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만 1000만원… ‘베팅’하러 학교 가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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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에 빠진 청춘들-하] 게임이라고? 도박에 빠진 10대


온라인이 활성화되며 젊은세대가 도박에 심취한다. 과거 카지노, 경마장 등에서나 즐길 수 있던 도박을 인터넷, 휴대폰 등 어디에서나 즐길 수 있게 되며 젊은층의 도박 비중이 증가하는 것. 심지어 불법토토를 직업으로 삼는 젊은층이 늘어나고 있으며 10대들까지 쉬운 접근경로로 인해 도박에 빠져드는 등 문제가 심각해진 분위기다. <머니S>는 갈수록 늘어나는 젊은층의 도박 실태를 진단했다. 그들은 왜 도박에 빠지는 것일까.<편집자주>

/사진=이미지 투데이

#올해 스무살이 된 A씨는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접한 온라인 불법도박으로 빚이 1000만원을 넘었던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다행히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은 거의 갚았지만 학창시절 주변에 돈을 빌리면서 친구 뿐 아니라 많은 것을 잃었다고 말한다. 그는 청소년시절에 호기심으로 접한 불법도박이 뼈아픈 후회로 남는다며 말끝을 흐렸다.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든 불법도박을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되면서 일부 청소년들의 일탈로만 여겨지던 온라인 불법도박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적은 돈으로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불법도박 광고에 청소년들이 노출되면서 도박중독에 빠지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 따르면 도박중독 치료를 받은 내담자 가운데 청소년은 2015년 168명에서 지난해 1027명으로 6배쯤 늘었다. 전 연령대 중 가장 가파른 증가세다. 청소년시절 도박을 경험하면 성인도박으로 이어질 수 있어 문제가 더 심각하다.

◆‘한탕’에 중독… “도박하러 학교가요”

“묻고 더블로 가.” 영화 <타짜> 속 ‘곽철용’ 캐릭터를 맡은 배우 김응수가 한 대사다. 최근 청소년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말이 됐다. 청소년 10명 중 3명이 불법도박을 경험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오면서 이 대사는 더 이상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최소 배팅금액이 1만원인 것을 비롯해 최대 100배 이상의 금액을 벌 수 있다는 유혹은 10대 청소년들 마음을 홀리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일부 청소년들은 학교에서 불법도박을 하는 풍경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청소년들이 주로 접하는 불법도박 유형은 ‘미니게임’이다. 종목을 살펴보면 사다리타기를 비롯해 홀짝 맞추기, 주사위 돌리기 등이 있다. 한판에 최소 1만원부터 최대 300만원까지 배팅할 수 있다. 단시간에 끝난다는 점에서 장소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불법도박에 몰두할 수 있다.

불법도박을 경험해본 청소년들은 교사나 부모가 온라인 불법도박에 대한 정보가 없으면 대놓고 도박을 해도 눈치 채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불법도박이 겉보기에 평범한 게임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일부 학생들은 불법도박을 길거리 인형뽑기처럼 인지한다.

고등학생 3학년 B군은 “쉬는 시간마다 ‘게임머니’로 환전을 한 뒤 친구들과 모여 사다리타기(불법도박)를 하고 있다”며 “대부분 어른들은 스마트폰게임을 하는 줄로 알지 도박이라곤 상상도 못한다. 길거리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인형뽑기처럼 간단해서 재미삼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청소년들의 온라인 불법도박 실태는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영화에만 있을 법한 ‘고리사채’ 문화가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성행하고 있다. 이른바 일진으로 불리는 청소년들이 금품을 갈취를 넘어 불법도박에 빠진 또래 학우들에게 도박 자금을 빌려주고 이자를 챙기는 것이다.

인천서 학원을 운영하는 C씨는 “수강생 중 한 학생이 사채로 번 돈으로 학원비를 냈다는 소문이 들려 확인해보니 불법도박에 빠진 학생들에게 높은 이자로 도박자금을 빌려주고 있었다”며 “뒤늦게 조치를 취했지만 말로만 듣던 고리사채 문화가 학생 사이에서 성행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한창 학업에 전념해야할 나이에 도박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면서 성인도 버거운 빚을 10대 청소년들이 지고 있다는 점이다. 청소년들은 도박으로 진 빚을 갚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심지어 절도, 사기, 갈취 등 2차 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고등학교 2학년인 D군은 “주변 친구들 중에서 불법도박으로 진 빚을 갚기 위해 주말마다 아르바이트를 한다”며 “일부 친구들은 아르바이트로도 빚이 감당되지 않자 집에 있는 비싼 물건들을 몰래 팔거나 학원비에 손을 대는 경우까지 본적이 있다”고 말했다.

◆도박 늪에 빠진 청소년… 예방교육은 ‘전무’ 

지난 2018년 4월 서울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홈페이지의 메인페이지를 잡지사, 대형마트로 가장한 5403억원대 인터넷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운영자들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DB

이처럼 청소년 불법도박이 위험 수위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청소년 10명 중 7명은 도박 관련 예방교육조차 받아본 경험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가 발간한 ‘2018 청소년 도박문제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 중 도박 위험성에 대한 예방교육을 받았다는 응답자는 10명 중 3명(30.1%)에 불과했다.

만 12세에서 만 15세의 청소년들 중에서는 71.3%가 예방교육을 받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고 만16세에서 만18세의 청소년들 중에서도 67.8%가 예방교육을 받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조사에서 재학 중 청소년은 10대들의 도박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청소년 대상 예방교육’(38.2%)과 ‘돈내기 게임 차단 접근’(32.6%)이 가장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또 학년이 낮을수록 ‘청소년 대상 예방교육’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다수를 차지했다.

김형수 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불법 온라인 도박에 상당한 비용과 시간을 사용하고 있는 청소년이 증가하는 가운데 도박문제 예방을 위한 접근이 시급한 상황”이라면서 “학교를 포함한 지역사회 등 여러 현장에서 대상자에게 맞춤형 중재가 제공될 뿐 아니라 청소년을 위한 선제적이고 실효성 있는 예방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17호(2019년 11월5~1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류은혁 ehryu@mt.co.kr

머니S 류은혁 기자입니다. 이면의 핵심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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