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소송·집단소송… 영원한 약자 ‘개미의 대반란’

 
 
기사공유

소액주주. 주식시장에서 일명 ‘개미’라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이 권익을 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목소리 내고 있다. 이들은 주가가 폭락하면 강하게 시위하고 때론 법적 소송도 불사한다. 소액주주를 보호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집단소송제를 시행 중이며 업계는 주주환원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기업심사위원회는 지난 8월26일 진행한 회의에서 코오롱티슈진의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한때 7만5000원을 찍었던 주가는 올 3월 인보사 사태가 터지면서 폭락했다. 5월에는 8010원까지 떨어진 뒤 거래가 정지됐다.

코오롱티슈진은 상장폐지 위기를 일단 모면하며 앞으로 12개월의 개선기간을 부여받았지만 이미 소액주주 705명이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지난해 말 코오롱티슈진의 소액주주는 5만9445명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보유한 회사 지분은 약 36.7%. 주식가치로 환산하면 1795억원 정도다. 코오롱티슈진의 상장폐지가 확정되면 이들 주식을 포함해 4896억원어치의 모든 주식이 휴지조각이 된다.


/사진=일러스트레이터 임종철

◆소액주주 공동 소송으로 ‘대응’

소액주주들은 주가 하락에 맞서 공동 소송을 진행한다. 최근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차바이오텍 소액 주주들이 회사와 경영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주식시장 관련 손해배상 소송은 사안이 명백해도 손해배상액 산정 등을 두고 다툼이 벌어져 장기 소송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사업보고서 정정 공시에서 코오롱생명과학 주주, 코오롱티슈진 주주, 손해보험사, 인보사 투여환자 등 인보사 관련 소송 20건을 진행하고 있다. 소송가액은 총 494억원이라고 밝혔다. 소송을 제기한 상대방별로 살펴보면 코오롱생명과학 주주 558명이 투자손실 손해배상 소송 9건을 제기했다. 총 소송가액은 223억원이다. 소송을 제기한 코오롱티슈진 주주는 총 705명으로 소송 건수는 3건, 소송가액 합은 187억원이다.

분식회계 혐의로 수사를 받는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의 소액주주들도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주주 355명은 지난 4월 삼바와 회계법인, 금융감독원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차바이오텍의 소액주주 60여명도 회계 오류로 손해를 봤다며 지난 1월 경영진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상태다.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경우도 있다. 한국전력 소액주주는 ▲탈원전 정책 ▲여름철 전기요금 할인에 대한 예산 미부담 등을 이유로 정부를 상대로 책임을 물었다.

◆소액주주 피해 막는 ‘집단소송제’

허위 공시, 부실 감사 등으로 피해를 입은 주주들은 집단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집단소송제는 피해자 대표 한 명이 기업을 상대로 승소하면 나머지 피해자에게도 판결의 효력이 미치는 제도로 국내에서는 증권 관련 피해에만 적용 사례가 있다. 절차가 까다로워 소송 진행이 어렵지만 집단 피해 구제에 유용하다.

법무법인 한누리 대표 김주영 변호사가 작성한 ‘증권관련집단소송의 시행경험과 시사점’에 따르면 2005년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이 시행된 이후 최근까지 제기된 관련 집단소송 건수는 총 10건이다. 이중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으로 이어진 사건은 ▲진성티이씨의 키코 관련 분식 사건 ▲한화스마트 ELS 10 헤지운용사의 수익률 조작 사건 ▲한국투자증권 ELS 289 헤지운용사의 수익률 조작 사건 등 총 3건이다.

2009년 진성티이씨 사건에 소송을 제기한 원고는 2명에 불과했지만 소송허가절차에서 피해자가 총 1718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피해자 전체의 손해에 관해 일부배상을 명하는 화해결정이 이뤄졌다.

김 변호사는 “14년간 소송 건수가 10건에 불과해 실효성이 낮아보이지만 다른 시각으로 보면 우리나라에서 전혀 생소한 미국식 제도가 도입된 지 불과 14년 만에 10건의 사건에서 관련제도가 실제 활용된 것”이라며 “그 중 3건이 배상화해 또는 배상판결로 종결됐다는 건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잘 나누는 기업 선호… 주주환원 해야”

주주환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움직임은 소액주주에게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코스피지수는 2011년 4월 2200선을 상회한 후 지난해 1월 2600선에 근접했지만 다시 2100선에 머무르고 있다. 같은 기간 미국 S&P(스탠더드 앤드 푸어)500지수가 1360선에서 3000선까지 상승한 것과는 크게 대비된다.

양국 주식시장의 격차는 단순히 ‘성장’의 개념으로만 설명할 수 있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한국의 연평균 명목 경제성장률은 4.3%였는데 같은 기간 미국의 성장률은 4.0%에 그쳤기 때문이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투자분석 연구원은 이런 인식에서 주식시장이 오르기 위한 조건 세 가지를 꼽았다. 먼저 이익이 증가해야 한다. 금리하락도 주식시장엔 호재가 된다.

주식시장 상승의 마지막 조건은 ‘주주에게 환원되는 몫의 증가’다. 실제 배당액과 자사주 매입액을 순이익으로 나눠 주주에게 기업이 얼마나 환원했는지를 살펴보면 S&P500 기업들은 2010년 순이익의 58%, 작년 105%를 각각 돌려줘 주주 환원율이 47%p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코스피200 기업들의 주주 환원율은 14%에서 29%로 15%p 높아지는 데 그쳤다.

미국 애플은 지난 10년간 자본을 가장 잘 배분한 기업의 대표적 사례다. 2005년부터 2012년까지 애플 순이익은 해마다 거의 두 배씩 늘었는데 이 기간 회사는 배당을 전혀 하지 않았다. 이듬해 애플은 순이익이 감소로 전환됐고 그때부터 배당금액을 105억달러로 확대했다. 이후 애플의 자기자본이익률(ROE)는 지속적으로 상승할 수 있었다. ROE(자기자본이익률)는 투입한 자기자본이 얼마만큼의 이익을 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박 연구원은 “애플은 순익 증가율이 떨어지자 설비투자비용(CAPEX)을 늘리지 않고 배당을 확대했다”며 “앞으로는 잘 버는 기업보다 잘 나누는 기업이 선호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의 성장 단계를 정확하게 판단하고 이에 맞춰 자본을 배분하는 기업들이 높은 평가를 받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17호(2019년 11월5~1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심혁주 simhj0930@mt.co.kr

금융팀 심혁주 기자입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 0%
  • 0%
  • 코스피 : 2250.57상승 2.5218:01 01/17
  • 코스닥 : 688.41상승 1.8918:01 01/17
  • 원달러 : 1159.40하락 1.718:01 01/17
  • 두바이유 : 64.85상승 0.2318:01 01/17
  • 금 : 65.10상승 0.3618:01 01/17
  • image
  • image
  • image
  • image
  • image

커버스토리

정기구독신청 독자의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