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는 대박쳤는데… 3D TV는 왜 실패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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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시대에 접어들면서 기술력 확보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연구개발(R&D)를 통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꾀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앞선 기술에 대한 확신이 약해지면서 기업들은 인수합병(M&A)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미 기술력을 확보한 정보기술(IT)벤처 인수를 통해 안정성과 속도에서 모두 앞서가겠다는 의지다. 금융권도 핀테크기업 인수 규제 완화 등으로 4차 산업시대에 발을 맞출 수 있게 됐다. <머니S>는 최근 변화하는 기술 확보 트렌드를 짚어보고 어떤 긍정적인 요소가 있는지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기술의 딜레마-중] 앞선 기술력… 때로는 ‘독’


일반적 의미의 ‘혁신’은 묵은 조직이나 제도·풍습·방식을 변화시키는 일을 뜻하지만 경제학 측면에서는 새 아이디어를 도입해 실용화하는 전과정이다. 혁신은 조직 내외부에서 다양한 형태로 발생하는데 크게 기술·관리·인적자원부문으로 분류할 수 있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혁신이 요구된다. 자본주의 사회로 접어들며 승자독식 구조가 뚜렷해짐에 따라 혁신은 필수가 됐다. 그러나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듯 시대의 흐름을 파악하지 못한 혁신은 ‘독’이 된다. 기술력에서 앞서도 시대가 요구하는 필요성에 부합하지 못하면 ‘실패’의 쓴잔을 들이켜야 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첨단기술도 실패한다

2009년 개봉한 영화 <아바타>를 통해 전세계 인구는 3D 영화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시간을 내서 가야 하는 영화관 대신 안방에서도 3D 콘텐츠를 즐기고 싶어 하는 소비자 니즈가 강했고 TV제조사들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다소 뒤처진 점유율을 한번에 만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했다. 이듬해 열린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특수까지 누릴 수 있어 일석이조의 상황이 만들어졌다.

당시 TV제조사들의 경쟁은 치열하다 못해 과열된 양상을 보였다. <아바타>와 월드컵으로 인해 고조된 3D 시청환경을 만들기 위해 선제적으로 제품양산에 돌입했고 경쟁사보다 차별화된 제품을 강조하기 위해 과도한 마케팅을 남발했다.

월드컵이 끝나자 3D TV에 대한 수요는 급격히 줄었고 입체감을 위해 써야 하는 특수안경에 대한 거부감이 확산됐다. 휴식 용도로 사용하는 TV를 시청하기 위해 별도의 장비를 착용하는 시청자는 많지 않았다. 극장에서 3D 영화를 시청하고 관객이 안경을 가져가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최첨단 기술을 앞세웠지만 편의성을 간과했고 이는 끝내 실패한 기술로 남았다. 3D TV는 CNN이 뽑은 실패한 정보기술(IT) 10가지 안에 들어가며 점차 소비자 사이에서 잊혀졌다. 이후 특수안경 없이 볼 수 있는 3D TV도 시판됐지만 과도한 마케팅에 학을 뗀 소비자에게는 실패한 기술일 뿐이었다.


LG전자가 2011년 출시한 시네마 3D TV. /사진제공=LG전자

‘21세기 최고의 발명’이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을 스마트폰도 시대를 앞서간 기술력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여러가지 사례가 있지만 3년 내에서는 ‘모듈형 스마트폰’이 대표적이다.

2016년 당시 국내 스마트폰시장은 애플과 삼성의 양강구도가 이어졌다. LG전자는 G3시리즈의 반짝 흥행으로 반등하는 듯 했으나 G4, V10 등 차기 플래그십 기기들이 힘을 내지 못하며 적자의 늪에 빠졌다. 카메라, 기기 두께, 디스플레이 등 혁신의 기준이 되는 요소는 이미 발전의 한계에 도달했던 만큼 더 큰 혁신이 필요했다.

이때 LG전자가 눈여겨 본 것은 스마트폰의 모듈화였다. 소비자가 필요한 부품을 결합해 원하는 형태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원리다. 2016년 구글이 I/O행사에서 모듈형 스마트폰 ‘아라 프로젝트’를 공개하며 가능성을 열었고 차세대 혁신상품으로 부상했다. LG전자는 구글보다 한발 앞서 모듈형 스마트폰 ‘G5’를 출시해 시장선점에 나섰다.

G5는 출시 당시 캠플러스(카메라), 360VR(가상현실 기기), LG 하이파이 위드 B&O 플레이(고음질 오디오), 탈착식 배터리 등 모듈 5종을 통해 조립식 스마트폰을 현실화 시켰다. 대중의 관심은 높았고 긍정적 반응도 이어졌다.

시간이 지나며 실제로 G5를 써본 고객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내저었다. 사실상 기본적으로 탑재돼야 할 기능이 모듈화 되면서 일체형 스마트폰보다 큰 차별성을 갖지 못했고 부품 결합 시 유격이 발생해 고장의 원인이 됐다. 판매량은 눈에 띄게 감소하면서 LG전자는 마케팅 비용을 크게 늘렸고 이는 4분기 연속 적자라는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구글도 아라 프로젝트를 중단하면서 완벽한 모듈형 스마트폰은 불가능의 영역으로 남았다.

IT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은 주력제품 판매량을 높이기 위해 출시 초기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들인다”며 “개발비 등 기회비용을 회수하지 못할 경우 마케팅 비용을 더 많이 지출하기 때문에 실패한 제품일수록 적자폭이 크다”고 말했다.


LG전자 G5. /사진제공=LG전자


◆파괴적 혁신 이뤄야

모든 성공에는 과정이 있고 실패가 동반된다. 5세대(5G) 이동통신이 등장하고 로봇과 인공지능(AI) 등 미래기술이 점차 상용화 수준으로 올라설 만큼 기술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흘러가고 있다.

극도의 변화기를 맞은 전세계 산업이 더 중요하게 살펴야 할 것은 실패에서 오는 교훈이다. 애매한 혁신은 실패로 귀결되고 기업의 존망을 결정짓는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영학자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혁신기업의 딜레마>라는 저서에서 ‘존속적 혁신’과 ‘파괴적 혁신’이라는 개념을 소개했다. 전자는 서비스를 점진적으로 개선하는 안정성을 택하는 반면 후자의 경우 기존에 없던 창조적인 혁신으로 시장을 장악하는 형태다.

존속적 혁신 방식을 택하는 기업은 성공사례를 답습하다 고객의 필요 이상 앞서가고 틈새를 파고든 파괴적 혁신기업에 자리를 내주게 된다. 비디오 대여업체로 출발한 넷플릭스가 순식간에 글로벌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 강자가 됐지만 안심할 수 없는 이유도 끊임없이 파괴적 혁신에 도전하는 후발주자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기술정책연구소는 TePRI 리포트에서 “현시대를 관통하는 파괴적 혁신은 4차 산업혁명”이라며 “지금까지 한국이 택했던 추격자 전략은 새 시대에서 통하지 않는다 생각하고 기존 성공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16호(2019년 10월29일~11월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채성오 cso86@mt.co.kr  |  facebook

머니S 채성오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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