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 '오토바이보험료' 당국도 손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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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DB
월 60만원에 달하는 오토바이보험료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커지면서 금융당국이 대안마련에 분주하다. 배달종사자들은 보험료의 현실화를 원하지만 보험사는 손해율을 이유로 인하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도 근본적인 문제인 보험료 인하보다 안전대책 강화 정도의 형식적 대책밖에 내놓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당국, '보험료 인하' 못하나

국토부와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신고된 이륜차는 지난해 기준으로 220만8424대에 달한다. 하지만 보험 가입대수는 절반 이하인 43.5%인 96만704대에 그쳤다. 

이처럼 가입률이 낮은 것은 월 수십만원에 달하는 배달 오토바이보험료 때문이다. 만 26세 이상 남성이 배달용 기준 배기량 100cc 이하 소형 오토바이의 책임보험에 가입하려면 평균 월 60만원 이상의 보험료를 부담해야 한다. 종합보험을 고려하면 연간 보험료만 1600만원대다. 

그나마 배달의민족 등 배달대행업체들은 가입된 라이더(배달기사)의 책임보험료를 부담해준다. 하지만 개인 라이더는 보험료 부담에 책임보험도 없이 도로를 질주하는 형편이다.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자 금융당국은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에서 배달 종사자의 안전망 강화 태스크포스(TF)를 통해 보험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 중이다. 각계의 의견을 모아 현실적 대안을 연내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보험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대책이 무조건적인 보험료 인하는 아닐 것으로 전망한다. 보험사들의 손해율이 치솟고 있어 보험료를 건드리기 쉽지 않아서다.

교통사고분석시스템을 살펴보면 지난 2014~2018년까지 이륜차 사고 건수는 연평균 6.3% 증가했다. 전체 사고에서 이륜차의 사고 비중은 해당 기간 5.3%에서 6.9%까지 늘었다.

사고가 늘자 손해율도 매년 증가세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이륜차 보험 손해율은 2014년 73.7%, 2015년 79.7%, 2016년 84.4%, 2017년 91.6%, 2018년 94.2%로 매년 5% 이상 증가하는 추세다. 94%의 손해율은 지난해 자동차보험 손해율 평균 80%를 훌쩍 넘은 수치다.

보험사들은 이 같은 손해율을 일부 반영해 올해 이륜차 보험료를 종합보험 기준 연간 500만원에서 800만~1000만원 수준으로 인상했고 책임보험도 300만원에서 500만원까지 인상했다. 보험사들은 보험개발원의 요율을 받아 책정한 금액이라는 입장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손해율이 90%를 넘긴 상황에서 오토바이보험료 인하 여력이 있는 보험사는 없을 것"이라며 "당국의 방안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보험료 인하는 사실상 어렵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워낙 손해율에 민감해 보험료를 조정하기는 쉽지 않다"며 "배달기사들의 안전대책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사실상 보험료 인하 방안은 금융당국이 내놓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지난 7일 배달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이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앞에서 열린 '4차산업혁명에 안전은 없다'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스1DB

◆할증제·자기분담제 "현실성 없어"


현재 보험업계 안팎에서는 배달 오토바이보험료 조정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보험료 인상 부담을 무사고 운전자들이 함께 떠안고 있는 점을 고려해 사고 운전자에게 보험료 부담을 더 지우는 할증제 도입을 주장한다.

현재 배달용 오토바이보험 요율은 일반 자동차보험과 달리 할증등급(1~10등급)이 없고 기본등급(11등급)과 할인등급(12~22등급)만 있다. 사고를 많이 내도 보험료가 올라가지 않는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방식도 보험사들이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할증제는 장기적으로 무사고 운전자들의 보험료를 인하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배달종사자들과 꾸준히 보험료 인하 집회에 나서고 있는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할증제와 유사한 자기분담금제를 제안했다. 박 위원장은 "보험료를 연 100만~200만원 수준으로 낮추고 사고 시 자기분담금을 내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라이더가 사고 시 분담금을 내면 무사고 배달종사자들은 보험료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자기분담금제에 대해 보험업계에서는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이나 오토바이보험은 모두 구조가 같다"며 "이런 제도를 도입하면 자동차보험에도 적용해달라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만약 영업용 자동차보험 가입자에게 자기분담금을 적용하면 결국 요율부담이 개인용 자동차보험 가입자에게 전가된다. 조삼모사격이 된다"고 설명했다.

◆'가입 꼼수' 쓰는 라이더, "근본문제 해결해야"

배달업계에서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라이더들이 활용도에 맞는 오토바이보험에 제대로 가입하지 않는 꼼수를 쓴다는 지적이다.

현재 이륜차보험은 개인용(레저용·출퇴근용)과 비유상운송용(배달용·대가없는 운행), 유상운송용(퀵서비스·배달대행·대가있는 운행) 등 가입 종류가 3가지로 나뉜다. 개인용의 경우 책임보험료가 연 30만원 수준이며 비유상운송용은 200만원, 유상용은 500만원이다.

대부분의 라이더가 유상용 가입이 아닌 보험료가 저렴한 개인용이나 비유상용으로 가입하는 꼼수를 쓴다. 하지만 라이더들은 사고가 나도 대부분 보험사로부터 보상을 받는다. 이륜차보험 약관에 유상운송에 관한 면책조항이 아예 없기 때문이다. 이런 보험제도상 모순이 결국 배달 오토바이보험료를 인상시킨 배경이라는 지적이다. 

한 배달대행업체 관계자는 "대부분의 라이더가 비유상이나 개인용으로 가입해도 보상이 나오는 이륜차보험의 허점을 알고 있다"며 "결국 보험사는 라이더 사고가 잦다 보니 손해율이 높다고 여기고 보험료를 올린다. 제도상 허점을 바로잡아야 보험사 손해율이 낮아지고 장기적으로 보험료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훈 kjhnpce1@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김정훈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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