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연의 그래픽저널] 공매도, ‘마녀사냥’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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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은 기업의 본질적 가치라는 신기루 아래에서 합법적으로 벌어지는 공개된 머니게임이라는 생각이 든다. 매일 벌어지는 이 머니게임의 배후에는 노벨 경제학상이라는 과학의 왕관을 쓴 투자론이 있는가 하면 주식시장에는 종류를 헤아릴 수 없는 크고 작은 탐욕들이 끊임없이 동력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런 주식시장에 공정함이 어울릴 것인가. 공정한 주식시장을 참가자들이 과연 원할 것인가. 필자의 관찰에 의하면 대답은 ‘노’(NO)다. 금융시장에서 투자자들이 꿈꾸는 대박 차익은 가격 균형의 이탈을 가급적 소수만 향유하는 불공정한 상황에 뿌리를 둘 가능성이 크다. 모비딕을 잡는 것과 모비딕을 꿈꾸는 것은 다르다.

◆공매도 질타… 마녀사냥에 가깝다

최근 한 바이오회사의 주가와 관련해 공매도 관련 뉴스가 쏟아졌다. 부정적인 뉴스로 8월까지 장기간 하락하던 바이오주식이었다. 그러나 에이치엘비의 임상실험 3단계 성공 소식에 이 회사 주가는 군계일학처럼 3배 이상 급등했고 이 덕분에 다른 바이오주도 동반 상승을 연출했다.

그러나 호사다마일까. 기관투자가가 이 회사 주식을 공매도해서 급락했다는 비난과 함께 청와대 게시판에 공매도 자체를 폐지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그 가운데 결정판은 한 자산운용사가 공매도 한 것을 사과하며 대표가 삭발했다는 소식이었다. 마치 기관이 공매도의 죄악을 석고대죄 한 듯 애매한 뉴스였다.

설마. 이해가 안 돼 여러 기사를 뒤적여보니 이 자산운용사는 주가가 상승하는 시점에 이 회사 주식을 공매도했고 이후 주가가 급등하면서 그 결과 펀드에 손실을 끼쳤다는 점을 사과한 것으로 필자는 이해했다.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의 ‘무차입 공매도’ 관련 자료와 기관 공매도 자체 뉴스가 섞여서 공매도 자체가 불법인 것처럼 이슈화하는 분위기도 보인다. 전형적인 ‘공매도=기관의 무위험 수익=불법’ 편견은 마치 중세시대 마녀사냥에 가깝다.

/사진=일러스트레이터 조수연 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공매도는 ‘공짜’가 아니다

왜 공매도는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가 기관을 마녀로 인식하는 단골 아이템이 됐을까. 금융당국이 기관투자가에게 볼모로 잡혀 기관의 절대적인 수익원을 보호하는 사악한 제도인 것일까. 필자가 보기에 많은 오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매도의 영어 표현은 ‘숏 스톡 셀링’(short stock selling)이다. 사전적 표현으로는 ‘숏’은 명사 앞에서 ‘…이 없다’는 뜻이니 없는 주식을 매도한다는 뜻으로 한자 ‘공’(空)을 사용했고 그 어감에서 ‘공짜’, ‘무위험’ 등의 부정적 의미가 강조됐다.

하지만 투자의 개념에서 롱(Long) 포지션, 숏 포지션이라는 용어와 비교하면 숏이라는 개념은 롱이라는 것의 반대되는 가격 또는 손익 곡선을 가지는 것이다. 즉 ‘공짜’라는 부정적인 개념이 아니라 매수자와 반대되는 포지션을 가지고 가격이 상승할 경우 매수자에게 상승한 포지션의 가치를 보상해야하는 의무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물이 존재하지 않는 선물이나 옵션시장에서의 매도는 모두 공매도다. 따라서 공매도가 제한된다면 파생시장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선물과 옵션시장에서는 일반적으로 매도에 엄격한 보증금관리 의무를 부여하지만 기관투자자는 적격기관으로 구분해 우대한다.

하지만 파생시장에서는 공매도를 폐지하자는 얘기가 없다. 주식시장보다 선물은 3~4배, 옵션은 수십배의 레버리지 위험이 발생해 투자자들이 매도 포지션의 위험을 뚜렷하게 알기 때문이다. 레버리지는 적지만 현물시장에서도 숏 포지션은 의무가 따르고 위험이 크기 때문에 투자자의 능력에 따라 차별화할 수밖에 없는 것이 논리적이다. 다만 악용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대주에 의한 공매도만 허용하고 완전한 공매도는 금하고 있는 것도 합리적으로 보인다.

◆공매도에 부정적인 개인… 왜

공매도에 대한 원성이 커지는 이유는 행동경제학에서도 근거를 찾아볼 수 있다. 댄 애리얼리의 <부의 감각>에는 인간의 속성의 공정성에 대한 집착을 소개한다. 합리적 이유보다는 공정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면 본능적으로 인간은 거부한다는 것이다.

10만원을 가진 사람이 당신에게 마음대로 돈을 나눠 줄 수 있고 당신이 거부하면 10만원을 회수하는 실험을 생각해보자. 당신이 합리적이라면 단 100원이라도 공짜이니 받아야 하지만 당신이 공정하지 않다 생각하면 모두가 손해가 되는 결론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최후통첩 게임이라고 한다.

현실에서도 이런 사례는 있다. 코카콜라의 한 최고경영자(CEO)는 기온이 올라가면 판매가가 따라 올라가는 자동판매기를 제안했다가 만들지도 못하고 소비자의 분노를 사 사임했다. 넷플릭스는 2011년 스트리밍과 CD 대여를 분리해서 각각 7.99달러로 받기로 했다. 대부분 사용자가 하나의 서비스를 이용했기에 종전 9.99달러에서 2달러 인하하는 효과가 있음에도 소비자는 모두 사용할 때 6달러가 인상되는 효과에 주목해 분노했다. 100만명 이상이 이탈했고 몇주 만에 가격은 원상 복구됐다.

사람들은 합리적인 판단 이전에 불공정하다는 믿음에 민감하다는 이 연구 결과가 필자가 보기에는 ‘공매도’ 논쟁에도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연한 능력차이임에도 개인투자자의 기관투자자에 대한 피해의식이 불공정으로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거래소는 ‘공매도 종합 포털’을 운영하고 있다. 기관과 개인 간의 정보 불균형을 해소하고 개인의 공매도 피해를 줄이겠다는 취지인 것이다. 공매도 제도 및 존재의 필요성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매일 종목별 공매도 잔고가 공시되고 있어 공매도 피해가 우려되는 투자자는 참고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투자자가 보유하다가 이제 막 가격이 급등해 재미보는 종목에 왜 기관이 공매도를 하느냐는 불만을 가진 경우이다. 기업의 본질적 가치나 시장의 여러가지 상황을 계산할 능력을 보유한 기관들이 공매도 물량을 쌓아간다면 신중한 검토를 권하고 싶다. 버블에 대한 경고가 공매도의 기본 기능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신호없이 버블이 커지면 큰일을 당할 가능성이 크고 결국은 금융당국에 왜 경고하는 기능이 없느냐고 하소연하는 딱한 입장에 처하는 투자자도 많이 봐왔다.
/사진=일러스트레이터 조수연 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본 기사는 <머니S> 제618호(2019년 11월12~1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조수연 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jwj17@mt.co.kr

머니S 금융증권부 장우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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