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한 소주, 독한 전쟁… 모델은 왜 ‘톱★’를 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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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랑살랑 가을바람이 불어오면 애주가들은 소주잔을 기울인다. ‘캬~’ 소리가 절로 난다. 여름이 맥주의 계절이라면 겨울은 소주의 계절. 슬플 때는 슬퍼서 한잔, 기쁠 때는 기뻐서 한잔, 찰랑찰랑 채워진 소주잔을 앞에 두고 우리는 그렇게 소주와 함께 살아간다. 소주 성수기를 앞두고 <머니S>는 달라진 소주시장을 조명했다. 참이슬의 독주와 안방지키기에 나선 전국 8도 소주들. 순해진 소주의 독한 40년 전쟁사와 최근 트렌드를 짚어보고 소주에 대한 오해와 진실까지 아울러본다.<편집자주>

[응답하라, 소주-②] 달라진 음주문화, 마케팅도 바뀌다


서민의 대표 술로 표방되던 소주가 달라지고 있다. 과거 마시고 취하던 문화에서 술을 즐기는 문화로 바뀌면서 소주만의 ‘쓴 맛’만으로는 애주가들을 사로잡기 어려워졌다.

주류업체들도 까다로워진 애주가들의 술맛 잡기에 한창이다. 공통적으로 25도였던 소주는 17도까지 내려갔고 최근에는 추억을 소환한 ‘뉴트로’ 콘셉트로 애주가들의 감성까지 터치하고 있다.

현재 소주시장은 진로 시절부터 1위 자리를 내놓지 않는 참이슬이 주도하고 있다. 처음처럼과 지방소주들은 수도권 공략 등을 통해 참이슬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지만 ‘두꺼비’ 시절부터 쌓아온 참이슬의 시장지배력은 여전히 견고한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최동준 기자

◆추억의 두꺼비부터 참이슬까지

소주의 기원은 몽골이 침략한 13세기 고려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3세기경 몽골군이 아동과 개성 등에 물류기지를 설치하면서 소주 제조법이 들어왔다.

우리가 즐겨 마시는 희석식 소주는 일제강점기 때부터 시작됐다. 일본이 1919년 평양에 첫 희석식 소주 공장인 조선 소주를 설립한 것이 그 시초다.

이후 1924년 ‘진천양조상회‘가 순수 국내 자본으로는 처음 설립됐다. 평남 용간군 진지면에서 문을 연 진천양조상회는 술의 이름을 진지동의 앞글자의와 술을 빚는 과정에서 술방울이 이슬처럼 맺히는 모습을 따 ‘진로’(眞露)로 지었다. 

한국 소주의 역사라 할 수 있는 진천양조상회를 설립한 이는 도산 안창호 선생의 제자인 장학엽 선생으로 당시 조선인들을 위한 사립학교를 세우기 위해 회사를 만들었다.

진로가 내놓은 첫 희석식 소주는 35도였으며 트레이드마크는 ‘원숭이’였다. 현재의 ‘두꺼비’는 1954년에 태어났다.

2년 뒤인 1926년 경월주조의 전신인 ‘강릉합동주조’가 설립됐다. 이 회사는 두산에 인수된 뒤 2009년 롯데칠성음료에 다시 매각됐다. 매각대그은 5030억원이었다.

‘낮은 도수’ 소주의 저변은 1965년 양곡관리법이 시행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확대됐다. 당시 정부는 식량부족으로 인해 양곡을 원료로 한 증류식 소주 생산을 금지했다. 이때부터 희석식 소주가 널리 퍼졌고 알콜도수도 낮아지기 시작했다.

35도짜리 소주는 1965년 30도로 낮아진데 이어 1973년엔 25도로 내려갔다. 당시 시장점유율 1위였던 삼학소주의 세금포탈 등의 논란이 일면서 1973년 사업을 철수했고 진로는 1970년대 이후 시장점유율 1위를 놓치지 않게 된다.

‘파란병의 빨간 병뚜껑’으로 통칭되던 25도 진로소주는 25년간 사랑을 받았지만 1998년 녹색병의 23도짜리 소주에 자리를 내주게 된다. 이 제품이 바로 ‘참이슬’이다. 제품명은 ‘진로’를 한글로 풀어쓴 것이지만 출시 당시 ‘맑다’, ‘순하다’ 등의 이미지를 심어주며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쉽지 않은 참이슬 ‘도장 깨기’

23도 소주는 진로가 처음 깼지만 녹색병의 시초는 따로 있다. 바로 1994년 두산에 인수된 두산경월이 선보인 ‘그린소주’다. 이후 두산은 1999년 22도의 ‘뉴그린소주’를 출시했고 2001년엔 녹차성분을 가미한 ‘산’ 소주를 출시, 강원도 기반을 탈피해 수도권 공략에 나섰다. 하지만 참이슬의 아성을 무너뜨리지는 못했다.

