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겹살 안 먹어요"… 돼지농가 두번 울리는 '열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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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되는 제품은 문제가 없고 구워 먹으면 이상이 없다고 아무리 말해도 소비자들은 거부감이 있는 것 같아요. 돼지고기 판매량이 30% 정도 줄어든 것 같아요” (A마트 정육담당자) 

“전염병이라는 막연한 공포심이 있는 것 같아요. 괜히 찜찜하게 돼지고기 먹을 바엔 닭고기나 소고기나 다른 음식을 먹자. 친구들끼리 식사를 할 때도 그런 분위기가 형성되고요.” (30대 직장인 A씨)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 후 한달이 지났다. 우려와 달리 폭등하던 돼지고기 값은 바닥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고깃집과 정육점에도 삼겹살을 찾는 수요가 눈에 띄게 줄었다. 시장에 돼지고기가 넘쳐나는 공급과잉과 시민들의 불안심리가 ‘싼겹살 열풍’에 한 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1일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18일 전국 주요 도축장에서 거래된 돼지 도매가격은 1㎏당 3009원. AFS 발병 초기였던 한 달 전 6201원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지난 1~8월 평균가격 4472원 보다 32.7% 밑도는 수준이다. 

양돈업계 관계자는 “이달 들어 도매가가 계속 떨어지면서 1㎏ 2000원대에 거래되기도 한다”며 “3000원대 자체가 생산원가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어서 이래저래 고민이 많다”고 털어놨다.

소비자 가격도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18일 대형마트, 전통시장 등 유통시장에서 소비된 소매(냉장 삼겹살) 가격은 1㎏당 1만7690원으로 한달 전 2만560원에 비해 16.2% 하락했다. 돼지열병 발병 후 도매가 폭락에도 소매가격은 소폭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이달 들어 내림세로 전환하면서 지난 11일 2만원대 아래로 떨어졌다.

양돈업계는 돼지고기 가격 추락을 공급 과잉 문제로 보고 있다. 방역 당국의 이동금지 같은 명령을 우려하는 양돈 농가들이 돼지고기를 대량으로 경매시장에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ASF 확산을 막기 위해 특정지역 돼지를 대규모로 도축하는 것도 돼지고기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 지난달 18일부터 한 달 동안 돼지 도체 경매량(등외 제외)은 9만6133두로, 지난해 같은 기간(9만1380두)보다 5.2% 증가했다. 

반면 돼지고기를 찾는 수요는 오히려 줄고 있다. 혹시라도 감염된 돼지가 섞여 있을 것을 우려한 시민들이 삼겹살을 구매하거나 삼겹살 집에 방문하는 일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대형마트인 이마트 조사 결과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10일까지 냉장 삽겹살 매출은 18% 감소했다. 삼겹살 맛집으로 유명세를 치르던 지역 맛집들도 손님들의 발길이 현저하게 줄어 ASF 이후 매출이 20~30%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깃집 한 관계자는 “3달 전부터 예약을 해야 할 만큼 맛집으로 유명한데 지금은 당일 예약이 가능할 만큼 손님이 줄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싼 가격에 더 삼겹살을 기피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주부 박모씨는 “오히려 삼겹살이 내리니까 더 찝찝한 느낌이 들어 안사먹게 된다”며 “당분간 소고기나 닭고기로 대체해 먹기로 했다”고 말했다. 실제 돼지고기 대체제인 수입 쇠고기와 닭고기 매출은 크게 늘었다. 같은기간 이마트 조사 결과 수입 쇠고기와 닭고기 매출은 각각 75%와 38% 급등했다. 

정부와 양돈업계는 전국 대형마트 등에서 대대적인 돼지고기 할인 행사를 펼쳐 소비를 부채질하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이렇다 할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염병이라는 막연한 공포심이 돼지고기 소비 자체를 아예 없애고 있다"며 "할인 행사 등으로 급격한 판매량 감소를 막고는 있지만 돼지열병 사태로 침체된 소비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설아 sasa7088@mt.co.kr

머니투데이 경제주간지 머니S 산업1팀 유통 담당 기자. 식음료, 주류, 패션, 뷰티, 가구 등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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