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만병 팔린 ‘두꺼비’… 소주병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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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랑살랑 가을바람이 불어오면 애주가들은 소주잔을 기울인다. ‘캬~’ 소리가 절로 난다. 여름이 맥주의 계절이라면 겨울은 소주의 계절. 슬플 때는 슬퍼서 한잔, 기쁠 때는 기뻐서 한잔, 찰랑찰랑 채워진 소주잔을 앞에 두고 우리는 그렇게 소주와 함께 살아간다. 소주 성수기를 앞두고 <머니S>는 달라진 소주시장을 조명했다. 참이슬의 독주와 안방지키기에 나선 전국 8도 소주들. 순해진 소주의 독한 40년 전쟁사와 최근 트렌드를 짚어보고 소주에 대한 오해와 진실까지 아울러본다.<편집자주>

[응답하라, 소주-③] ‘뉴트로갬성’ 불어넣다

진초록병만 즐비했던 술집 테이블에 1970~1980년대나 볼 수 있던 투명한 하늘색 소주병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최근 복고를 뜻하는 레트로(Retro)와 새로움(New)의 합성어인 ‘뉴트로’(Newtro)가 2030세대를 중심으로 유행하면서 소주 업체들도 앞다퉈 ‘뉴트로 갬성’(감성)이 담긴 소주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두꺼비집 팝업스토어 강남점. /사진제공=하이트진로

◆뉴트로 소주 핫키워드 ‘진로이즈백’

뉴트로 소주의 포문을 연 하이트진로의 ‘진로이즈백’은 최근 소주제품 중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진로이즈백은 투명한 하늘색 소주병과 함께 병 라벨에 한자로 ‘진로’를 적어 브랜드의 정통성을 부각시켰다. 중장년층에게는 향수를, 젊은 층에게는 신선함을 각각 느끼게 하고 16.9도의 낮은 도수로 맛의 부담도 줄였다는 평가다.

마케팅도 기존처럼 스타 연예인을 앞세우지 않았다. 대표 캐릭터인 ‘두꺼비’를 활용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인지도를 올렸다. 현재 진로이즈백 SNS 게시물은 하루 평균 400~500건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마무리된 ‘2019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선 진로라는 브랜드 대신 두산과 키움이 적힌 라벨을 배포하며 야구팬 애주가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메리츠종금증권에 따르면 진로이즈백은 공격적인 감성 마케팅에 힘입어 올 4월25일 출시 후 5000만병 이상 판매된 것으로 추정된다. 출시 72일 만에 1000만병을 돌파한 데 이어 7월 한달간 1080만병(30병들이 36만 케이스)을, 9월엔 1740만병(58만 케이스)을 각각 판매했다. 이처럼 급격한 성장세를 보임에 따라 하이트진로는 애초 2개 생산라인 중 참이슬과 병행했던 1개 라인 마저 진로이즈백 전용으로 바꿔 현재 2개 전용 생산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영업사원들의 노력도 진로이즈백 흥행에 힘을 실었다는 후문이다. 진로이즈백 출시 초기 영업사원들은 도수가 낮은 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시는 경향이 많다는 점에 착안, 자사 맥주인 테라와 함께 묶어 유명 자동차 브랜드나 가수의 이름과 비슷한 ‘테슬라’ 또는 ‘테진아’로 홍보했다.

업계 관계자는 “소주를 마시는 이들은 일반적으로 평소 즐기던 브랜드를 찾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신제품의 경우 인지도를 높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진로이즈백은 SNS 감성마케팅과 테라를 활용한 영업사원 재치로 인한 시너지가 돋보였다”고 설명했다.

