 다르다는 불교적인 교훈이라고 한다.

금융시장에도 하루하루 기록되는 가격은 하나인데 그 가격이 실현되기 이전까지 수많은 전문가, 언론, 정책당국자에게 가격은 수많은 모습으로 그림자를 만든다. 금융의 속성은 알 수 없는 미래를 패턴화한 변동성과 확률, 즉 블라인드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코끼리 다리를 만지는 것처럼 그저 추측할 뿐이다. 블라인드의 특성은 좋고 나쁘고의 평가 대상이 아니라 투자의 본질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블라인드는 사모펀드에 국한된 사악한 특성이 아니라는 설명이 길어졌다. 수학에서도 당연한 공리를 증명하는 과정이 길다. 블라인드는 펀드에서 꼭 필요한 특성과 기능이며 정치적 사건과 관련 있다는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사진=일러스트레이터 조수연 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본 기사는 <머니S> 제616호(2019년 10월29일~11월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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