22도, 21도로 낮아지던 소주 도수는 2006년 두산이 선보인 20도짜리 ‘처음처럼’을 기점으로 20도선 붕괴를 예고했다. 같은해 진로는 19.8도짜리 참이슬 후레쉬를 출시했고 이후 양사는 경쟁적으로 19도, 18도로 낮췄고 현재 16도대까지 낮아졌다.

저도주 경쟁은 참이슬-처음처럼이 주도하고 있지만 이들보다 앞선 곳은 따로 있다. 부산·영남기반 소주 업체인 무학은 1996년엔 23도짜리 ‘화이트’를, 2006년엔 16.9도의 ‘좋은데이’를 각각 출시해 애주가들의 관심을 끌었다. 하이트진로는 부산·영남권에 한해 16.9도짜리 참이슬을 판매하며 좋은데이와 경쟁구도를 만들어 가고 있다.

도수가 낮아지는 과정에서 경쟁도 한층 가열되는 분위기다.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가 내놓은 리포트에 따르면 ‘산’의 시장점유율은 10%가 채 안됐지만 처음처럼은 2006년 출시 이후부터 점유율이 꾸준히 높아져 현재는 20%대까지 올라갔다. 여기엔 롯데주류가 선보인 과일소주인 ‘순하리’도 나름 효자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참이슬은 견고한 시장지배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잠시 주춤하던 시기도 있었다. 시장점유율 50%대를 유지하던 참이슬은 처음처럼과 16.9도의 좋은데이가 등장한 이후인 2010년 이후 40%대로 떨어지며 잠시 흔들리기도 했다. 그러다 무학의 수도권 진출 시도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다시 50%대로 회복했고 이후 점유율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처음처럼의 기세는 여전하지만 최근에는 일본 불매운동 등과 맞물려 다소 주춤하는 분위기다.

소주시장의 ‘참이슬 vs 처음처럼’의 경쟁 구도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지만 기업간 경쟁은 ‘진로 vs 두산’에서 ‘하이트진로 vs 롯데’로 바뀌었다. 하이트는 2005년 진로를, 롯데는 2009년 두산주류를 각각 인수하며 참이슬과 처음처럼의 호적은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 주류사업부로 각각 변경됐다.

◆달라진 음주문화… 마케팅도 바뀐다

소주 업계에선 광고모델로 ‘당대 최고의 스타’를 기용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주류의 경우 17도 이상이면 광고가 제한되는데 두산은 2008년 16.8도의 ‘처음처럼 쿨’을 선보이면서 가수 이효리를 모델로 발탁했다. 당시 선보인 ‘흔들어라’ 마케팅은 ‘회오리주’, ‘효리주’ 등의 열풍을 만들어 냈고 처음처럼의 인지도도 대폭 높아졌다. 다만 처음처럼 쿨은 주력상품이 아니었고 갑작스레 낮아진 도수는 애주가들의 취향을 저격하지 못하며 인기를 끄는 데는 사실상 실패했다.

최근에는 진로가 선보인 ‘진로이즈백’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이 제품은 과거 25도짜리 진로소주의 흔적을 고스란히 가져오면서 16.9도의 부드러움으로 애주가들의 술맛과 감성을 모두 잡았다는 평가다. 이 제품은 지난 4월 출시 이후 72일 만에 1000만병 판매해 연간 목표치를 돌파하는 등 새로운 주류 트렌드를 이끌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매년 소주 맛에 대한 테스트를 진행하는데 높은 도수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이는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적인 추세로 고령화사회로의 진입과 건강을 생각하는 라이프스타일로 인식이 변화되면서 저도주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1인당 음주량이 감소하고 취하게 마시던 음주문화도 반주를 즐기는 문화로 바뀌었다”며 “저도주를 선호하는 트렌드 속에서 주류업계도 새로운 소비층을 확보하고자하는 의지가 맞아떨어져 소주 도수 역시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추세”라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17호(2019년 11월5~1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장우진 jwj17@mt.co.kr

머니S 금융증권부 장우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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