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사업다각화… ‘기술 M&A’ 열풍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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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시대에 접어들면서 기술력 확보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연구개발(R&D)를 통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꾀했지만 최근 기업들은 인수합병(M&A)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미 기술력을 확보한 정보기술(IT)벤처 인수를 통해 안정성과 속도에서 모두 앞서가겠다는 전략이다. 금융권도 예외는 아니다. 정부의 핀테크기업 인수 규제 완화로 금융사 역시 4차 산업시대에 발을 맞출 수 있게 됐다. <머니S>는 최근 변화하는 기술 확보 트렌드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기술의 딜레마-상] ‘기술 R&D’는 옛말


몇년 전까지만 해도 회사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연구개발(R&D)에 나서는 경우가 많았다. 막대한 자금을 들여 R&D센터를 구축하고 우수인력을 양성하는 등 독자적인 기술력 확보에 열을 올렸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접어들면서 이런 흐름에 변화의 기류가 생겼다.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Cloud) ▲빅데이터(Big Data) ▲모바일(Mobile) ▲보안(Security) 등 일명 ICBMS사업 중심의 자금력이 풍부한 정보기술(IT) 기반 기업이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서고 있다. 빠르게 기술력을 확보함과 동시에 사업다각화를 통해 미래먹거리 사업군으로 넓혀가겠다는 포석이다.

벤처기업 입장에서도 대기업에 편입되면 기업가치와 경쟁력을 보다 빠르게 높일 수 있어 상생경영 차원에서 긍정적이다. 다만 벤처는 여전히 R&D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데 상대적으로 체력이 부족한 만큼 인프라 구축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 있다.


/사진=머니S DB

◆왜 R&D 대신 M&A인가

R&D는 독자적인 기술력을 보유할 수 있는 강점이 있지만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고 결과물이 나오는 시점을 예측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결과물이 나올 것이란 확신이 없다는 점이 부담이다.

이런 상황에서 4차 산업시대가 도래하자 기업들도 보다 빠르게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4차 산업으로 분류되는 ICBMS산업은 업종을 막론하고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으며 변화의 속도에 대응하는 것뿐 아니라 사업다각화 측면에서도 M&A에 대한 중요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이를 테면 구글은 유튜브, 안드로이드, 딥마인드(알파고) 등을 인수하며 업종을 막론하고 시장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2016년 이세돌9단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은 인공지능(AI)기술에 대한 ‘쇼크’를 가져왔다. 구글은 자율주행시대에서도 선두주자로 꼽히는 등 M&A를 통해 속도와 사업다각화를 모두 주도하고 있다.

전자상거래기업인 미국의 아마존은 AI기술을 바탕으로 완벽에 가까운 재고관리와 배송시스템 등을 통해 승자독식 구도를 만들어냈다. 지난해에는 온라인약국인 ‘필팩’과 스마트홈기업 ‘링’을 인수해 회사가치를 더욱 높이고 있다. 통신장비 개발·제조업체 시스코는 지난해 사이이버보안업체인 듀오 시큐리티를 인수하며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고 있다.



◆국내 기업도 M&A 열풍

국내 기업도 M&A에 활발히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의 빅스비나 패밀리허브 냉장고 등 AI나 IoT 기술이 탑재된 제품을 선보이고 있는데 M&A를 통한 기술력 확보가 기반이 됐다는 평이다. 2016년에는 AI 플랫폼 개발업체인 미국의 비브 랩스를 인수했고 2017년엔 음성합성 기술을 보유한 그리스의 이노틱스, 지난해에는 AI 검색엔진 개발업체인 케이엔진을 각각 인수했다.

글로벌 컨설팅 전문업체 ‘인터브랜드’는 최근 ‘올해 베스트 글로벌 브랜드’에 삼성전자를 6위로 선정하면서 5G·AI·IoT·전장 등 미래 기술분야에서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브랜드가치는 2016년 518억달러에서 올해는 611억달러로 3년 만에 100억달러 가까이 늘어 M&A 효과를 톡톡히 봤다.

카카오도 M&A에 적극적인 대표 기업이다. 카카오는 웹툰, 금융, 웹쇼핑 등 모바일분야까지 사업군을 가리지 않고 눈독을 들이고 있다. 독자 기술개발만으로는 어려운 과제를 M&A 통해 풀어내는 모습이다.

지난해만 해도 키위플러스(휴대폰 제조), 이앤티스토리엔터테인먼트(엔터), 아씨오(IoT), 삼양씨앤씨(웹툰), 웹어시스트(도메인 거래), 다온크리에이티브(중국 콘텐츠 유통), 제이코믹스(웹툰) 등 20~30개의 기업을 자회사로 편입하며 모바일 기반 사업을 더욱 강화했다. 2017년엔 하나·제일은행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금융업(카카오뱅크)까지 진출했고 기존과 확연히 다른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물론 성공사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카카오는 카풀시장 진출을 위해 지난해 250억원 들여 카풀서비스업체인 ‘럭시’를 인수했지만 택시단체의 반발로 일단 사업을 접은 상태다. 최근에는 게임사인 넷마블이 정수기 렌털업체인 코웨이 인수를 통한 사업다각화를 꾀하고 있지만 시장에서 바라보는 시너지는 아직까지 물음표가 달린다.

그럼에도 대기업들은 M&A로 빠르게 변하는 산업속도에 대응할 수 있고 벤처기업들은 대기업에 편입되면 기업가치가 높아진다는 점에서 M&A에 대한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종익 한국사회투자 대표는 “기업경영에서 속도와 가치가 더욱 중요해진 4차 산업혁명시대에 적절한 M&A는 기업 성장의 핵심요소”라며 “구글, 아마존, 디즈니 등 세계적인 대표 기업이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회사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빠르게 기술력을 확보하고 시장지배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0월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9 반도체 대전’(SEDEX). /사진= 뉴스1 DB

◆R&D 중요성 여전… 벤처 육성 방안은

M&A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결국 대기업이다. 이에 벤처·스타트업들이 R&D를 통해 기술혁신에 나서야 M&A도 활기를 띌 수 있다는 전제가 깔린다. 성장단계에 있는 바이오업종의 경우 아직까지 M&A보다 R&D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벤처들은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부족하고 인재 확보가 여의치 않아 기술개발을 이뤄낼 때까지 버티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삼성전자가 국내보다 해외 벤처 인수에 적극적인 것도 국내의 부족한 인프라 현실을 반영해 준다.

장기적으로는 인재육성을 위한 교육 인프라 확대 등이 거론되며 단기적 대응책으로는 정부의 지원자금을 활용한다거나 대학 연구기관과 연계하는 등으로 비용부담을 낮추는 방안이 꼽힌다. 디스플레이·반도체 소재업체인 트리엘의 경우 명지대 천연신기능연구소의 장비를 활용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용 ‘고감도 저흡습 막제조용 포토레지스트’ 등을 개발한 사례가 있다.

이종익 대표는 “벤처·스타트업이나 사회적기업은 기업가치를 급속히 높일 수 있고 대기업의 마케팅이나 영업능력으로 스케일업이 단기간에 가능하다“며 “벤처기업의 성장은 혁신적 잠재사업가가 과감하게 창업에 도전하는 선순환구조를 가져올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벤처·스타트업은 인큐베이팅, 엑셀러레이팅 등 정부의 R&D기업 창업 육성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전국의 R&D센터, 중소기업청 등의 R&D 정책 자금을 활용하고 대학과 연계해 산학연 프로젝트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16호(2019년 10월29일~11월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장우진 jwj17@mt.co.kr

머니S 금융증권부 장우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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