◆너도나도 ‘7080 소주병’

뉴트로 감성이 담긴 투명한 하늘색 소주병은 진로이즈백보다 앞서 보해양조가 선보였다. 목포에 본사를 둔 보해양조는 2015년 9월 전남에서 열린 한 축제의 성공을 기원하며 한정판 ‘보해소주’를 내놨다. 보해양조 관계자는 “호남 지역의 향토기업이어서 후원자 역할을 한 것”이라며 “복고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선택권을 넓히기 위해 새로운 투명병에 담긴 보해소주를 출시했다”고 말했다.

당시 보해양조는 보해소주를 가정용과 영업용으로 약 40만병 생산했다. 이후 온라인에서 복고 디자인과 17.5도의 깔끔한 맛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제품 공급 요청이 이어졌다. 보해양조 관계자는 “보해소주는 현재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새벽집’을 비롯해 일부업소에서 판매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계속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창립 90주년을 맞은 무학도 뉴트로 소주 경쟁에 뛰어들었다. 무학은 지난달 21일 청춘소주 ‘무학’을 출시했다. 무학소주는 투명하고 시원한 느낌의 병에 무학을 한자로 표기했으며 브랜드명처럼 춤추는 학의 이미지를 강조했다. 16.9도로 과당은 빼고 식물에서 추출한 첨가물을 사용해 부드럽고 깔끔한 맛을 내세웠다. 무학 관계자는 “청춘소주 무학은 회사의 저도주 노하우를 집약한 제품”이라며 “고객과의 소통과 니즈에 초점을 맞춰 주류시장 트렌드를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치열해진 뉴트로 소주 경쟁이 한창이지만 소주업계 2위인 롯데주류는 아직 지켜보는 분위기다. 일본불매운동의 여파와 함께 사업부문의 무게중심도 맥주에 맞춰져 있어 경쟁에 섣불리 뛰어들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일본불매운동 여파로 브랜드 인식이 악화됐기 때문에 소비자와의 신뢰회복이 우선”이라며 “회사 내부적으로도 소주보다는 맥주에 무게중심을 둔 상황이어서 뉴트로 소주 관련 계획은 검토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진로이즈백, 보해소주, 청춘소주 무학_사진제공= 각 사
◆‘투명한 공병’ 치열한 신경전


소비자 입장에선 복고적인 감성을 느낄 수 있고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제품이 늘어난 반면 업체 사이에서는 소주공병 처리를 두고 갈등이 불거졌다.

소주회사들은 2009년 환경부와 자원을 아끼고 처리비용을 줄이자는 차원에서 ‘공용병 사용 자율협약’을 맺었다. 자율협약을 통해 소주 업체들은 360㎖ 초록색 병을 공통으로 사용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뉴트로 소주가 유행하면서 기존의 초록색 병이 아닌 엄청난 양의 투명한 병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 과정에서 업체간 다툼도 생겼다. 롯데주류는 하이트진로가 자율협약을 어겼다는 이유로 별도 분류비용을 내라며 420만병에 달하는 진로이즈백 공병 반환을 거부했다. 하이트진로가 병모양이 다른 롯데주류의 ‘청하’처럼 10.5원 수준의 금액을 받고 투명한 공병을 돌려달라고 하자 롯데는 청하가 청주로 분류돼 공용병 사용 자율협약 대상이 아니라고 재반박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환경부는 지난달 24일 전국 10개 소주제조 회사 관계자를 불렀다. 외부 용역을 통해 공통으로 사용하는 초록색이 아닌 소주병을 재분류해 돌려주는 비용을 객관적으로 산출하겠다며 뒤늦은 중재에 나선 것이다. 주류업계 내부에선 자율협약이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조치가 소주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란 의견도 있다. 소주병을 새로 디자인하면 일정수준의 비용이 발생하게 되고 결국 반환비용이 예상보다 높으면 수익을 추구하는 업체 입장에선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주업체가 가격 인상이나 원재료값을 줄이는 식으로 비용부담을 낮출 수도 있다”며 “단기간내에 바뀌지 않겠지만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17호(2019년 11월5~1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홍승우 hongkey86@mt.co.kr

머니S 증권팀 홍승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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